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문화제, "KBS를 지키자" 물결 넘실

KBS 새 노조가 '공정 방송 쟁취'를 내걸고 파업을 시작한 지 보름 째인 15일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또 한 번 촛불이 켜졌다.  지난 7일에 이어 두번 째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KBS 개념 탑재의 밤’에 언론노조와 시민단체  관계자, 대학생 등 2천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파업을 응원한 것이다.  
 

▲ ‘시민과 함께하는 KBS 개념탑재의 밤' 2차 문화제에서 조합원과 시민들이 'KBS를 살리겠습니다'라는 수건을 일제히 들어보이고 있다. ⓒ이승환


이날 오후 6시 무렵부터  KBS본관 앞 계단 ‘근처’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원래 집회가 예정됐던 계단은 이미 회사측이 종려나무 화분 30개로 점거하고 입구에는 청경을 배치해 진입이 어려웠다. 그러나 노조원과 시민들은 대여섯 명씩 한 줄이 돼 KBS 본관 입구 앞 인도에 질서있게 자리 잡았다.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흐르는 땀을 훔쳐내고 ‘KBS를 살리겠습니다’라고 쓰인 머리끈을 이마에 동여맸다. 

30도 무더위도 막지 못한 시민들의 열정

 

대열 한 켠으론 시민과 함께 하는 파업 백일장도 열렸다. ‘쪽팔리지 않기 위한 당연한 행동이다' ‘대학생도 응원합니다. 새 노조 파이팅!' ‘등불같은 KBS, 예비언론인에게 희망이 되어 달라’ 등 갖가지 구호가 적인 형형색색의 종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 시민과 함께 하는 파업 백일장에 메모를 남기는 시민들. ⓒ이승환


오후 7시, 문화제 개막이 선언되자 노조원과 시민들이 우렁찬 함성으로 화답했다. ‘개념 가수 1호’로 소개된 가수 아웃사이더의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고 신나는 노래가 흐르자 박수를 치며 몸을 흔드는 사람도 많았다.  인천에서 온 김예솔(19)양은 “생각했던 파업과 너무 다르다"며  "이렇게 재밌는 집회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초청 가수들의 오프닝무대가 끝나자 엄경철 언론노조 KBS 본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권력은 항상 KBS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며 “KBS 노조원들이 어떤 권력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불가침의 전통을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KBS 새 노조는 이날 시민들에게 미리 나눠준 <파업특보>를 통해 "공영 방송의 독립성과 저널리즘이 무너지고 있는 KBS는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 될 수 없다"며 "상식이 거부당하고, 영혼이 짓밟히는 KBS를 다시 살리기 위해 총파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문화제 내내 뒷줄에서 'KBS노조를 지지한다'는 구호를 들고 있던 40대 한 시민은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국민을 위한 방송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니 고맙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KBS 스포츠국 이태웅(34) PD도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한 적도 있는데, 문화제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KBS에 너무 많이 등장하는 인물 '화이트 리스트' 폭로 
 

▲ 한 시민이 '불의와 부정에 당당히 맞서는 KBS 새 노조를 지지한다'고 적힌 스케치북과 촛불을 들고 서 있다. ⓒ이승환

이날 행사에서는 기획제작국 소속 PD 조합원들이 준비한 <추적 6분>등 패러디물들이 큰 인기를 모았다.  K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을 흉내 낸 <추적 6분>은  조합원들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 사장님과 대화를 시도하지만 대답이 없는 상황 등을 코믹하게 그려내 박수와 웃음을 이끌어냈다. 아나운서 조합원들이 만든 '비인간극장-인규씨의 하루' 도 '감봉 이계월 선생의 한시'등 풍자적 내용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저녁 9시 뉴스 시간에 맞춰 시작된 <파업뉘우스>에서는 'KBS에 너무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을 고발하는 '화이트 리스트'가 폭로돼 포복절도를 불렀다. 이 리스트에 오른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김인규 사장,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이었다. 행사의 절정은 라디오 PD들로 구성된 밴드 ‘파업 장기화와 몰골들’이 무대에 올랐을 때였다.  <담배가게 아가씨>를 개사한 <개념광장 아가씨> 의 마지막 가사 "으다다다다다, 난 지금 투쟁하러 간다" 에서 청중의 환호는 하늘을 찔렀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개념 밴드' 언니네이발관 공연과 앵콜곡을  끝으로 밤 10시 쯤 문화제가 막을 내렸다. '국민이 사랑할 수 있는 공영방송 KBS'를 염원하는 마음과 함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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