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 가계부채·집값추가하락 등 우려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얼마 전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우리 경제전반과 금융현황에 대한 진단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분석이 나왔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올해와 내년의 우리 경제 상황이 국내외의 다양한 악재로 인해 그동안의 예측보다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란 진단입니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유럽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이탈리아의 재정건전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세도 부진하고 미국도 갑작스런 예산긴축으로 경제가 충격을 받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의 우려 등이 있어,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지적입니다. 또 미국의 3차 양적완화 등으로 인한 달러공급 증가, 원유시장의 지정학적인 위험성, 곡물 시장의 수급 불균형 등으로 원유와 곡물 가격의 상승압력도 높아서 물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지적됐습니다.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가 날로 악화되고 있고, 특히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지면서 가계부채를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어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부진과 성장잠재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분석입니다. 

김: 상당히 걱정스런 내용인데요, 역시 가계부채와 부동산 침체가 내년에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 빠지지 않았군요.

제: 가계부채는 지난 6월말 기준으로 922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올 들어 증가세 자체는 약간 둔화됐지만 채무상환 능력이 낮은 자영업자와 저소득가계의 취약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입니다. 가계부채가 늘면 원리금상환부담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부진으로 이어지게 되죠. 또 가계의 저축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저축률이 떨어지면 금융기관의 기업부문에 대한 자금공급능력이 줄면서 성장잠재력을 하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저축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나라들의 성장잠재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요. 한은은 또 수도권의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부동산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고, 미분양주택이 많이 쌓여 있고, 또 주택의 주 수요계층인 35세에서 54세 사이의 인구비중이 지난 2010년을 정점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집값이 추가 하락하면 집을 팔아 전세보증금도 못 주는 사태를 낳을 수 있어서 세입자의 재무위험도 상승시킬 수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습니다.

자영업자 부채규모 심각해가계부채 구조 개선이 해법

김: 특히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입니까.

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는 430조 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2011년 1월에 비해 16.9% 증가했는데요,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 8.9%의 약 2배 수준입니다. 내수경기가 나빠 자영업자의 소득여건이 악화되면서 사업체 운영자금과 생활자금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영업자의 가구당 부채는 9500만 원으로, 임금근로자 가구당 부채 4600만 원의 두 배가 넘습니다. 연소득 중 원리금 상환액이 40%를 넘는 ‘과다채무가구’의 비중도 자영업자는 14.8%로 임금근로자의 8.5%에 비해 역시 크게 높고요.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도 3월 말 현재 1.1%로 임금근로자 0.6%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벌어들인 돈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가처분소득대비 부채비율도 자영업자는 219.1%로 임금근로자의 125.8%에 비해 훨씬 높아요. 특히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경기상황과 부동산가격 변동에 훨씬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 가계부채 해결의 필요성은 그동안 계속 지적돼 왔는데요,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어떤 대책을 제시했나요.  

제: 우선 취약한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고려해 적정 수준이내에서 대출을 받는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몇 년 동안 이자만 갚다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거치 후 일시상환’ 대신 ‘원리금 분할상환방식’의 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위해 은행의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오는 2016년까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0%로 높인다는 목표가 지켜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행은 또 신용도는 1~6등급으로 높은데, 고정적인 소득이 적어서 은행대출을 받지 못하고 대부업체에 의존하는 가계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7등급 이하만 주로 받을 수 있는 새희망홀씨, 햇살론, 바꿔드림론 같은 서민금융상품 혜택을 ‘고신용 저소득계층’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일자리창출 등 소득여건 개선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효과가 큰 사회적 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다양한 출구전략 도입 필요, 정치권 생산적인 경제정책 논의해야

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잘 팔리지 않는 채무자의 집을 은행이 사주고 임대료를 받는 ‘세일 앤 리스백’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최근 제시되고 있는데요, 이런 방안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도입한 방안도 있고 전문가들이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효과가 제한적이다’ ‘부작용이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다양한 출구가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들의 현실성을 잘 검토해서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해소에 도움이 될 방안들을 선택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특히 올 연말에는 대통령선거가 있고 내년 2월에 새 정부가 출범할 텐데요, 이런 정치적 변화도 경제상황에 영향을 미치겠죠?

제: 많은 전문가들이 다음 달 선거에서 선출될 새 정부는 내년 2월 우리 경제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출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래서 위기 상황을 타개하느라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 정책이 힘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기도 하고요. 이에 앞서 앞으로 약 40일 가량 남은 대선캠페인 기간 동안의 다양한 정책 공방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경제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가계부채 등 여러 문제가 경제양극화와 부채에 의존한 성장정책 등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는 만큼, 당장은 힘들더라도 개혁을 해야 희망이 생깁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에는 무엇보다 바람직한 경제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고도 생산적으로 벌어질 수 있도록 판을 벌여야 합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제대로 경제를 개혁하고 살릴 세력을 가려서 차기 정부를 맡길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1월 7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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