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뉴스10>, 예능 방불케 하는 파격 진행에 논란
[TV를 보니: 9.17~9.23]

"통아저씨가 메인 뉴스에 등장한다고?”

강도상해 피의자 최갑복(50)이 유치장 배식구를 통해 탈주한 지난 17일 제이티비시(JTBC)의 밤 10시 뉴스 <뉴스10>은 예고편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상파TV를 비롯, 대부분의 언론이 비슷비슷하게 보도한 최갑복 탈주 사건을 JTBC는 한발 앞으로 나아가 만들었다. 탈주범이 빠져나간 가로 45, 세로 15cm의 배식구 모형을 만들어 직접 실험한 것이다. 처음엔 스태프와 기자들이 시도하다 실패하자 ‘유연성의 달인’으로 불리는 ‘통아저씨’ 이양승씨가 나와 머리를 우겨넣었다. 결과는 실패. 뉴스는 ‘통아저씨도 어려운 탈주, 몸집이 더 큰 최갑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날인 18일에는 진지한 뉴스 스튜디오에 아기 돼지가 출연했다. ‘맛 좋은 돼지 유전자(DNA)’를 한국 연구진이 발견했다는 뉴스를 전하면서 앵커가 앞에 돼지를 갖다놓고 쓰다듬으며 뉴스를 진행했던 것. 21일에는 스튜디오에 레드카펫을 깔아놓고 군복을 입은 모델들이 ‘군복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 <뉴스10>은 통아저씨 이양승 씨를 섭외해 ‘배식구 탈출’이 가능한지 실험해보였다. 이후 포털의 JTBC 연관검색어에는 ‘통아저씨’가 뜨기 시작했다. ⓒ JTBC 화면 갈무리

기자는 노래 부르고, 화면엔 가사 자막 

JTBC의 ‘튀는’ 보도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22일에는 기자가 직접 노래를 개사해 부르며 북한 관련 뉴스를 전했다.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말춤을 추는 그래픽 화면 아래쪽에 노래방처럼 가사 자막이 흘렀다. 태풍 볼라벤의 위력에 대해 보도할 때는 남자 기자가 자신의 몸을 밧줄로 칭칭 묶고는 “이렇게 몸을 묶어야만 간신히 서 있을 정도”라고 카메라 앞에서 외쳤다. 시청자 반응은 엇갈렸다. 방송사 공식계정의 유투브 동영상('北 정은스타일')에는 “대박이다. 훈장을 주고 싶다”(ID 퀘일레리), “최고다”(ID Jony Jung) 같은 호평과 함께 “뉴스가 예능이냐”(ID mmskhs99), “JTBC 시청률 올리려고 별짓 다하네. 망하는 소리가 들린다”(ID teknolozik) 등 비판도 적지 않다.

▲ 노래방을 떠올리게 하는 JTBC <뉴스10> 화면. 북한의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희화화했다. ⓒ JTBC 화면 갈무리

JTBC의 이런 파격적 행보는 극심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종편채널들의 처절한 몸부림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 눈물겨운 노력이 나름의 결실을 맺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개국 이후 저녁 메인 뉴스시간대 시청률에서 <뉴스10>은 4개 종편 채널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달에는 3주 연속 1% 이상의 시청률이 나오면서 주간 평균  1.15%를 기록하기도 했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유료방송채널 시청가구 기준)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의 시청률 1%는 매체력이 발생하는 출발점이자 광고유치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되는 지점으로 평가된다.

‘서커스 뉴스’ 되지 않게 공정성과 심층성 갖춰야

그러나 다매체 다채널 경쟁 시대에 어떻게든 화제를 만들고 지명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한편으로 <뉴스10>의 ‘튀는’ 진행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앞으로 모든 뉴스가 이렇게 ‘예능 스타일’로 대중의 흥미만을 쫓는다면 어떻게 될까. JTBC는 ‘12·19 대선’ 100일을 앞두고 대선주자 안철수의 단점을 부각시킨 보도로 ‘편파성이 지나치다’는 네티즌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다. 뉴스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흥미’에 치중한 행보가 계속된다면 보도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상파인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의 뉴스 프로그램도 채널 이미지와 함께 매우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MBC 주말뉴스데스크 최일구 앵커의 기발한 멘트도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JTBC 이규연 보도국장은 지난 4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특강에서 “콘텐츠 과잉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할 때 필요한 것은 차별화 전략” 이라며 “JTBC는 이런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JTBC는 그림뉴스와 카툰(cartoon)법정 뉴스 등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고, 일정 정도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앞으로 JTBC의 메인 뉴스가 ‘광대 뉴스’나 ‘서커스 뉴스’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고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뉴스’로 자리 잡으려면 뉴스의 심층성과 공정성을 위한 치열한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우리 뉴스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알리는 ‘티저 광고’ 정도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을 시청률 높이기의 주재료로 쓰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발로 뛰어 얻는 특종’ ‘심층성’ ‘공정한 시각’이라는 뉴스의 본질을 잊지 않는 JTBC의 <뉴스10>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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