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방침 수정... 공개 수준은 미정

▲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사흘째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윤창중 대변인이 간사단 회의 관련 브리핑을 마친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2일 정부 부처 업무보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뒤집고 "각 분과위별로 검토가 끝나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업무보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정책 혼선을 불러오는 것"이라던 '비공개 방침'을 하루 만에 바꾼 것이다. 진보성향 언론은 물론이고 보수성향 언론들까지 비공개를 비판하고 나서자 방침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즉흥적인 방침 선회... "분과위별 분석 끝나면 설명할 것"

방침 선회는 다소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윤 대변인은 이날 공식 브리핑때까지만 해도 "업무보고 5단계 프로세스의 진행과정을 상세하고도 투명하게 브리핑하겠다"고 다소 두루뭉술하게 말해 기자들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았다. 또한 '보고 결과를 분과별로 종합하는 작업에서는 공표가 되냐?'는 질문에도 "언론인 여러분들에게 공개할 내용은 공개하겠다"고 대답하는 등 분명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비공식 브리핑에서도 보고내용 공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언론에게 조금 말할 수 있는, 그걸(공개시기) 말하면 저를 풀어줄 거냐?"고 반문하며 "5단계 중 2단계인 분과위별 분석이 끝나면 저희들이 설명을 해드릴까 한다"고 말했다. 공식 브리핑때까지만 해도 바뀌지 않았던 방침이 돌연 비공식 브리핑에서 변경된 것이다.

윤 대변인이 말한 5단계란 인수위의 업무보고 절차를 말하는 것이다. 절차는 ▲ 부처 업무보고 ▲ 분과위별 검토 ▲ 검토된 내용의 국정기획조정분과위 제출 ▲ 국정기획조정분과위 종합 ▲ 당선인 보고의 순으로 이뤄진다. 이중 분과위별 검토가 끝난 이후 부처별 업무보고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분과별로 순서대로 보고받은 내용이 분석되고 있으니 (분석이) 끝나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개 범위와 관련,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고를 해야겠다 판단이 서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각 부처 보고에 포함된 박 당선인 공약 평가 등 차기 정부에 민감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윤 대변인은 공개 형태에 대해서도 "조금 더 기대려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인수위 일정에 따르면 각 부처별 업무보고 공개가 시작되는 시점은 정부 부처 보고가 끝나는 17일 이전이 될 예정이다.

"'인수위 관계자' 인용한 기사, 사실인 것 하나도 없다"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부처별로 업무보고를 받는 절차에 돌입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중소기업청 관계자들이 업무보고 준비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한편 인수위는 이날 '인수위 관계자' 등 익명을 인용해 보도되고 있는 언론 기사에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윤 대변인은 "인수위원회의 핵심관계자 또는 인수위 관계자 같이 익명이나 가명을 빌린 기사들이 많다"면서 "그렇게 나온 기사 중에 팩트(사실)인 기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이 이날 대표적인 오보로 지목한 기사는 <국민일보>가 보도한 '박근혜 당선인 격노… 부처 이기(利己)로 공약 흔들기'. 일부 부처에서 언론에 부정확한 정보를 흘리며 박 당선인의 공약에 비판론을 제기하자 당선인이 화를 냈다는 내용이다.

윤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격노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화를 낸 적도 없다"고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이어 "당선인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중간에 끊었다는 보도와 당선인이 현 정부 비판 자제령을 내렸다는 보도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의 말은 달랐다. 윤 대변인에 이어 브리핑에 나선 박 대변인은 "당선인이 불편한 마음은 가지고 있다"면서 "(일부 부처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국민의 처지에서 문제를 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극적으로 관행에 기대서 문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을 보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라고 설명했다.

'불통 인수위' 논란에 언론 탓... "국민과 소통 어려움 커"

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일 불거지고 있는 '불통 인수위' 논란의 책임도 언론에 돌리고 나섰다. 그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함으로서 국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수위는 앞으로 부정확한 보도, 소설성 기사, 흠집내기 기사 등은 국민과의 소통과 알 권리를 저해한다는 생각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언론이 국민과의 소통을 막는 주요 요인이라는 얘기다.

그는 "오늘 다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언론이 (인수위) 브리핑이 없다는 부분만을 보도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이 인수위가 언론에 폐쇄적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수위 대변인이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저의 진정한 성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변인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인수위의 '유일한 입'임을 강조했다. 그는브리핑 이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대변인을 통해서 나가지 않은 기사는 정확하지 않다"고 재차 언급했다. 자신이 말하지 않은 내용을 쓴 기사는 모두 오보라는 뉘앙스였다.

기자들이 정확하지 않다고 보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인수위원들이 기자들과 통화를 한 내용까지도 제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이 보도한 기사 내용과 취재에 응한 인수위 관계자들이 말한 내용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대변인은 기자들이 '인수위 관계자들이 말한 내용을 어떻게 100% 다 알고 있느냐'고 구체적으로 묻자 "어떻게 (100%) 다 알겠느냐"고 한 발 빼며 앞뒤 말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생 김동환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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