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강조하다 시청자 불편하게 하는 <도전! 수퍼모델코리아3>
[TV를 보니: 9. 11~9.18]

국내 케이블에서 방영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외국 포맷(형식)을 수입한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 이름 뒤에 ‘코리아(KOREA)'가 붙은 것은 대개 외국에서 인기를 모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포맷을 수입해 만든 경우다. 최근 종영한 엠넷의 <보이스 오브 코리아>,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 올리브의 <마스터 쉐프 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시청률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해외에서 이미 성공한 프로그램 포맷을 바탕으로 음악, 패션디자인, 요리 등 각 분야별 ‘전문성’과 ‘도전자들의 ‘경쟁’을 재미있게 풀어내 인기를 얻었다.

▲ 매주 경쟁을 통해 순위를 매기고 탈락자를 가려내는 <도전! 수퍼모델코리아3> ⓒ 온스타일 화면 갈무리

지난 7월 시작한 온스타일의 <도전! 수퍼모델코리아3>도 미국의 인기 서바이벌 리얼리티 <아메리카즈 넥스트 톱 모델(Ameica's Next Top Model)>의 포맷을 수입했다. 1,000명의 모델 지망생 중에서 선발된 18명의 도전자들이 매주 한 명씩 탈락하는 치열한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으려 이를 악물고 경쟁한다. 최종 우승자는 상금 1억 원과 세계적인 모델 에이전시 계약 등을 거머쥐며 차세대 톱모델의 자리를 약속 받는다. 지난 15일 방송 후 남은 후보는 이제 단 6명. 인원이 줄어들수록 1등과 탈락자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되고, 예민해진 모델들의 신경전도 더욱 팽팽해진다.

도전자들 갈등 부추기는 제작진

이처럼 생존과 탈락을 두고 벌어지는 도전자들의 경쟁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요즘 <수퍼모델>은 경쟁구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지나쳐 도전자들 간의 갈등을 너무 부각시킨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물론 지난 시즌에서 ‘불꽃 꼬마’와 ‘일진 4인방 언니들’의 다툼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거기서 재미를 본 때문인지 제작진은 매회 에피소드마다 도전자들의 불만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상대방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등 노골적으로 갈등을 연출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 도전자들의 갈등은 '진실게임'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 온스타일 화면 갈무리

지난 15일 방송분에서는  해외 촬영에 나선 모델들이 한 사람씩 불만을 털어놓는 ‘진실게임’을 벌였는데, 다음날 도전자 김진경(16)이 “진실게임을 왜 했는지 모르겠어요”라며 불편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나 보이는 ‘진실게임’코너는 터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갈등을 표출하기 위한 설정으로 보였다.

그러다 보니 출연자들은 서로 미워하거나 무시하는 비인격적인 모습을 노출하게 된다. 서로 물어뜯고 뒤통수를 치는 도전자들의 행태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불편하다. 방영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진짜 성격 좋고 인성 좋은 애는 단 한 명도 없이, 전부 깔아뭉개고 미워하고, 선의의 경쟁은 찾아 볼 수 없고...”(csj6001)처럼 출연자의 행태를 비난하는 의견이 많이 올라온다. 또 “제작진이 은근 더 이간질하고 조장하는 느낌... 왜 이렇게 수준 떨어지게 노나요”(minppu)처럼 의도적인 연출을 질타하는 의견도 많다.

시청자는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한다

▲ 방송에서 순위를 정하는 심사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과정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 온스타일 화면 갈무리

이번 시즌의 <수퍼모델>은 이전에 비해 도전자들의 실력 향상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심사위원들이 실력에 대해 평가할 때를 제외하면 그녀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연습하는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영상과 설명은 거의 없다. 대신에 시청자들은 도전자들이 다른 도전자를 험담하는 모습이나 “너 싫어!”라고 소리치는 노골적 인신공격을 지켜봐야 한다.

대부분의 오디션(경연)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도전하는 과정을 담는다.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이 최선을 다해 미션을 통과하고 한발 한발 성공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하고 즐거워한다. 살아남은 사람, 마침내 우승한 도전자를 바라보며 대리만족할 수도 있고, 탈락하는 사람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자신을 위안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갈등 에피소드는 의도된 설정이 아닌 진실을 드러내는 장면에 국한해야 하며, 프로그램에 맛을 더하는 약간의 조미료 역할에 그쳐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면 선의의 경쟁과 노력하는 과정을 더 많이 담아야 한다.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을 담은 프로그램이 주재료의 맛을 잃고 느끼해진 ‘조미료탕’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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