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보수∙진보 세 모으기 총력전…투표율 75.8%

19일 실시된 제 18대 대통령선거는 보수와 진보진영이 각각 세 모으기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지난 17대의 63%, 16대의 70.8%를 크게 웃도는 75.8%의 투표율(잠정)로 마감됐다.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에 따라 개표결과에 환호하거나 절망했지만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 두 시간 동안 전국에서 진행된 투표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기대를 보여주었다. <단비뉴스> 취재진이 전국 투표소에서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경기도 김포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박윤식(44‧고양시 일산3동)씨는 이날 새벽 곤히 자는 막내아들을 깨워 일찌감치 함께 집 부근 투표장을 찾았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그는 “당선된다면 공교육을 강화하고 대입전형을 단순화 한다는 ‘혁신교육 공약’을 꼭 실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표인증샷을 올린 졸업생들에게 갈비와 소주를 쏘겠다”는 글을 올렸고 이날 저녁 투표를 마친 제자들과 개표방송을 함께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오전 11시 30분 경 경기 김포시 사우동 제2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 손지은

오전 11시 30분,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제2투표소 앞에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며 즐거워했다. 전통적으로 장년층 인구가 많았던 김포는 최근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젊은 유권자들이 부쩍 늘었다. 그래선지 아이를 안고 투표소를 찾은 젊은 부부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중년남성은 초등학교 1학년인 늦둥이 딸에게 인증샷을 보여주겠다며 투표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지만 사퇴하는 바람에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는 그는 “다음 정부는 비정규직과 생활고를 없애는 등 민생에만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포=손지은 기자)

▲ 대전일보 김예지 기자가 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인터뷰하고 있다. ⓒ임종헌

오전 12시, 대전광역시 유성구 어은동 어은중학교 투표소는 자녀들과 함께 기념촬영하는 유권자들로 북적였다. 유성구는 인근에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와 충남대학교가 있어서인지 젊은 유권자가 많이 보였다. 두 아이를 데리고 나와  투표를 마친 서남원(41.회사원)씨는 "아직 어리니까 선거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투표해야겠다 생각하게 해주려고 늘 함께 나온다"고 말했다. 대전일보 김예지 기자(26.여)는 "이 지역 유권자들은 어린 자녀들과 손을 잡고 나와 선거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라며 취재에 열중했다. (대전=임종헌 기자)


▲ 부모님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가족도 많았다. ⓒ 김태준
▲ 오후 3시, 포항 북구 죽도동 제1투표소에 유권자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 김태준

오후 3시, 포항시 북구 죽도동 제1투표소에는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줄을 선 중장년 투표자들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은 전통적으로 여당의 표밭으로 분류된다. 투표를 마친 시민들 가운데도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유권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죽도시장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김한도(44)씨는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며 “지난 2002년 변화를 바라며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지만 문재인 후보가 제주 해군기지, 한미자유무역협정(FTA)문제 등 참여정부 당시 추진했던 사안들에 대해 반대로 나가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역시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정태진(39)씨는 “문재인 후보는 전임 대통령의 지난 과오만 말한다”며 “박정희와 박근혜를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김태준 기자)

▲ 소중한 한 표 행사를 위해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를 찾은 이옥선 씨. ⓒ 박다영

울산시 북구 화봉동 송정 제1투표소에는 거동이 힘든 이옥선(75)씨가 휠체어를 타고 나와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다. 며느리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 씨는 "오는 길이 힘들었지만 당연히 와야할 곳"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아이를 데리고 투표소를 찾은 젊은 부부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박다영

두살배기 아들과 함께 온 박창서(39) 변은영(37) 부부는 이번 대선에서 '민생 안정'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요즘 유치원 보내려고 추첨하고 그럴 정도로 아이 키우는 일이 힘들다”며 “보육 공약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고 말했다. (울산=박다영 기자)

▲ 육동인(21)씨는 17대에 이어 2번째 투표요원으로 일했다. ⓒ임경호

울산시 삼산동 대현중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안내를 하던 육동인(21∙대학생)씨는 “지난 17대 대선때도 같은 투표소에서 일했다”며 "지난 번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낮 12시에서 1시 사이 점심시간에 투표자가 몰려 줄이 매우 길었다"며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온 분이 입구에서부터 들어가기 힘들어 했는데 투표소를 설치할 때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임경호 기자)

▲ 첫 대선 투표를 치른 여대생 자매의 인증샷. ⓒ허정윤

오후 5시 무렵 부산시 우암동 제4 투표소. 느지막이 나온 조세진(24.대학생),  조희진(21.대학생) 자매는 대선투표가 두 사람 모두에게 처음이라고 말했다. 세진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투표를 할 지 말지 고민했는데  언론은 물론 평소 정치에 관심 없던 지인들까지 투표를 독려해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희진씨는 "믿을 만한 후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문재인 후보가 낡은 정치를 정의롭게 만들겠다는 말에 확신이 들어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들이 앞으로도 이번 선거처럼 정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허정윤 기자)

▲ 마감시간이 가까워졌지만 투표열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최원석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열기가 마감시간으로 갈수록 더욱 고조되기도 했다. 오후 5시 45분, 마감 15분 전인데도 서울 관악구 행운동 제2투표소 앞에는 유권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6시 이전에 줄을 서 번호표를 교부받은 사람들은 마감시간 6시가 지난 뒤에도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서울=최원석 기자)

 
 
▲ 개표 작업에 한창인 울산 북구선거관리위원회 개표장. ⓒ 박다영

오후 6시 무렵, 투표를 마감한 선거구에서는 개표작업이 시작됐다. 울산시 북구선거관리위원회 개표장인 화봉동 무룡고등학교에서는 오후 6시 10분부터 개표가 시작됐다. 개표작업은 개함, 투표지 분류, 심사 집계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각당의 개표 참관인들은 밤 늦게까지 ‘매의 눈’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울산=박다영 기자)

한편 오후 6시에 시작된 각 방송사의 개표방송에서 박근혜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는 출구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지지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고, 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진 후에도 양 진영의 지지자들은 최종 개표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