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겨 확정한 2013예산안 토목건설 지출 더 늘어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2013년 새해 나라살림을 꾸려나갈 예산안이 어제(1일) 새벽에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됐습니다. 57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도에 통과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고 하는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은 지난해 12월 2일이었습니다만, 시한을 넘겨도 한참 넘긴 뒤 새해 1월 1일 오전 6시쯤에야 통과가 됐습니다. 올해로 10년째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긴 것인데, 12월말까지도 처리가 안 됐던 것은 1955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된 직접적 원인은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예산처리와 관련해 여야 간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군항이 아닌 민군복합미항으로 건설한다는 것을 확실히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넣자’고 요구했는데, 이 문제로 여야 간 밀고 당기기를 하다 결국 ‘앞으로 70일의 검증기간을 두어서 15만톤급 크루즈선의 입항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한 뒤 공사를 재개한다’는 조건을 붙여 예산안 통과에 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예산처리가 특히 늦어진 것은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선거 때문에 여야가 예산안에 집중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로 처리가 늦어졌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 이번 예산안은 총 342조원 규모로 지난해 대비 17조원 가량 늘었다고 하는데요, 전반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박근혜 복지’가 예산에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무상보육과 대학등록금부담 완화, 비정규직지원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과정에서 공약한 사업들을 취임 첫 해부터 실천하기 위해 정부의 협조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내용들은 야당도 동의하는 복지정책이기 때문에 무난히 새해 예산에 반영될 수 있었다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보면 0~5세 무상보육을 위해 기존의 2조3000억원 예산에서 1조500억원이 증액됐습니다. 또 대학등록금부담 완화, 사병월급인상, 중소기업취업지원, 저소득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 등에도 상당한 예산이 반영됐습니다. 대신에 국방예산과 각종 기금관련 예산이 감축됐는데요, 국방예산의 경우 차세대전투기, K2전차, 대형공격헬기 등 약 3000억원 정도의 사업이 감액됐다고 합니다.

무상보육 등 늘려도 복지지출 비중 아직 OECD 절반 수준

김: 새해 예산안 중에서 무상보육이 아무래도 젊은 부부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일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들이 주어집니까?

제: 만으로 0세부터 5세까지의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보내든, 집에서 직접 키우든 모두 국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됩니다. 보육시설에 보내는 경우 0~2세의 경우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금과 별도로 부모에게 월평균 30만원 안팎의 보육비가 바우처(서비스구매권)형태로 지급됩니다. 또 3~5세의 경우 월 22만원 상당의 바우처가 지급되고요. 집에서 아이를 기르는 경우는 0세에게 월 20만원, 1세는 15만원, 2~5세 10만원의 양육보조금이 부모에게 현금으로 지급됩니다. 이런 보육 및 양육지원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똑같이 주는 것이어서 그동안의 선별적 복지, 즉 가난한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는 복지에서 벗어나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복지시대의 문을 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 그런데 보도를 보니 이번에 여야의 유력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챙기느라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정부의 원안보다 늘었다는 뉴스도 있던데요, 사실입니까?

제: 맞습니다. 이번에 사회간접자본예산이 정부 원안보다 3700억원 정도 증액 편성됐습니다. 지난해 예산과 비교하면 1조2000억원이 늘었다고 합니다. 복지예산을 늘리는 대신 SOC예산을 줄이자는 게 재정개혁의 방향인데, SOC에서는 거꾸로 간 것이죠. 인천아시안게임경기장 건설지원, 춘천~속초 고속화철도사업, 대구 수성의료지구교통망체계사업, 경기도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경북 상주~영덕고속도로,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등이 대표적으로 증액된 사업들인데, 대부분 여야 실세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늘리기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에 비해 토목건설 등 사회간접자본예산이 너무 과다하고 효율성도 떨어져 문제로 지적되고 있죠. 그런데 이처럼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챙기면서 국가재정의 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이렇게 지역구 예산을 늘리느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의료비보조예산 등 일부 저소득층 복지예산항목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져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김: 올해 예산에서 ‘복지지출 100조 시대’를 열어 그 어느 때보다 복지재정의 규모가 커졌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면 OECD평균수준은 따라 갈 수 있는 건가요?

제: 올해 보건노동복지분야 예산은 2012년보다 4조8000억원 늘어난 97조 4000억원인데요, 여기에 민간위탁사업까지 합치면 사실상 복지예산은 103조원으로 총지출의 30% 수준입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대비 복지지출은 아직 10%에 못 미쳐, OECD 평균인 19.3%의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OECD평균 수준의 복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세금도 더 많이 걷고, 재정투자 중 복지비중도 더 늘려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중심으로 당장 복지수요가 늘어날 부분만 봐도 4대 중증질환 보장을 포함한 의료지원, 고등학교 의무교육 단계적 도입,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큰 돈 들어가는 사업이 많습니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추세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국민연금재정지원 등 복지지출이 많이 늘게 돼 있어 앞으로 복지재정은 점점 더 규모가 커질 전망입니다.   

직접 증세와 조세행정 신뢰 쌓기 절실

김: 그렇다면 앞으로 복지 확충에 필요한 재정조달이 문제가 될 텐데요, 차기 정부는 이를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인가요.

제: 박근혜 당선인은 우선 직접 증세를 하기보다 재정지출구조를 개혁하고, 비과세나 세금감면을 줄여서 간접적인 증세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예산안 처리와 함께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소득을 1인당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고, 대기업의 법인세 최저한 세율을 14%에서 16%로 인상하는 등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이행에 연간 27조원,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인데, 비과세 감면 축소 정도로 해결될 수는 없다는 것이 조세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증세의 필요성을 솔직히 설명하고 부유층 등 담세능력이 있는 계층부터 점진적으로 세금을 늘리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재정은 선진국에 비해 소득의 재분배효과가 낮습니다. 이는 부유층에게서 세금을 걷어 저소득층의 복지에 씀으로써 경제양극화를 개선하는 효과가 약하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소득세, 법인세와 부동산·주식 같은 자산소득의  과세강화 등 적극적인 조세정책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김: 세금을 늘린다고 하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도 부담스럽지만 과연 내가 낸 세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이는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복지재정 확충에 앞서 이 부분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지 않을까요.

제: 맞습니다. 스웨덴 같은 복지강국의 특징은 정부 재정운영의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높아서 조세저항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국민 다수가 자신이 내는 세금이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쓰이고 있으며, 낸 만큼 혜택을 입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신뢰가 복지국가의 토대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우리는 복지집행공무원의 횡령 등 비리, 부정수급자의 문제, 국회의원들의 지역구예산 챙기기 등 예산편성과 재정집행과정의 공정성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큰 게 사실입니다. 또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탈루 등으로 조세행정도 공평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하죠. 앞으로 복지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걷으려면 조세제도의 합리성, 조세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는 정부 차원의 치열한 노력이 동시에 필요할 것입니다. 선진국들이 ‘옴부즈만’ 등 시민감시 제도를 통해 신뢰를 쌓아온 것처럼 우리도 감사원, 국회 등 공적 제도 외에 풀뿌리 시민단체들의 재정 참여와 감시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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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월 2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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