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발언에 대한항공 입찰 포기...차기정부 정책 주목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진행자):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해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매각이 최근 무산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단 이 회사가 어떤 기업인지부터  알아볼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한국항공우주산업, 즉 카이(KAI)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기업구조조정작업의 일환으로 정부가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 3개 회사의 항공사업부를 통합해서 만든 회사입니다. 당시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돼 회사를 만들었고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키웠죠. 그래서 현재 정부지분, 즉 정책금융공사지분이 26.4%가 남아 있고, 삼성테크윈이 10%, 현대자동차 10%, 두산그룹 5%, 오딘홀딩스 5%, 산업은행 0.34% 등으로 지분이 구성돼 있습니다. 이 회사는 처음에 빚이 많은 부실기업이었지만 그동안 구조개선과 대대적인 투자를 거쳐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1조2857억원, 영업이익 1060억원의 알짜기업으로 성장했고 올해 상반기도 매출 7335억원에 8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국산헬기인 수리온과 고등훈련기 티(T)-50 등 호평 받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수출이 늘어 현재 방산납품과 민수품 수출 비중이 반반을 차지합니다. 미국의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에 항공기 부품을 공급하고 있기도 하고요.  

지역사회와 노조도 민영화 반대 

김: 그러면 이 회사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 즉 민영화하려는 이유는 뭔가요. 

제: 정부가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이제 상황이 개선됐으니 정부는 지분을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경영을 민간에 넘기겠다는 뜻입니다. 책임 있는 민간회사가 인수해 더 많은 투자를 하면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란 취지죠. 정부는 이를 위해 이 회사를 지난해 6월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이번에 정책금융공사지분 일부와 대기업 보유지분 등 총 41.75%를 매각하려 했습니다. 시가로 1조1000억원 안팎이죠. 

김: 그런데 왜 매각 작업이 무산됐나요.

제: 정부 주도로 공기업을 매각하려면 2개 이상 기업이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데 예비입찰에 응했던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중 대한항공이 입찰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우주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실사 결과 현재 KAI의 주가가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돼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주가가 비싸서 못 사겠다는 얘기죠. 그러나 실제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난 16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문재인 박근혜 두 후보 모두 KAI 민영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TV토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항공우주기술발전은 국가가 장기적 비전을 갖고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 민영화는 항공우주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역행하는 것”이라고 분명한 매각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민영화 과정에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고요. 대한항공으로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민영화가 백지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의 자금능력도 문제인데요, 이 회사는 현재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부채 줄이기를 추진 중입니다. 부채비율이 800%를 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KAI인수를 추진할 경우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전체의 재무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KAI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도 변수입니다. KAI는 경남 사천을 기반으로 하는데 부산에 항공클러스터를 추진하는 대한항공이 인수하면 사천보다 부산으로 투자의 중심이 옮겨질 것으로 지역사회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KAI노조는 민영화 대신 정부가 공기업으로서 항공우주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모든 국가가 정부중심의 항공산업육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특정재벌의 이익을 위해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비판하면서 대한항공 등의 실사에 비협조적이었습니다.

차기정부에서 항공우주산업 체계적 육성 필요

김: 그렇다면 앞으로 이 회사의 민영화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제: 일단 이번 정부 내에서 다시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국가계약법상 두 번 유찰된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한데, 이미 두 번 유찰됐기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정책금융공사도 이런 상황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정책금융공사측은 “경쟁입찰을 예상했기 때문에 향후 수의계약 여부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응찰자인 현대중공업도 현재 조선업의 불황과 신재생에너지투자 실패 등으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그렇게 적극적으로 KAI인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고요. 결국 차기 정부가 열쇠를 쥐는 셈인데, 과연 KAI를 민영화를 할 것인지 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정권인수위 등에서 민영화에 대한 기본방향이 정해져야 할 것입니다.

김: 최근 나로호 발사가 다시 지연되면서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이 많은데요, 항공우주산업의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회사의 민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 나로호 실패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항공우주산업에 대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항공우주산업은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에 맡겨 놓는 대신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투자가 필요하고 개발한 항공기 등의 매각에도 정부의 외교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민영화보다는 공기업체제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죠. 항공우주산업은 최첨단기술의 집약체인데, 선진국들은 다른 나라에 기술이전을 기피합니다. 사람의 지식과 기술에 크게 좌우되는 기술집약적, 노동집약적 분야라 투자가 활성화되면 고급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때문에 국가의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첨단 전투기와 우주발사체는 국가방위의 핵심이어서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현재 세계 항공우주산업의 시장규모는 3500억달러, 약 360조원 규모인데, 미국이 매출 1924억달러에 종업원 64만명, 프랑스가 500억달러 매출에 고용 13만명 규모입니다. 만일 우리나라가 항공우주산업에서 조선이나 반도체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면 1000억달러 이상의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네요. 우리나라는 국방예산도 많기 때문에 전망이 더욱 밝다는 것이죠. 그런데 유럽은 에어버스가 사실상 정부기업인 반면 미국은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 같은 민간 기업이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아래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서 어떤 체제가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새로운 정부에서 시간을 갖고 항공우주산업의 체계적 육성에 가장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야 겠죠. 다만 지금까지처럼 민영화 실적에 연연해서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2월 19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