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명과 정반대... 박창근 교수, "부등침하 확인" 주장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4대강 사업 낙동강 합천보 파이핑 현상 추가 확인 기자회견'에서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합천보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파이핑 현상과 대규모 세굴, 보의 누수, 부등침하 발생 등으로 인한 4대강 보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날 박 교수는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당선인에게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를 포함한 '4대강사업 국민검토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 유성호

4대강 사업 합천창녕보(아래 합천보)에서 흙과 콘크리트 사이로 물이 새는 '파이핑 현상'이 추가 확인됐다. 이곳에서는 파이핑 현상으로 보 아래쪽 모래가 쓸려나가 구조물 일부가 가라앉는 '부등침하'도 진행 중이었다. 이 현상이 계속 되면 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학계·법조계·시민단체가 참여한 4대강조사위원회와 대한하천학회, 사단법인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은 1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합천보에 파이핑 현상이 발생한 것을 현장조사에서 확인했다"며 "보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4대강조사위는 지난해 7월 합천보 우안에 조성된 공원 아래에서도 파이핑 현상을 확인했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곳은 보 본체 쪽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시민환경연구소 소장)는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2012년 11월, (4대강조사위가 앞서 합천보에서 확인한 파이핑 현상은) 쌓인 모래를 흘려보내는 배사문 때문이라고 했지만, 저는 파이핑 현상으로 판단한다"며 취재진에게 동영상을 공개했다. 같은 해 9월 17일 합천보를 직접 촬영한 것이었다.

 

▲ 낙동강 합천보 파이핑 현상 4대강조사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2012년 9월 17일 촬영한 낙동강 합천보 모습. 시민단체들은 이 지점 물살이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원인은 '파이핑 현상'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 4대강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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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영상에서 문제 지점의 물살은 작은 소용돌이를 형성하며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정부는 배사문 때문이라 해명했지만 배사문 주변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곧게 흐른다. 또 배사문의 위치는 보 한가운데로, 양쪽 가장자리에서 약 50m씩 떨어져 있지만, 그가 가리킨 지점은 보 오른쪽 끝으로부터 10~12m쯤인 곳이다.

박 교수는 그 원인을 파이핑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보 콘크리트 구조물 일부가 떨어져나온 것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박 교수는 "두 가지 경우 말고는 (동영상 속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4대강 보가 국제 기준에 따르면 대형 댐(길이 50m, 높이 15m)이라고도 주장한다. 합천보 역시 길이 328m, 높이 9m로 거대하다. 박 교수는 "영산강 본류 덕흥보는 파이핑 현상으로 파손됐지만 합천보는 규모가 커서 그처럼 단시간에 무너지진 않는다"며 "정확히 알려면 현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인 신분인 박 교수나 4대강조사위는 면밀히 현장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

합천보 공사는 2010년 2월 시작, 2011년 6월 끝났지만 준공일은 15개월 뒤인 2012년 8월 29일이다. 함안보, 달성보 등 낙동강의 다른 보 7개 역시 비슷하다. 하자보수 공사기간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것만 봐도 보의 안전등급은 국토부와 수공 주장대로 최상의 상태인 A등급이 아니라 불량상태인 E등급"이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보고 따로 해석 따로, 고무줄 '4대강 보고서' 세굴누수 지적하고도 "안전에는 문제없다">).

정부 평가는 '최상', 시민단체는 '불량'... "전 세계에 이런 곳 없다"

 

▲ 낙동강 합천보 물받이공이 유실된 모습. 4대강조사위원회 등 시민단체가 수중촬영했다. ⓒ 4대강조사위원회

"국토부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함안보는 세굴현상(물살에 보의 바닥이 깎인 것) 때문에 래미콘트럭 1000대 분량의 시멘트를 부어 보강공사를 했다. 이곳과 파이핑 현상이 나타난 합천보 등 곳곳에서 부등침하를 확인했다. 아파트도 1년 지나면 보수하지만, 아파트가 기우뚱해졌다는 건 심각한 얘기다. 토목공사를 하면 하자보수야 있을 수 있지만 (4대강 상황은) 그 정도가 한계를 넘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는 없다. 이런 공사를 한 곳이 없으니까."

합천보만 문제가 아니다. 박 교수는 합천보 물받이공(수문을 열었을 때 떨어지는 물의 힘을 감소시켜 보를 떠받치는 지반이 침식되지 않게 하는 것으로 보와 연결된 구조물)과 보 전체를 안정화하는 바닥보호공이 훼손된 모습과 칠곡보 물받이공에 균열이 간 것을 공개했다. 또 구미보는 수문을 여닫는 와이어에 이상이 생겨 물이 새고 있었고, 달성보 수문은 베어링이 부러졌다고 밝혔다. 4대강 보의 수문은 그 폭만 40~45m로 일반 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박 교수는 설계 오류 가능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 낙동강 구미보 수문은 와이어를 이용해 여닫는다. 하지만 와이어 등에 이상이 생겨 수문과 콘크리트벽 사이에 물이 새고 있다. ⓒ 4대강조사위원회

 

▲ 낙동강 강정보에는 구조물 부분마다 불균일하게 가라앉는 '부등침하'가 일어났다. 부등침하는 합천보등 다른 4대강 보에서도 확인됐다. ⓒ 4대강조사위원회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합천보는 붕괴 중이라고 우려할 만큼 중대한 결함이 있는데, 4대강조사위 모니터링 결과 대부분 보에서 비슷한 현장이 발견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대강 사업을 평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서둘러달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 12월 16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위원회 등을 구성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13일 국토부 업무보고 때는 4대강 사업 내용을 보고받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새 정부가 4대강 사업 찬반 양쪽 모두 참여한 평가위원회를 꾸려 4대강 사업 전반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합천보 파이핑 현상 없다" 반박
 
국토해양부는 14일 오후 이날 보도자료(http://www.mltm.go.kr/USR/NEWS/m_72/dtl.jsp?id=95071593)를 내 "박창근 교수 등이 공개한 영상은 지난해 9월 23일자 해명자료에서 밝힌 대로, 홍수기에 촬영된 영상이며 현재 합천보에는 이 같은 현상이 없다"고 반박했다. 

달성보 수문 베어링은 부러진 적이 없고, 구미보 수문과 콘크리트벽 사이에서 물이 새는 이유는 수문에 부착된 '수밀고무'가 일부 손상된 데 따른 것이며 보의 안전성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보 본체가 가라앉는 (부등)침하는 없었다"며 "(박 교수 등이) 콘크리트 블록 간 발생한 시공오차를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지난해 3월 28일 이미 해명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또 박 교수가 '4대강 보의 안전등급은 모두 불량인 E등급'라고 지적한 부분은 "잘못된 사실 관계에 근거해 전문 지식과 자격이 없는 자가 등급을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맞받아쳤다. 국토부는 합천보와 칠곡보의 훼손된 물받이공, 함안보의 세굴현상 등은 이미 보강이 끝난 사안이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박소희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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