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저작권특강 <6>
창의적 덧붙이기 없으면 인용한 기사의 저작권 불인정

             
▲ 김기태 세명대 교수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이라고 하고, 이러한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에게 배타적 권리인 저작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작권법은 제7조 제5호에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를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 규정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경우 ‘저작물성’이 없으므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저작물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사실보도에 대한 접근 혹은 알권리 차원의 공익목적을 위해 저작권 보호의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뜻일까요?

필자의 판단으로는 ‘저작물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앞에서 살핀 대로 우리 대법원이 제시한 ‘언론매체의 정형적이고 간결한 문체로 표현된 기사’의 경우 저작자의 개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창작성이 없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우리 법원에서는 저작물성 판단을 위해 전통적인 대륙법계의 ‘창작성(level of creativity)’ 기준뿐만 아니라 영미법계의 ‘투여된 노력과 기술(degree of labor and skill)’기준도 고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신문기사의 저작물성에 대해 상당히 좁게 해석하고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학계에서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예로 ‘인사발령, 부고기사, 간단한 사건사고 기사’ 등을 들고 있어 그 범위를 대법원의 입장보다 더 좁게 해석(오승종·이해완, 송영식·이상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신문기사 중 창작성 있는 부분의 저작자가 기자가 아닌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사의 대부분이 정치·경제·스포츠·연예계 등의 현실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내용이더라도, 그 분석과 전망의 근거로 해당 분야 전문가나 연예인 등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입니다. 인터뷰한 내용을 직접 인용한 경우, 혹은 간접적으로 인용하더라도 취재원의 발언에 별도의 창작적 표현이 추가되지 않는 한, 그 부분에 대한 저작권은 인터뷰에 응한 사람에게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인터뷰를 근거로 한 기사의 경우에는 전체 기사를 인터뷰 상대방이 대답한 부분과 그 밖의 부분으로 나누고, 전자의 경우 인터뷰 상대방이 실제로 말한 표현과 기사의 표현이 어느 정도 유사한지, 그리고 다른 부분이 있다면 별도의 창작성을 인정할 정도로 표현의 변경이 있었는지의 여부를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인터뷰 상대방이 실제로 어떻게 말했는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입증하기가 힘들 것이고, 기사에 인용된 부분이 실제 발언 내용과 거의 유사할 것으로 짐작하게 됩니다.

결국 기사 중 인터뷰에 의한 것으로 표기된 부분은 기사의 저작자가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 별도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 기사는 ‘2차적 저작물’로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도 마찬가지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인터뷰 또는 보도자료의 내용에 새로운 창작적 표현을 추가하지 않은 채 기사화 한 경우, 다른 신문에서 그 기사를 마치 자신이 취재하여 작성한 것처럼 게재한다면 저작권 침해일까요, 아닐까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다만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실천요강에 ‘기사의 출처를 명시할 것’과 ‘표절금지’가 규정되어 있어서, 이를 위반한 경우 위원회의 심의·결정에 의해 공개 또는 비공개 경고나 주의조치를 받을 뿐입니다.

문제는 경쟁사에 의한 신문기사의 표절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문의 통신기사 출처 표기 실태>에 관한 조사(조용철)에 따르면, 대구·경북지방의 5개 주요 일간지의 경우 2002년 8월 한 달 동안 연합뉴스에서 송고한 각종 기사 가운데 모두 6,321건을 전재하면서 크레디트(출처표시)를 붙인 것이 2,906건으로 전체의 46%, 달지 않은 것이 3,415건으로 54%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중앙일간지의 경우는 각각 28%와 72%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출처표시가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에 대해 조사자는 “중요한 기사인데 자사의 기자가 미처 취재하지 못한 경우, 보도자료를 확보한 경우, 통신 기사를 많이 활용하는 데 따른 부담과 신문의 이미지 실추 우려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표절의 폐해에 대한 인식부족, 중소 신문사의 열악한 재정으로 인한 인력부족, 그리고 최신 기사를 인터넷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매체환경도 한 몫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신문기사의 취재와 편집은 비록 그 내용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않는 것이라도 사회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따라서 신문기사의 취재와 편집행위 과정에 표절과 같은 무임승차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아무쪼록 ‘신문윤리실천요강’ 제8조, “언론사와 언론인은 신문, 통신, 잡지 등 기타 정기간행물, 저작권 있는 출판물, 사진, 그림, 음악, 기타 시청각물의 내용을 표절해서는 안 되며 내용을 전재 또는 인용할 때에는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규정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겠습니다.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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