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웃음과 감동이 함께

▲ ⓒ 화인웍스

올 상반기 양질의 한국영화가 대거 등장을 알리고 있다. 이미 <박수건달>이 새로운 코믹 코드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흥행 중이고, 곧 개봉할 <7번방의 선물> <베를린>도 영화계에선 '작품이 좋다'는 말이 솔솔 나오고 있다.

특히 이미 언론 시사회를 진행한 <7번방의 선물>의 경우 관계자들의 칭찬이 뜨겁다. 이 작품은 영화 <각설탕>과 <챔프>를 연출했던 이환경 감독이 2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정신지체 아버지와 딸을 중심으로 흐르는 듯 보인다. 자칫 따뜻한 가족 코믹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부분은 누명을 쓴 아버지 용구(류승룡 분)가 교도소에 들어가면부터다. 영화를 '라면'에 비유하자면 물이 비등점을 넘고 면이 잘 익도록 저어주기를 반복한 형식이랄까. 용구와 딸 예승(갈소원 분)이 헤어지기까지를 긴박하게 다룬 후 교도소 멤버들을 통해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구성이 제법 세련됐다. 그리고 이 세련미는 감독의 연출과 거기에 호응하며 저마다의 장점을 드러내는 배우들의 공이다.

우선 류승룡을 보자. 이미 그는 지난해 특수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배우 스스로의 매력을 극대화했다면 <광해>를 통해선 안정된 연기력을 마음껏 선보였다. 그리고 이번 <7번방의 선물>에서 류승룡은 바보 역할에 도전했다.

첫 도전인 그의 바보연기. 이걸 다시 라면에 비유해보자. 그가 맡은 용구라는 캐릭터는 잘 숙성한 반죽으로 빚어진 면이다. 류승룡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할리우드에 등장하는 비슷한 코드의 영화들은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며 "정서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만큼 알맞게 준비하고 연구했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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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을 받아낸 주축 배우들, 조화가 좋았다

류승룡이라는 면을 받아주고 제대로 섞어주는 이들이 바로 교도소 동기들이다. 라면 요리로 치면 며느리도 모른다는 주요 양념장의 역할이다. 오달수를 주축으로 김정태·정만식·박원상·김기천은 각자의 캐릭터를 십분 살려 영화에 어우러졌다. 배우 오달수가 7번방의 방장으로 배치된 건 그만큼 극에 다양한 코드를 담아낼 수 있다는 걸 말한다. 오달수야말로 악역과 코믹을 넘나들 수 있으며 순발력이 강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영화 <도둑들> 당시 벌벌 떨며 총을 숨기던 앤드류를 떠올려보자. 자칫 의미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많은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박장대소했다. 당시 최동훈 감독은 "오달수였기에 살릴 수 있었던 순간"이라며 그의 남다른 연기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그의 진가는 등장한다. 그의 캐릭터가 악한인지 바보인지 알 수 없을 어느 순간부터 그의 말에 울고 웃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태와 정만식은 이미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인정받은 배우들이다. 교도소에서 이들은 험상궂은 모습과 동시에 깨알 같은 웃음을 전한다. <박수건달> <남자 사용 설명서> 등 올 상반기 참 바쁜 김정태는 이번 영화 촬영을 위해 디스크 판정에도 불사하고 참여했다. 허리 쪽 디스크가 터져 수술이 불가한 상황이었지만 응급처치 후 영화 촬영 일정에 모두 함께한 것. 그의 투혼(이라 표현하자 김정태는 '생활고'라며 재치 있게 받아치기도 했다)이 영화에서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SBS <드라마의 제왕>, KBS 단막극 다수 출연 등 정만식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안정된 연기력을 보이는 배우다. 단편영화에도 관심을 두고 꾸준히 참여하는 영화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올 상반기 윤종빈 감독의 <군도> 출연을 예고해 놓은 상황. 어떤 역할이든 작품에 안정적으로 녹아들며 빛나고 또 빛내는 연기가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선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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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에서의 변호사 역 때문일까. 박원상이 맡은 사기꾼 캐릭터은 묘하다. 지난해 <남영동 1985>로 무거운 연기를 보였던 그가 이번엔 한층 가벼운 모습이다. 7번방의 '브레인'으로 박원상은 감동 프로젝트 완성에 큰 기여를 했다. 배우 김기천은 이환경 감독이 사랑하는 배우다. 전작인 <챔프>에도 참여했고, 이번 영화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극단 출신으로 안정된 연기력과 함께 동료 배우들이 잘 따를만큼 온화한 인품의 소유자다.

배우들의 배합이 참 좋다. 자칫 뻔한 신파 이야기로 흐를 수도 있는 영화를 이환경 감독과 이들이 맛깔나게 만들어냈다. 먹기 좋게 마침 잘 익은 라면처럼 말이다. 재소자들이 만들어 내는 감동 이야기를 보고 듣다보면 알면서도 웃고 우는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계속 라면 이야기를 하니 출출하다. 마지막으로 <7번방의 선물>을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영화 <7번방의 선물>, 돌이킬 수 없는 배우들 연기가 일품. 연기의 올가미! 연기의 덫! 연기의 감옥! 그리고...연기의 채찍! 연기의 촛농! 연기의..."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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