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우 이병헌과 자연인 이병헌...그 차이를 묻다

▲ 영화<광해>에서 광해 및 하선 1인2역을 맡아 열연을 한 배우 이병헌이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매력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일이라지만 힘든 건 사실이다. 물론 작품을 새로 소개하는 데 있어서 필수 코스라지만 하루에 8시간씩 일주일을 서로 다른 인터뷰를 한다는 건 대단한 내공이 아니면 견디기 어려운 일임엔 틀림없다.

연기 인생 21년의 이병헌은 그런 면에서 프로였다. 지난 주말(9일)까지 이어졌던 강행군에 지친 기색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생동감 있었다. 그의 눈빛과 불뚝불뚝 화가 나 있는 팔뚝을 보니 당장 톰 하디나, 맷 데이먼과 팔씨름을 붙여도 손색없을 것만 같았다. 그전에 내가 먼저 도전해보고 싶었다. 도전! (1000곡)...

가을남자 아닌 장마 남자 이병헌...회포는 친구들과 푼다

커피 하면 배우 안성기가 떠오르고 화장품 하면 배우 이미연이 떠올랐던 시절이 있었다. 이에 빗대면 이병헌! 하면 왠지 가을이 어울릴 법했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하늘이 제법 높아진 최근의 날씨를 보며 이병헌에게 물었다.

- 혹시 특별히 타는 계절이 있나요. 보통 남자는 가을에 정신 줄을 놓곤 하는데 언제 가장 감상적이 되는지.
"나는 가을보다 장마를 더 타요. 그 비가 막 오는 기간 있잖아요. 적당히 내리는 비 말고 퍼부을 때. 그때 좀 그렇게 되던데? 아, 물론 가뭄이 심할 때 그런 비가 필요하지만 별개로 기분만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 혹시 그때 특별히 하는 행동은 없어요. 예를 들면 밖으로 뛰쳐나간다거나.
"그런 비가 오면 나름 비를 즐기는 분도 있는데 제 경우엔 그냥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가 되더라고요(웃음)."

- 연예계에서 나름 인맥이 굵은 걸로 유명합니다. 호방한 성격 탓에 동료나 후배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 받을 거 같아요.
"사실 원래는 작품을 끝내고 회포를 푸는 친구들 중에선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많아요. 함께 술을 마시는 멤버들이죠. 같은 일을 하는 이쪽에선 기본적으론 배우들과 친하죠. 누가 있을까요. 이범수나 신하균, 그리고 윤제문, 류승룡 정도? 가끔 술 먹고 전화하는 친구들이에요."

- 이렇게 꾸준하게 연기를 해오다 보면 흔들릴 때도 많잖아요. 지금까지 하고 있다는 건 나름 확고한 중심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혹시 철칙으로 삼고 있는 불문율 같은 게 있는지.
"이렇게 지내다보면 또 한 살이라도 더 많은 선배에게 보통 얘기를 듣게 되잖아요. 어떤 선배가 그런 말씀을 했어요. '병헌아 넌 맑은 날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은 자연의 이치야'라고요. 계절은 정해져 있는 자연의 이치란 말이죠.

그러시면서 제게 '왜 항상 맑기를 바라느냐. 맑은 날을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삶에서 가을과 겨울이 있는 것 또한 너무 잊고 지내지 마라'고 하셨죠. 이런 생각으로 지내면 겨울과 같은 혹독한 상황 견딜 수 있다는 조언이었는데 너무 도움이 되는 말이었어요."

- 참 좋은 말이군요. 저 같은 경우엔 대학생 때 폴 발레리였나? 왜 이런 말 있잖아요.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요. 이걸로 좀 밀었죠.
"아! 나 그거 알아요. 화장실에서 본 거 같아(웃음)."  

▲ 영화<광해>에서 광해 및 하선 1인2역을 맡아 열연을 한 배우 이병헌이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매력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병헌과 언론...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불가결 조건

아무래도 해당 배우가 톱스타라는 점을 증명하는 가장 원초적인 잣대는 기사 량에 있을 거다. 하루에 관련한 기사가 몇 개나 나오는지 달리는 댓글은 어느 정도인지 말이다. 기사의 질이나 성격, 어조 등은 스타에 대한 호불호를 가늠하게 하기도 하지만 일단 기사 노출이 많다는 것 그만큼 '핫'하다는 것이다.

- 최근에 공개 연애까지 하면서 이병헌은 단연 뜨거운 이름 중 하납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인데 언론의 반응을 챙기는 편인지.
"요즘처럼 이렇게 많은 인터뷰를 할 땐 다는 못 봐요. 매체 당 한 시간이면 정말 길게 얘기하는 거잖아요. 게다가 <광해>를 소재로 하는 얘기니 다 비슷할 것이고요. 그래도 간혹 찾아보긴 해요."

- 과도한 반응에 상처를 입을 법도 합니다. 특히 매번 비슷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격적 질문도 있을 테고. 그래도 그 중에서 감동이 되는 인터뷰가 있었겠죠?
"저와 대화를 하지만 마치 제3자가 빠져나와서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인터뷰가 있어요. 물론 기사도 좋아서 감동을 했죠. 어떤 분은 <광해>에서 저를 두고 1인 2역이 아닌 4역이었다면서 설명하는 기자도 있었어요. 인상 깊게 그 글을 읽었죠.

제 입장에서 내 이야기를 막 쏟아내잖아요. 그 이야기의 의도와 중심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야기 의도는 뒷전이고 내가 말한 단어와 어미까지 그대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있는 거 같아요. 그걸 꿰뚫어 보시고 담아주시면 감사하죠."

▲ <광해: 왕이 된 남자> ⓒ CJ 엔터테인먼트


* 이 글은 오마이스타 이정민 기자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중인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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