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6년>에서 우리가 알아야 몇 가지 사실 - 원작자, 투자 편

▲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영화<26년>콘서트에서 원작자인 강풀 웹툰작가가 그 분 역할을 한 배우 장광이 자신의 원작 내 인물과 가장 흡사하다고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왼쪽은 이경영, 오른쪽은 장광. ⓒ 이정민

<26년>에 대한 만화가 강풀의 애정은 다른 웹툰에 비해 남다르다. 2003년 이미 <23년>으로 기획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위축돼 2006년에야 발표했던 만큼, 영화화에 대한 생각도 남다를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강풀은 "만화가로서 가장 잘한 일이 바로 <26년>을 그린 일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영화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일찍이 강풀 작가에게 여러 번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강풀은 그간 7편의 작품이 원안이나 원작 형태로 영화화됐을 만큼 충무로가 사랑하는 작가. 그런 그가 2008년 영화화 논의 이후 2012년까지 <26년>에 대한 판권을 철회하지 않고 기다려줬다는 건 영화사 입장에서 두고두고 고마울 일이었다.

실제로 매년 5월이면 각 학교에서 강풀 작가에게 그렇게 전화를 한단다. 웹툰 <26년>을 교육 자료로 쓸 수 있느냐는 문의 때문이다. 최근 연재가 끝난 강풀 작가의 작품이 모두 유료화됐지만 <26년>만큼은 무료다. 26년 후의 그날, 복수를 다룬 내용을 그린 작가인 만큼 현실에서의 복수를 꿈꾸냐고? '그 사람'의 단죄라기보단 1980년 그때를 함께 기억하자는 취지다. 모두가 진실을 기억할 때 당시 권력자들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도 순차적으로 따라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영화 <26년>에서 주연 심미진을 연기한 영화배우 한혜진. ⓒ 청어람

순탄치 않았던 <26년> 투자, 그 비하인드

대형 투자사의 돌연 투자 취소에 이은 일반인 대상 소셜 크라우드 펀딩 전환은 분명 탁월한 선택이었다. 물론 올해 초 굿펀딩 사이트를 통한 모금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당초 목표액 10억에 절반이 조금 안 되는 4억여 원이 모였기 때문이다.

이후 자체 사이트를 개발해 '제작두레'라는 이름으로 다시 투자 모금을 시작한 건 제작비에 대한 절실함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2012년 초 <장화홍련>의 미술 감독 출신 조근현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기로 하면서 60억 원 규모의 제작비를 46억 원으로 줄여 재조정했다. 

영화사 청어람의 양남실 이사는 <26년> 첫 촬영을 앞두고 지낸 고사를 떠올리며 "말 그대로 멘탈붕괴 상태였다"고 표현했다. 당장 1주일 뒤 첫 촬영인데, 실상은 다음날 촬영비도 없었기 때문이다. 양남실 이사는 "촬영을 앞두고 정말 기쁜 날인데 속은 타들어 갔다. 우린 돈이 없는데 스태프와 배우를 어떻게든 먹여 살려야 하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소액 모금을 다시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당시 거액을 투자하기로 한 투자자가 돈을 빌미로 영화에 대한 각종 권리를 요구하는 등 어지러운 일도 겹쳤다. 만 원이라도 기부하고 싶은 사람에서부터 큰돈을 가지고 영화를 쥐락펴락하는 사람까지. 양 이사의 말을 빌리면 "인간의 처음과 끝을 경험했던 순간"이었다.

▲ 영화 <26년> 촬영 당시 임슬옹과 그의 팬들. ⓒ 청어람

축제는 시작됐다, 상영관에 걸리는 날까지 즐겁게 기다리기

며칠 후면 <26년>이 극장에 걸린다. 수십 명의 스태프와 관계자의 염원만 담긴 게 아닌 소액이라도 투자한 몇만 명의 시민, 나아가 알게 모르게 영화를 기다리는 그 이상의 염원이 이뤄지는 때가 오는 셈이다.

함께 즐길 일만 남은 것 같다. 촬영 종료 직후 편집과 후반작업 기간을 고려하면 참으로 빠듯한 기간이지만 영화사 측은 시민들과 즐길 수 있는 각종 이벤트를 마련했으니 말이다. 당장 지난 20일엔 서울 강남의 한 국숫집에서 배우와 시민들이 함께 국수를 먹는 이벤트가 있었다. 극 중 포장마차 집 아들 곽진배(진구 분)가 등장하기에 그 콘셉트를 따온 것.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조근현 감독을 비롯해 배우 진구, 배수빈, 한혜진, 임슬옹이 일찍부터 나와 시민들과 함께했다. 배우가 직접 국수를 서빙하기도 했고, 영화 관련 퀴즈를 내며 상품을 주고받는 등의 '근거리 이벤트'였다.

▲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영화<26년>콘서트에서 배우 한혜진, 진구, 김의성, 이경영, 배우 장광, 조덕제, 임슬옹, 배수빈이 원작자인 강풀 웹툰작가(가운데)의 재치있는 말을 들은 뒤 웃고 있다. ⓒ 이정민

또한 당장 22일부터 28일, 즉 영화가 개봉하기 하루 직전까지 제작두레 회원을 대상으로 시사회도 진행한다. 서울,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제주까지 전국 6개 도시에서 약 3만 1000명 규모의 관객이 영화를 미리 만날 수 있다.

당장의 이벤트도 이벤트지만 중요한 건 본 영화의 개봉이다. 영화에 대해 충분히 기대해도 좋겠다.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초반부부터 깜짝 놀랄만한 장면들이 시선을 압도할 것이니 말이다. <26년>이 광주항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전함과 동시에 영화적 재미도 지닌 작품으로 관객과 제대로 만나게 되길 전업기자가 아닌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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