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월 FTA 발효… 장미 등 화훼농가 타격 예상

 

▲ 콜롬비아산 장미 ‘오렌지주스’

내 고향은 콜롬비아 보고타 해발 3000m 고지이다. 90㎝ 안팎의 헌칠한 키에 봉오리는 주먹 크기. 줄기가 짧고 봉오리도 어른 엄지손가락 두께인 한국 장미와는 비교가 안된다. 색깔도 붉은색은 물론 아이보리, 핑크, 옐로우 등 다양하다. 한국사람들도 좋아해 2009년 콜롬비아산 장미 수입액은 2만2000달러였지만 지난해는 12만달러어치가 수입돼 3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한국에 오려면 지구 반 바퀴에 가까운 1만5000㎞를 날아야 한다. 사람은 미국 LA나 애틀란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18시간 만에 한국에 올 수 있지만 나는 여기저기서 화물비행기를 갈아타느라 40시간이 넘게 걸렸다. 내 몸값과 비슷한 송이당 1달러 안팎의 항공요금을 내야만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올해부터는 콜롬비아의 꽃 친구들이 한국에 더 많이 올 것 같다. 한국과 콜롬비아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관세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7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콜롬비아에서 수입된 절화는 장미 9만1714송이, 수국 232만6605송이, 카네이션 2만3108송이에 이른다. 올 상반기 한·콜롬비아 FTA가 국회 비준을 통과해 이르면 6~7월쯤 발효되면 본격적으로 콜롬비아산 꽃이 들어온다. 콜롬비아산 절화에 붙는 관세 25%는 3~7년 내 철폐된다.

콜롬비아는 네덜란드 다음으로 꽃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해발 1500~3000m인 안티오키아 지방과 보고타 분지는 연중 기온이 18~25도로 화훼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네덜란드의 대형 화훼업체들은 자국에서 개발한 꽃을 대서양 건너 콜롬비아에서 대량으로 생산해 유럽, 미국, 일본 등지로 수출한다. 콜롬비아 화훼농가는 3~6㏊의 노지에서 대규모로 꽃 농사를 짓는다. 콜롬비아의 10분의 1도 안되는 면적의 하우스 몇 동에서 난방을 해가며 꽃을 키우는 국내 화훼 농가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네덜란드의 기술력이 더해진 콜롬비아의 장미는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 고양에서 장미 농사를 하는 변유섭씨(65)는 “요즘은 꽃봉오리가 큰 장미가 많이 팔리는 추세인데 같은 품종이라도 우리 집에선 손가락만 한 장미가 콜롬비아에선 주먹만 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농촌진흥청 김원희 연구관은 “콜롬비아 장미는 품종도 다양할 뿐 아니라 하나같이 꽃이 크고 꽃잎도 두껍고 튼튼해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병충해가 없어 농약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예식장 꽃 장식에 쓰이는 수국도 콜롬비아산이 많다. 한 송이 생산원가는 1달러가 채 안되지만 미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비 1.2~1.5달러가 더해지면서 국내에서는 2700원 안팎에 팔린다. 국내산 수국은 생산이 많은 4~7월에는 2300원이지만 이 시기를 벗어나면 1만원까지 올라간다. 연중 일정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콜롬비아산 수국은 일년 내내 결혼 시즌인 한국의 웨딩 꽃장식에 딱 맞는 셈이다.

한국절화협회 홍영수 사무국장은 “콜롬비아산 꽃이 수입되면 국내 화훼농가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한·콜롬비아 FTA 반대 집회도 하고 정책제안도 만들어 정치권에 보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FTA 확대로 인한 화훼농가 피해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재덕 기자가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