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런던] 메달권 경기 아직도 많이 남았네

8월 한여름, 밤의 열기가 낮보다 뜨겁다. 열대야에 올림픽 열기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저녁 5시 반에 시작한 유도는 자정이 돼야 최종 승자가 가려진다. 박태환의 물살은 한국 시각으로 새벽 3시에 감상할 수 있다. 다음날 아침이면 밤새 경기 결과와 선수들 이름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올라있고 온•오프라인 망라하고 많은 국민들이 올림픽에 빠져 있다.

▲ 여자 펜싱 최초로 단체 메달을 획득한 플뢰레 선수들(정길옥 오하나 전희숙 남현희).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런던올림픽 개막 일주일째, 메달 레이스는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오심과 부상으로 강자들이 탈락하고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선수들이 메달을 따니 TV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이쯤에서 메달 획득 상황을 점검해보면, 원래 예측은 단순한 기대 수준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예상치 못한 결과, 하루는 웃고 하루는 울고

실격과 번복이라는 올림픽사에 남을 사건의 희생양이 된 박태환이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펜싱 대표팀 맏언니 남현희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에 역전패당해 4위로 개인전을 마쳤고 최병철은 세 번째 올림픽 출전에서 12년간 끊긴 남자 펜싱에 메달을 안겼다. 정진선이 개인 에페에서 동메달을 추가했고, 숨어있던 미녀 검객 김지연이 비수를 날려 여자 최초로 펜싱 금메달을 노획했다. 플뢰레 여자 단체전에서 하나의 동메달이 추가됐다. 펜싱 단체전에서 메달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궁 남자 단체팀의 올림픽 4연패 기록은 좌절됐고, 여자 단체팀은 7연패 위업을 이뤘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양궁 단체전이 도입된 이래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여자 단체와 더불어 여자 개인전 금메달도 늘 우리 차지였는데 그 기록이 베이징에서 깨졌다. 당시 중국에 석패해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던 여자 개인전에서는 막내 기보배가 연금술사처럼 은을 금으로 바꿔놓았다. 50m 권총이 주종목인 진종오는 먼저 10m 공기권총에서 금빛 신호탄을 쐈다. 한국의 런던올림픽 첫 메달이었다. 김장미는 여자 권총 선수 중 첫 금메달 저격수였다.

▲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 리스트 기보배 선수. 단체전에 이어 올림픽 2관왕을 차지했다.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심판 판정으로 아쉬움을 남긴 경기도 있었다. 유도 66kg급에 출전한 조준호는 심판위원장이 개입한 판정 번복으로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고, 왕기춘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4위에 머물러야 했다. 노메달 위기에 빠진 유도팀을 구한 건 김재범이었다. 4년 전 자신에게 은메달을 안긴 올레 비쇼프(독일)를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그는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쳐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금메달은 사나이도 울렸다. 유도 90kg에 출전한 송대남이 금메달을 확정 짓고 감독 품에 안겨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인상 2차 시기 도중 오른쪽 팔꿈치가 뒤로 젖혀지는 부상을 당해 기권한 사재혁은 올림픽 2연패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회 7일째 금메달 7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로 중국, 미국에 이어 종합 3위에 오른 한국은 ‘10-10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 내 진입)’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다.

몸풀기 끝난 선수단, 본격 메달 사냥 나선다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다. 200m 결승전을 치르고 이틀간 체력을 끌어올린 박태환이 오늘 저녁 6시59분, 자유형 1500m 예선에 출전한다. 1500m가 주종목이었던 박태환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단거리에 주력했다. 마음을 비우고 출전하는 1500m에서 판정 번복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까? 결승전은 5일 새벽 3시36분에 열린다.

스페인(세계랭킹 16위)과 덴마크(6위)를 이기고 강호 노르웨이(5위)와 비긴 여자 핸드볼팀(8위)은 3일 오후 7시15분 프랑스(11위), 5일 오후 5시30분 스웨덴(19위)과 예선전을 치른다. 죽음의 조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팀의 무패 행진이 결승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 지난 3일 런던 코퍼 박스(Copper Box)에서 열린 조별리그 경기에서 한국과 덴마크가 맞붙었다. 결과는 25-24, 한국 승.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여자 에페 단체전 8강 시합은 4일 오후 6시30분에 시작된다. 끝나지 않은 1초에 억울한 패배를 당한 신아람이 마음을 가다듬고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가봉전을 무승부로 마치고 조2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남자 축구팀은 5일 새벽 3시30분 개최국 영국과 8강전을 치른다. 홍명보호의 마지막 여정이 해피엔딩으로 장식될 수 있을지 국민들 관심이 뜨겁다.

