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추천 좋은 기사] 제25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본상 수상작 – 중앙일보 ‘징벌인가 공정인가 - 대체복무 심층리포트’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5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법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고,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2심 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듬해 12월 국회는 대체역법을 만들었고, 2020년 10월부터 대체복무자들이 36개월 교도소 합숙 복무를 시작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는 도입 후에도 논란이 계속됐다. 현역병에 비해 두 배 긴 복무기간 등이 차별적이라는 비판과 현역 입소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팩플팀 여성국 기자와 기획취재국 이영근 기자는 법무부, 국방부, 병무청 등 관계 기관과 대체복무 대기자를 만나 취재했다. 또한 징병제 국가인 핀란드의 대체복무제도 등 해외 사례를 취재해 국내 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대체복무제 현황을 심층 분석한 중앙일보의 기획 기사는 2022년 8월 3일부터 7일까지 ‘징벌인가 공정인가 - 대체복무 심층리포트’라는 제목으로 5차례에 걸쳐 연재됐다. 이 보도는 ‘제25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본상을 수상했고, ‘제38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으로도 선정됐다.

`‘징벌인가 공정인가 - 대체복무 심층리포트’ 기획보도 첫 회가 실린 중앙일보의 2022년 8월 3일 지면. 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징벌인가 공정인가 - 대체복무 심층리포트’ 기획보도 첫 회가 실린 중앙일보의 2022년 8월 3일 지면. 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1편 ‘“아빠는 교도소에서 산다”’에서는 의정부교도소와 천안교도소에서 복무 중인 4명의 대체복무자와 교정본부 대체복무팀, 천안교도소 복무관리팀장 등을 인터뷰했다. 2편 ‘머나먼 길 - 대체복무자 심사에서 입소까지’에서는 대체복무 심사 절차와 과정을 살피고, 과도하게 긴 대기 기간 등 제도적 허점을 짚었다. 3편 ‘러시아 위협에 놓인 핀란드의 대체복무제는?’과 4편 ‘핀란드 보수·진보가 바라보는 대체복무제’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징병제 국가인 핀란드에서 대체복무제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도했다. 마지막 5편 ‘대체복무제 이대로 좋은가’에서는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제언을 보도했다.

다양한 이해 당사자를 꼼꼼히 취재하다

“현역병은 출·퇴근하며 복무하는 상근예비역 제도가 있는데 대체복무제는 없다. 현역과 사회복무 요원 규정 중 불리한 규정만 모은 제도 같다.”

당시 천안교도소에서 복무 중이던 박지훈 씨의 이야기다. 취재팀은 박 씨를 비롯해 대체복무 중인 사람들을 만났다. 대체복무자들의 나이와 가정 상황, 대체복무 선택 이유 등은 다양했다. 이들은 대체복무제의 징벌적 성격을 지적했다. 자녀가 있는 기혼 복무자의 출퇴근을 보장하는 상근예비역 제도나 병역판정검사 4급으로 공익근무를 하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기간이 과도하게 길고 불필요한 합숙을 강제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취재팀은 법무부 교정본부 대체복무팀과 천안교도소 복무관리팀장을 만나 대체복무자를 배치하고 관리하는 일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그 가운데는 대체복무요원으로 편입된 뒤에도 대체복무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고충도 있었다. 실제로 대체복무제 도입 이후 제도의 징벌적 성격을 이유로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2022년 8월 보도 당시를 기준으로 대체역법과 관련한 헌법소원이 47건 접수됐는데, 보도 시점부터 약 1년 3개월이 지난 2023년 11월을 기준으로는 약 100여 건의 헌법소원이 계류돼 있다.

핀란드 사례를 통해 우리 제도의 문제점 지적

취재팀의 시선은 국내에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처럼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핀란드의 대체복무 현황을 취재했다. 핀란드를 찾아가 복무자와 관리자를 만났다. 핀란드 국방부 정책 담당자와 대체복무자 출신이자 대선 후보였던 헬싱키 부시장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핀란드에서는 돌봄 교사,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조건과 환경에서 대체복무제를 수행할 수 있다.

취재팀은 핀란드의 대체복무 현황을 꼼꼼히 살폈다. 핀란드에서는 교육, 의료,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체복무가 가능하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취재팀은 핀란드의 대체복무 현황을 꼼꼼히 살폈다. 핀란드에서는 교육, 의료,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체복무가 가능하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취재팀은 해외 대체복무제도를 종합해 한국과 비교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취재팀은 해외 대체복무제도를 종합해 한국과 비교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대체복무제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다

취재팀은 박문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실장, 강태경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재석 대체역 심사위 비상임위원 등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꼼꼼히 보도했다. 이들 모두 대체복무제 관련 연구나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기사에선 복무기간, 강제 합숙 등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전문가가 제시한 대안을 폭넓게 담았다.

이 보도를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대체복무제 도입 과정부터 지적된 ‘징벌적 성격’과 ‘단일 복무지’ 등 다양한 문제를 복무 중인 당사자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 시민단체, 학계 등 깊이 있는 조사를 통해 입체적으로 드러냈다”며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편견을 팩트체크하고, 해외 현지 취재를 통해 현 제도의 개선점까지 제안했다”고 시상이유를 밝혔다.

여성국 중앙일보 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사이트에 실린 이달의 기자상 수상 소감에서 “좌우를 떠나 안보와 인권, 신념과 병역이 조화로운 대체복무제도를 위한 사회적 토론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중앙일보>의 '대체복무 심층리포트' 연재 기사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는 좋은 기사들이 있다. 저널리즘의 이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여전히 언론에 희망이 있음을 증명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꿈꾸고, 독자는 그런 기사를 기다린다. <단비뉴스>는 2000년대 이후 국내외 주요 기자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자와 독자에게 두루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기사를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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