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닮은 듯 다른 SBS 새 주말 드라마
[TV를 보니: 10.1~10.8]

지난 2일 개최된 TV드라마계의 통합시상식 ‘2012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는 한국방송(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잔치였다. ‘국민 며느리’로 떠오른 김남주가 대상을 거머쥐었고 작품상과 작가상, 남자우수연기상,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부문상, 아역상까지 6관왕을 휩쓸었다. <넝쿨당>은 능력 있는 외주제작사 피디(PD)이자 똑 부러진 며느리 차윤희 역을 맡은 김남주의 열연 덕분에 ‘시월드’(시댁)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인기몰이를 했다. 평균 시청률 35.9%를 기록하며 올해 3/4분기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AGB닐슨미디어 10월9일 발표). <넝쿨당>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자 마치 이를 벤치마킹이라도 한 듯한 주말 드라마가 등장했다. 서울방송(SBS)에서 새로 시작한 <내 사랑 나비부인>이 바로 그 드라마다. 시월드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주인공이 방송계에서 일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 제 2의<넝쿨당>, 염정아의 연기변신, 문은아표 드라마. 이 모두가 <내사랑 나비부인>의 수식어다. ⓒ SBS
▲ 방영 중인 SBS <내사랑 나비부인>의 '원조'격인 KBS <넝쿨째 굴러 온 당신>. 지난 9월 9일 최종회에서 시청률 45.3%(AGB닐슨 제공)를 기록했다. ⓒ KBS
가족 없는 남자로 알고 ‘얼씨구나’ 결혼했더니

여기 직업, 성격, 외모 등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남자가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 남자, 부모님도 없단다. 시월드가 없다는 말에 여자는 쾌재를 부른다. 그렇게 한 결혼.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시댁이 나타났다. 입양아 출신 남자가 뒤늦게 친부모를 찾은 <넝쿨당>의 스토리와 전개가 비슷하다. <넝쿨당>에 차윤희가 있었다면 <나비부인>에는 남나비(염정아 분)가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닮은 듯 다르게 전개된다. 여주인공 남나비는 <넝쿨당>의 당찬 그녀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염정아가 연기하는 남나비는 대한민국 톱스타이긴 한데 연기력은 형편없는 ‘발연기 전문’ 여배우다. 거기다 ‘된장은 냄새나서 못 먹겠다’는 발언으로 ‘10만 안티’를 양성해낸 바 있다. 연기력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유명 감독에게 출연을 제안했다가 주인공이 아닌 조연을 맡으라는 얘기를 듣는다. 거기다 주인공은 새파란 후배 연지연(이희진)이란다. 속이 상하다 못해 급기야 분노 폭발. 이런 상황에서 잡았던 운전대에는 음주운전자라는 주홍글씨가 남는다. 빼어난 외모 덕에 들어오던 광고 출연마저 이 사고로 끊겨버린 나비는 도망치듯 출국길에 오른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성공한 교포사업가 김정욱(김성수)과 드라마 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다. 김정욱 역시 <넝쿨당>의 방귀남(유준상) 못잖은 ‘완벽남’이었다.

그러나 이 환상적인 결혼 생활은 곧 종지부를 찍을 듯하다. 김정욱은 과거 새아버지의 돈을 들고 튄 전력이 있는 남자. <넝쿨당>과 평행을 이루듯 <나비부인>에서도 새색시 나비는 곧 험난한 시월드에서 고군분투를 시작할 참이다. 다만 이제부터 남나비가 맞닥뜨리게 될 시월드가 <넝쿨당> 차윤희의 그것과 얼마나 다를지는 지켜볼 일이다.

▲ '고고함', '세련됨', '아름다움' 으로 통하던 배우 염정아가 이제는 '코믹', '발연기', '개념없음'의 배우 남나비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 SBS

<나비부인>은 <넝쿨당>의 강력한 후광을 업고 가는 형세지만 <넝쿨당>과는 또 다른 볼거리도 쏠쏠하다. 톱스타에서 밑바닥으로 추락한 남나비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있고, 이를 연기하는 염정아의 변신도 놀랍다. 극 중 남나비와는 달리 실제 연기자 염정아는 ‘팔색조 연기’를 펼치는 특급 연기파의 저력을 드러낸다. 최근 개봉한 영화 <간첩>에서 간첩이자 ‘싱글맘’으로 호연을 펼치더니 <나비부인>에서는 앞뒤 가리지 않고 ‘망가짐’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극중 남나비는 시청자들이 도저히 애정을 줄 수 없는 꼴불견 ‘민폐녀’. 그런데 그 역할을 염정아라는 명품 배우가 연기하면서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나비부인>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뺏는다면 그 공은 염정아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문은아표 드라마 이번에도 통할까?

<나비부인>의 극본은 <웃어라 동해야>, <너는 내 운명>(KBS) 등으로 ‘시청률 제조기’라 불렸던 문은아 작가가 맡았다. <넝쿨당>과 똑같은 설정 아니냐는 쓴소리를 듣고는 있으나 극의 진행 속도만큼은 <넝쿨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박진감 있는 전개에 몰입도가 한층 높아진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 노랫말 ‘빠름, 빠름, 빠름’이 들리는 듯하다.

드라마에 철학이 없다거나, 비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악평을 듣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미 KBS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다. 작가 문은아의 특기는 비틀기와 과장, 거기에다 사회풍자 코드를 슬쩍 더하는 솜씨다. 그게 <웃어라 동해야>, <너는 내 운명>에서 잘 발휘됐다. <나비부인>에서 톱스타 남나비가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불구속 입건되는 장면은 1년에 몇 번 쯤은 뉴스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행태와 ‘술 권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꼬집었다. 연기력은 형편없는 주제에 잘난 척하다 망가지는 남나비의 모습도 현재 우리 연예계의 누군가를 가리키는 듯한 풍자로 읽힌다. 

▲ '문은아표' 드라마와 명품배우들의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 SBS

비록 <넝쿨당>의 다른 버전이라는 비난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작가 문은아만의 색깔이 잘 펼쳐진다면 <나비부인>도 어느 정도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넝쿨당> 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첫 주 시청률은 6일 10.2%, 7일 9.9%(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기준)로 2주 앞서 방영을 시작한 동시간대 문화방송(MBC) 드라마 <아들 녀석들>(7.7%, 9.1%) 을 제쳤다. 지난 2월 25일 <넝쿨당>의 첫 회 시청률은 22.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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