일요일이 ‘황금휴일’ 될까… 박태환 장미란 이용대 등 도전

한국인에게 런던올림픽 하이라이트는 일요일이 될 듯하다. 박태환, 진종오, 이용대, 장미란이 올림픽 2연패에 나선다. 오전 3시36분, 박태환의 1500m 결승을 시작으로 오후 5시 50m 권총에 진종오가 출전한다. 오후 9시, 이용대-정재성이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전에 출전해 금빛 스매싱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미란이 출전하는 역도 75kg 이상급 결승전은 밤 11시30분에 열린다. 4년 전 적수가 없어 세계 신기록 경신을 목표로 출전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회에는 저우루루(중국)와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 등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 장미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달 욕심보다는 자신이 목표한 기록을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연습했다는 장미란은 경기가 끝나고 목표 달성 여부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은 베이징 올림픽의 노메달 아픔을 잊지 않았다.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정지현은 명예로운 마무리를 위해 절치부심했다. 6일 밤 9시,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 정지현의 설욕전이 시작된다.

같은 날 11시41분,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위해 양학선이 도약한다.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딴 신기술 ‘Yang Hak Seon(양1)’을 뛰지 않고도 예선 2위로 결선행을 확정지었다. ‘양1’은 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3바퀴(1080도)를 도는 기술로 국제체조연맹(FIG) 채점 규정집에 오른 기술 중 가장 난도가 높다. 2011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에서 처음 선보인 이 기술(7.4점)이 올림픽 무대에서 성공하면 금메달은 물론이고 체조사에도 한 획을 그을 전망이다.

▲ 태권도 경기가 열리는 엑셀 런던 경기장(ExCeL London).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태권도 훈남’ 이대훈은 8일 오후 5시15분, 58kg 이하급 예선에 출전한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63kg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이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하면 제2의 이용대, 또 한 명의 올림픽 스타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결승은 9일 오전 6시30분에 열린다.

기계체조, 복싱… 메달로 제2의 전성기 준비

1992 바르셀로나 이후 16년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한국의 리듬체조는 4년 전 신수지의 베이징올림픽 출전 자체가 하나의 성과로 평가받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손연재는 신수지가 세운 본선 12위 기록을 뛰어 넘어 개인결선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손연재의 연기는 9, 10일 이틀간 오후 8시에 펼쳐진다. 예선에서 개인종합 10위 이내에 들면 손연재는 11일 오후 9시30분 결승 무대에 서게 된다.

학창 시절 ‘트러블 메이커’였던 신종훈은 대회 마지막 날 열리는 복싱 라이트플라이급(49kg이하)에 출전해 대형 사고를 칠 전망이다. 24년 만에 복싱 금메달을 안겨줄 기대주 신종훈은 지옥 훈련조차 감사한 마음으로 이겨냈다. 천진한 얼굴 뒤에 금빛 주먹을 숨기고 있는 신종훈은 세계 랭킹 1위의 실력을 올림픽 무대에서 유감없이 뽐낼 예정이다. 대회 마지막 금메달은 태권도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12일 오전 6시15분에 열리는 여자 67kg 결승에 이인종, 남자 80kg 결승에 차동민이 출전해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메달권 종목만 챙겨봐도 하루가 바쁘다. 런던의 하루는 더 바쁘다. 관심에서는 약간 비껴있지만 근대5종, 배구, 사이클, 요트, 육상, 조정, 탁구, 트라이애슬론, 하키 등 총 22개 종목 245명의 한국 선수가 각개약진을 하고 있다. 그들이 어느 선까지 진출할지 아무도 모른다. 국민들도 선수 못지 않은 설렘과 희열 또는 안타까움으로 한여름 밤을 지새운다. 이 무더운 밤 어느 구름이 또 시원한 비를 내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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