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프로야구 홈구장 타당성 낮은 진해에 확정 논란

프로야구 제9구단 엔씨(NC)다이노스의 연고지인 통합창원시가 구단의 홈구장 부지를 진해의 (구)육군대학으로 결정하자 구단주인 엔씨(NC)소프트와 팬들은 물론 대다수 창원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부지로 지정된 곳의 교통 접근성이 낮아 야구팬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흥행에도 불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프로야구 제9구단 NC다이노스 로고 ⓒ NC다이노스 홈페이지

통합창원시(시장 박완수)는 지난달 30일 야구장건설부지 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선진 스포츠시설을 배치함으로써 통합도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후보지였던 마산종합운동장과 육군대학부지가 예비타당도 조사에서 각각 2위와 11위를 했기 때문에 이 같은 선정결과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당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시민들을 배제하고 대다수 시민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강요하는 결정에 따를 수 없다”고 밝혔다. 창원시는 신규구단 신청 당시 ‘시민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야구장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는데, 과연 통합창원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인지 <단비뉴스>가 직접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버스 노선 불편하고 병목 현상도 심각 

▲ 통합창원시의 중심 쇼핑가 중 한 곳인 합성동 지하상가에서 시민들이 인터뷰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승규씨, 조기쁨씨, 최슬기씨 ⓒ 임온유

지난달 31일 <단비뉴스>가 옛 창원(의창구, 성산구), 마산(회원구, 합포구) 진해(진해구)로 구성된 통합창원시의 시민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 중 9명이 새로 선정된 부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0대 2명, 20대 4명, 30대 2명, 50대와 60대 각각 1명인 시민들은 우선 (구)육군대학 부지의 낮은 접근성을 걱정했다. ‘해군도시’로 유명한 진해는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라 창원에서 갈 때는 안민터널을, 마산에서 갈 때는 장복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출퇴근 시간 등 교통량이 많아지면 병목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또 버스노선도 다양하지 못하고 배차 간격도 길어 진해에서 창원, 마산을 오가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통합창원시에는 지하철이 없기 때문에 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 위성사진으로 본 진해(구)육군대학과 마산종합운동장의 위치 ⓒ 이성제

일주일에 한 번씩 진해에 들른다는 이예은(21·여·의창구 반송동)씨는 “퇴근 시간만 되면 창원에서 진해가는 길은 교통정체가 심하다”며 “만일 진해에서 야구경기가 열린다면 더욱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진해에 살면서 창원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김언정(19)양은 “진해에서 버스를 타고 창원에 가면 1시간 넘게 걸린다”며 “객관적으로 진해보다는 마산이 야구 흥행에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과 진해는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20~40분 거리지만 버스를 이용할 경우 촘촘하지 못한 노선 탓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 합성동 농협정류장과 석동주민센터정류장 표지판 ⓒ 임온유

취재진이 직접 버스를 타고 마산에서 진해, 진해에서 창원으로 이동해 보았다. 오후 3시쯤 마산에서 가장 번화한 합성동에서 762번 버스를 타고 진해의 (구)육군대학 근처인 중앙시장에 도착하자 50분이 지났다. 출퇴근 시간이었다면 더 걸렸을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버스는 배차간격이 38~46분으로 뜸해, 한 번 놓치면 같은 거리가 한 시간 반 이상이 걸릴 수도 있게 돼 있었다. 저녁 6시 쯤 진해에서 창원으로 갈 때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중앙시장에서 301번 버스를 타고 진해 롯데마트에 내려 신호등을 건너야 창원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목적지가 상남동 등 번화가가 아니라면 다시 한 번 환승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해서 창원까지 가는 데 1시간 20분이 걸렸다. 새로운 야구장 건립과 함께 이런 버스노선을 정비한다고 해도 만성적인 병목현상을 해결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진해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김 모(69)씨는 “이런 말 하면 통장이 싫어하겠지만 지금도 출퇴근 시간만 되면 터널이 꽉꽉 막히는데 (야구장이 생기면)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교통이 편리한 마산종합운동장을 부지로 선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마산종합운동장은 인구가 밀집한 합성동에서 15분 거리에 있다. 마산 인구는 40만명으로 창원의 50만명보다는 적지만 18만의 진해 인구보다는 2배 이상 많다. 또 마산에는 창신대, 경남대, 마산대가 있어 대학이 없는 진해에 비해 기본적으로 야구 관중이 많을 것이라고 시민들은 말했다. 에스케이(SK)와이번스의 팬이라는 조기쁨(22·회원구)씨는 “마산에 야구장이 생긴다면 학교 친구나 여자 친구랑 자주 가겠지만 진해에 생긴다면 잘 안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진해에 한 번도 안 가봤고 육군대학도 처음 들어봤다”며 “진해 인구가 18만명인데 프로야구단이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즌 때만 ‘반짝’하는 경기 시설로 지역균형발전 의문

시민들은 또 야구장 건설은 지역균형발전보다 흥행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구영모(21·공익근무·의창구 용호동)씨는 “스포츠는 시민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야구에 지역균형발전을 연결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진해구 여좌동에서 컴퓨터 수리점을 하는 이승신(37)씨는 “기껏해야 한 달에 네다섯 번 홈경기가 있을 뿐이고 시즌이 끝나면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고정적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시청이나 대학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자이언츠팬이라 부산 사직구장까지 종종 야구 경기를 보러 간다는 류승명(38·의창구 용호동)씨는 “지역균형발전도 고려대상이겠지만 야구장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기 쉬운 곳에 입지해야 한다”며 “진해에 야구장을 지어서 흥행이 안 되면 지역균형발전도 당연히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마산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이정훈(19·성산구 대방동)씨는 “마·창·진이 통합됐는데 여전히 진해는 낙후됐다”며 “균형발전 차원에서 좋은 결정이므로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진해(구)육군대학 정문과 내부 ⓒ 임온유

이와 함께 (구)육군대학 부지가 현재 국방부 소유에다 그린벨트 지역이라는 것도 장애물이다. 그린벨트해제가 기정사실화 돼 있었다고는 하나 행정적 처리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합창원시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약속한 2016년 3월 안으로 야구장을 완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없지 않다. 한편 NC다이노스 팬들은 팬클럽 ‘나인하트’를 중심으로 2월 2일 창원시청 옆에서 부지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열기로 했다. 마산에 사는 최승규(21·대학생)씨는 “(부지선정에는) 무엇보다도 주민들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창원시의회가 시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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