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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배에서 나눈 빈약한 대화 ‘실망’
한중일 대표 소설가들의 KBS스페셜 ‘동아시아 평화’ 대담
[TV를 보니 : 1. 1~8]
2013년 01월 12일 (토) 14:00:11 이성제 기자 eudorcas@naver.com

새해 초면 각 언론사마다 신년기획을 내놓는다. 올해 주요 신문사들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세대 갈등 등 국내 현안에 주목했다. 방송사들은 어땠을까? 지상파의 맏형 한국방송(KBS)은 <KBS스페셜>을 통해 ‘동아시아 평화’를 화두로 잡았다. 한중일 사이의 역사기록을 둘러싼 갈등과 영토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이기에 공영방송으로서 다뤄볼 만한 주제였다. 세 나라 모두 정권교체를 맞이한 만큼 한중일 관계를 새롭게 모색할 수 있는 시기라는 면에서 시의성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일 방영된 <KBS스페셜> 신년기획 1편 ‘동아시아 평화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 <KBS스페셜>이 신년기획으로 기획한 '동아시아 평화 프로젝트' 1편이 열린 '피스보트'호. ⓒ KBS 화면 갈무리

‘수박 겉핥기’ 그쳤던 거물 작가들의 토론

이날 방송은 한중일 세 나라 대표 소설가들의 대담이었다. 한국 문단의 선 굵은 작가 황석영, 중국 신사실주의 작가 류전윈(震云), 일본 현대문학의 3대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시마다 마사히코(島田雅彦)가 한자리에 모였다. 세상을 보는 눈이 남다른 소설가들을 통해 동아시아 평화를 논하겠다는 시도는 신선해 보였다. 보편적 진실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가들은 한중일 각국의 민족주의에 기반한 역사갈등을 어떻게 해석할까. 이들이 추구하는 평화는 어떤 것일까. 하지만 정작 이들의 대화는 이런 궁금증에 충실한 답을 주지 못했다.

여러 사안을 두루 다루려는 욕심이 문제였다. 한중일 관계에 대한 인식, 역사해석과 영토분쟁, 중국의 부상 등 큰 주제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거론하다 보니 어떤 사안에서도 작가들의 통찰이 담긴 속 깊은 이야기를 듣기 어려웠다. 세 사람도 각자 나라를 대표해 나왔다는 생각에서인지 섣불리 개인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논쟁으로 이어질 만한 날카로운 의견이나 관점도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통역을 거치다보니 발언의 정확한 의미, 분위기가 전달되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무딘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대화는 일반론으로 흘렀고,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식상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 '피스보트'호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한중일 대표작가 세 사람. 왼쪽부터 중국의 류전윈, 한국의 황석영, 일본의 시마다 마사히코. ⓒ KBS 화면 갈무리

한일 오가는 여객선 무대 설정은 설득력 부족

“배가 흔들리죠. 게다가 배 위가 춥네요. 이렇게 배가 음습하고 흔들리는 모습이 한중일 관계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류전윈 작가의 말처럼 화면에 비친 대담 장소는 흔들리는 배 위에 의자를 놓아 만든 공간이었다. 배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 ‘피스보트’였다. 공익법인인 환경재단에서 한일 시민의 공동역사교육 등 평화적 교류를 위해 만든 프로그램에 쓰이는 배다. 요동치는 동아시아 상황이 흔들리는 배와 비슷하다는 ‘의미부여’는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 기획의도를 놓고 보면 한국과 일본만을 오가는 배에서 중국까지 아우르는 동아시아 평화를 논하는 것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한국 일본을 오가는 배 대신 한중일의 수도나 대표적 유적지 등을 옮겨가며 대담을 나눴다면 어땠을까. 동아시아 역사와 미래에 의미가 있는 장소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담을 나눴다면 훨씬 풍성한 얘기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작가들이기에 ‘어디서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에 대해 제작진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독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분쟁과 역사문제로 세 나라 사이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 KBS 화면 갈무리

영상은 활자에 비해 전달하는 내용의 밀도가 떨어진다. 그 대신 몰입도가 높다. 시각과 청각으로 주의를 끌면서 내용을 인상 깊게 전달해야 한다. 활자가 사건의 무대와 내용을 일일이 설명할 때 영상은 그냥 보여주면 된다. 이러한 영상의 특성을 감안할 때 바다 위에 고립된 듯한 선실을 무대로 선택한 안목은 정말 아쉽다. 오는 13일 방영되는 2편 ‘2013 한반도, 김정은 1년을 말하다’는 이런 아쉬움을 씻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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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iuse (220.XXX.XXX.250)
2013-01-12 16:03:50
세 작가의 주요발언 정도는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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