[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음악이 있기에 더욱 빛나는 영화들

오는 12일부터 5박6일간 열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JIMFF>는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유일한 음악영화제다. 6회라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이 축제가 빨리 자리 잡은 배경에는 음악이 깔려있었다. 아니, 이 음악영화제에서 음악은 배경음악의 차원을 넘어선다.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 록밴드, 낙향한 가수 등의 얘기들이 영화의 줄거리가 되고, 음악이 스토리를 밀고나간다. 특히 올해는 음악 장르에 충실한 영화들이 더 많이 선보이고, 김수철 이문세 이병우 등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공연 또한 알차게 기획돼 마음껏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영화제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재밌게도 바로 그 축제를 알리고 의미를 담아내는 트레일러라 한다. 모든 작품이 상영되기 전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제천 음악영화제의 트레일러는 세련된 감성의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산할아버지’ 같은 명랑하고도 푸근한 울림을 전해주는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출연해 영화와 음악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위트 있게 표현한다.

영화만큼 진하게 음악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 보고 들을 만한 음악영화 일곱 편을 JIMFF 공식 홈페이지에서 뽑아 추천한다. 


 [더 콘서트]

▲ <더 콘서트>의 한 장면

감독: 라두 미하일레아누  

국가: 프랑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벨기에

주인공은 촉망받던 지휘자였지만 오케스트라에서 유태인 연주자들을 몰아내라는 지시를 어겨 자신이 축출된다. 30년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삭히며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을 다시 연주하기 위해 시작하는 연주여행이 줄거리다. 오랫동안 음악과 떨어져 살아야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 낸 음악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유서 깊은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펼쳐지는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선율은 멋진 음악의 감동과 함께 음악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의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 루마니아 출신 감독은 독재자 차우세스쿠 치하에서 어린 시절 경험해야 했던 억압을 슬며시 끄집어내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유머러스하게 관객에게 다가간다. 

[어이그, 저 귓것]

▲ <어이그, 저 귓것>의 한 장면

감독: 오멸

국가: 한국

경쟁 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에 초청됐다.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부문은 음악을 소재로 한 다양한 최신 음악영화가 소개된다. 음악이 소통의 중심이 되는 최신 음악영화들 중 대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이 수여되고 대상작은 영화제의 폐막을 장식한다. <어이그, 저 귓것>은 마을의 조그만 구멍가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술만 마시면 평상에 누워 잠을 자고 아무 데나 오줌을 누는 할아버지, 그와 매일 다투는 구멍가게 할머니, 서울에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 가수 용필이, 그에게 기타를 배우려고 쫓아다니는 뽕똘과 댄서 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킨샤샤 심포니]

▲ <킨샤샤 심포니>의 한 장면

감독: 클라우스 비쉬만, 마르틴 바에르

국가: 독일

역시 경쟁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에 초청된 작품이다. 20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던 중 정전이 일어난다. 콩고의 유일한 오케스트라인 이들에게 정전은 아주 사소한 사건일 뿐이다. 15년간 이들은 두 번의 반란과 여러 번의 분쟁을 이겨내야 했다. <킨샤사 심포니>는 세상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지역 중 한 곳에서 오케스트라를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보고서이자, 킨샤사 사람들과 콩고, 그리고 음악의 힘에 관한 이야기이다. 

[글렌 굴드, 끝나지 않은 신화]

▲ <글렌 굴드, 끝나지 않은 신화>

감독: 피터 레이몽, 미셸 오제

국가: 캐나다

음악을 통해 인간, 더 나아가 보편적인 삶과 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음악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는 <뮤직인사이트> 부문에 초청된 작품.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글렌굴드의 삶에 대한 다큐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사후 27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을 끊임없이 매혹시켜왔다. 이 영화는 그가 집에서 녹음한 개인적 연주들과 일기, 가까운 지인들과 한 인터뷰 등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글렌 굴드에 대한 자료와 영상들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친구와 연인들이 인터뷰를 통해 이전에는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었던 굴드의 음악, 예술, 사랑과 삶에 대한 얘기들을 들려준다.

[나비맛 비스킷]

▲ <나비맛 비스킷>의 한 장면

감독: 박경배

국가: 한국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된 한국 영화계의 음악영화 제작 붐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한국에서 제작된 음악 소재 장편영화들을 소개하는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한국 음악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나비맛 비스킷>은 7년 간 활동해온 록밴드 ‘나비맛’의 이야기가 80분에 걸쳐 10개 트랙을 통해 펼쳐진다. 그들이 음악활동을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해왔는지, 그리고 왜 부산을 떠나야만 했는지를 2년에 걸친 촬영으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존 레논 – 플라스틱 오노 밴드]

▲ 존 레논과 오노 요코

감독: 매튜 롱펠로우

국가: 영국

기획전 <주제와 변주>에서는 70년대와 80년대의 록과 팝 음악을 대표하는 명반들의 탄생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6편을 선보인다. 그 중 이 작품은 1970년에 발표된 <플라스틱 오노 밴드>에 관한 이야기다. 존 레논이 비틀즈 해체 이후 최초로 낸 솔로 앨범이다. 격렬하고 원초적이며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이 앨범은 오노 요코에게 헌정됐는데, 전설적인 프로듀서 필 스펙터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오노 요코, 링고 스타, 클라우스 부어만 등의 독점 인터뷰, 스틸 이미지, 희귀 영상과 오디오 자료들을 통해 앨범의 제작과 녹음 과정에서 분출된 놀라운 창조성을 느껴볼 수 있다. 

[고래사냥]

▲ <고래사냥>의 한 장면

감독: 배창호

국가: 한국

해마다 한국 영화계의 영화음악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에게 수여되는 ‘제천영화음악상’의 올해 주인공은 김수철 음악감독이다. 김수철은 록과 랩, 그리고 국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영화음악에서 시도했고, 특히 2010년에는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하여 화제를 모았다. <고래사냥> 역시 김수철이 음악을 담당해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작품이다. 사랑에 실패한 병태, 거렁뱅이 민우, 벙어리 여인 춘자가 함께 길을 떠나는 것이 줄거리다. 최인호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1984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주인공 병태를 연기한 김수철에게는 같은 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연기상이 수여됐다.


덧붙이는 말: 안세희 기자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면서 <단비뉴스>에 [세희의 클래식 톡톡]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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