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KBS 새 노조 파업 의미 알리는 김우진 홍보국장

“KBS는 죽어 있기 때문에 살려야 합니다. MBC노조의 파업 구호는 ‘MBC를 지키겠습니다 ’였죠. MBC는 지킬 만한 무언가가 있는 거지요. 우리도 지킬 만한 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투쟁의 슬로건이 찍힌 수건을 펼치는 KBS 새 노조 김우진 홍보국장. ⓒ 곽영신

KBS 새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스무 하루째 되던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김우진 노조 홍보국장(경영편성본부)을 만났다. 그는 ‘KBS를 살리겠습니다’라고 쓰인 흰 수건을 쫙 펼쳐 보이며, “이게 우리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이라고 강조했다. 막 집행부회의를 마치고 나왔다는 그는 다음날인 22일 서울 조합원들이 팀을 나눠 강릉 대구 등 8개 지방 KBS총국으로 원정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루 동안 지역 조합원들과 거리 선전도 함께 하고, 어울려 밥을 먹으며 결속을 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업 참여 90% 이상, 집회에도 삼사백 명 꾸준히 참석

이번 파업은 KBS 역사상 유례없이 참여율이 높다. 전체 조합원 976명 중 90%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고, 매일 열리는 집회에도 삼사백 명이 꾸준히 참석한다. 기대 이상 참여 열기에 고무된 조합원들이 ‘이 정도면 추석까지도 가겠다’는 얘기들을 한단다. 하지만 정말 언제까지 파업을 이어가게 될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노조는 그들의 뜻이 일정 부분 관철될 때까지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만 세워놓고 있다. 새로운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직제개편과 순환근무 등 인사개편 때 노조와 협의, 시간 외 임금 현실화 등 6개 항이 노조의 요구사항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유명무실한 기존 공정방송위와 별도로 새 노조와 회사 사이에 '공방위'를 설치하는 문제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국장은 “공방위보다 노사의 진정성 있는 합의 분위기, 즉 힘든 KBS의 상황을 양쪽이 평화롭게 타개해 나가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서울 조합원들은 22일 각 지역 총국으로 흩어져 파업일정을 함께 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 ⓒ KBS 새 노조

 대체인력 투입, 업무복귀 명령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결

 

▲ KBS 출입문에 붙어 있는 회사의 3차 경고문. ⓒ곽영신

KBS 건물 출입구 곳곳에는 빨간 경고문이 붙어 있다. 지난 5일, 12일에 이어 16일 세 번째로 내려진 회사의 업무복귀 명령이다. 경고문은 “불법 파업 참여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무노무임, 징계 등의 조치가 있음을 밝힌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단결력은 흔들리지 않는다. 노조측은 오히려 “정당한 파업 절차를 거쳤는데도 회사측이 불법 파업이라고 몰아붙이며 ‘1박2일’과 ‘소비자 고발’ 등에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며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법에 대체인력 투입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알려진 대로 KBS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약 3100명이 가입한 기존 노조, 그리고 기자, PD, 경영직이 주축이 돼 새롭게 꾸린 새 노조가 공존한다. 새 노조는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어 가는’ KBS를 기존 노조가 방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2~3년 간 눈에 띄게 보도의 객관성을 잃어 온 KBS에 실망했던 시민들은 새 노조의 출범을 뜨겁게 응원했다. 파업 시작 후 새 노조 블로그에는 시청자들의 지지 댓글이 줄을 잇고, 각계 성금도 답지하고 있다. 
 
"짖어야 할 때 짖을 수 있어야 언론"

노조는 이번 파업 기간에 시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제를 두 차례 치렀다. 지난 7일, 15일에 있었던 ‘KBS 개념 탑재의 밤’은 다양한 공연들로 구성된 ‘즐거운 투쟁’의 현장이었다. 라디오 PD들로 구성된 밴드, ‘파업 장기화와 몰골들’은 열렬한 호응 속에 ‘파업돌’로 떠올랐다. 어떻게 파업이 즐거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그 동안 쌓여왔던 KBS인들의 분노가 파업의 열기로 분출됐기 때문이겠죠. 그동안 억눌려온 것들을 풀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좀 풀었던 것 같아요. 지난 20일 있었던 총회에서는 4백 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모였어요. 기존 4천 명 노조원 시대에도 4백 명씩이나 모인 적은 없습니다.”

▲ KBS 새 노조 김우진 홍보국장.

김 국장은 총회에서 조합원 자유 발언을 통해 두 가지가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우선 지금까지 파업이 꽤 성공적이었고, 앞으로도 이렇게 해 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었다. 두 번째는 조합원들이 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더욱 견고한 결속을 다지게 됐다는 것이었다. 

김 국장은 새 노조 활동과 파업을 하면서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당장 월급이 안 나오는 것은 물론 징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즐겁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뜻이 같은 ‘동지들’이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이 그들을 용기백배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투쟁에서 무너지는 순간은 보통 ‘나만 싸우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 때라고 합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전혀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가 꼭 이길 거라고 봅니다. KBS가 외부에서 보듯이 그렇게 막장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 있는 사람이 최소한 1천 명은 된다, 시청자들에게 KBS가 그렇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박 2일>을 만드는 신효정 PD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짖지 않는 개가 되기 싫어서 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 얘기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짖어야 할 때 짖을 수 있는 게 언론이라고 생각해요. 보도와 제작의 권리가 존중받는 공영방송 KBS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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