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특집] 온라인시대 역사 돌아보기 ⑥ SNS 시대

이제 모든 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통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 때까지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SNS에 접속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외국인 친구와 페이스북에서 최신 음반 이야기를 나누고, 트위터에서 이외수, 공지영 같은 ‘파워 트위터리언’이 방금 한 말을 리트윗(전달)한다. 실제론 만나기 어려운 유명인들과 어렵지 않게 ‘트친(트위터친구)’, ‘페친(페이스북친구)’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SNS 홍보담당자를 따로 뽑을 정도로 산업 영역에서 SNS가 중요해졌고 연예인, 정치인도 앞 다투어 SNS 소통에 공을 들인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SNS발(發)’ 파도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 SNS는 이제 대부분의 영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되었다. ⓒ EBS

현재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SNS 1, 2위는 미국계 서비스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다. 미국 SNS 분석업체인 소셜베이커스와 국내 분석업체 오이코랩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 국내 가입자수는 2012년 상반기 현재 약 700만 명이고 트위터 가입자는 5월 기준 642만 명이다. ‘토종 SNS’도 열심히 추격하고 있다. 트위터와 비슷한 단문블로그 서비스인 엔에이치엔(NHN)사의 ‘미투데이’가 최근 가입자수 500만 명을 넘어섰고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요즘’이 100만 이용자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SNS이용자들은 하루 평균 약 50분, 즉 24시간 중 한 시간 가까이를 SNS 활동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 트위터 이용자 수는 2009년 이후 지금까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다. ⓒ 오이코랩

이렇게 모바일(이동성) 기반의 SNS가 급속히 확산된 데는 기술적 요인, 즉 스마트폰의 보급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주로 개인용컴퓨터(PC)를 통해 싸이월드 같은 국내 서비스를 활용하던 사용자들은 2007년 미국에서 출시된 '아이폰'이 2009년 말 국내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하자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모여들었다. 최근에는 사용자가 기업의 메시지를 알티(RT·의견첨부전달)할 때마다 기업이 일정액을 내는 방식의 ‘소셜 기부’나 대중이 SNS를 통해 후원금을 조성하는 ‘소셜 펀딩’이 활성화할 정도로 모바일 기반의 SNS가 진화하고 있다.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과 정치적 이유 등으로 무산됐던 강풀 원작의 ‘26년’이란 웹툰(인터넷만화)이 소셜 펀딩으로 제작을 재개하기도 했다. 

‘관계 확장의 고속도로’에 열광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왜 SNS에 열광할까.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11월 만 12~59세 스마트폰 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 하반기 스마트폰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약 4분의 3이 ‘친교와 교제(76.6%, 복수응답)’를 위해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개인적 관심사공유(52.9%)’, ‘취미·여가활동(38.7%) 순이었다.

▲ SNS 이용목적을 조사한 결과 친목도모를 위해 사용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 한국인터넷진흥원

하루에도 몇 번씩 틈날 때마다 페이스북을 확인한다는 대학생 김지훈(29)씨는 “SNS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라며 “2004년 입학생이지만 페이스북을 자주 하다보니 2012학번 후배들까지 다 알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최윤수(25·여)씨는 “페이스북으로 친구 이름을 검색했더니 예전에 이사하면서 연락이 끊겼던 일본 친구 계정이 바로 뜨더라”며 “덕분에 그 친구와 15년 만에 다시 만나서 밤새 살아온 얘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SNS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 페이스북은 친구를 찾고 메일로 친구를 초대하기도 쉽다. ⓒ 페이스북 화면캡처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인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는 페이스북 친구와 같은 관계를 ‘약한 연결(weak tie)’이라고 정의하면서 “매일 보는 동료나 가족보다 가끔 보는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중 55.6%가 새로운 직장에 대한 정보를 ‘어쩌다’ 만나는 사람(한 주에 2 번미만)으로부터 얻었다고 답했으며 27.8%는 ‘거의 만나지 않는’ 사이(1년에 한두 번)로부터 들었다고 답했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인 ‘강한 연대(strong ties)로’부터 새로운 직장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경우는 16.7%에 불과했다.

▲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신간 셰리 터클의 <외로워지는 사람들>.
반면 SNS의 급속한 확산이 인간관계에서 부작용을 낳는 데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나 손쉬운 관계 맺기가 ‘군중 속의 고독’처럼 사람들을 오히려 외롭게 만든다는 시각이다.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온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사회심리학자 셰리 터클 교수는 신간 <외로워지는 사람들(Alone together)>에서 “사람들이 바빠서 온라인을 이용한다지만 결국 서로 어울리는 시간은 적어지고 테크놀로지와 보내는 시간은 많아졌다”고 지적한다. 술자리에서도, 친구들을 만나서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모습은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영장류의 사교 행위를 연구한 논문에서 “인간의 뇌가 ‘가까운 인맥’으로 기억하는 사람의 숫자는 150명에 불과하다”며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SNS의 한계를 지적했다.

‘일상의 공유’와 ‘사생활 침해’는 동전의 양면

소통과 관계, 참여와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는 바로 ‘일상의 공유’다. 이제 사람들은 위치기반서비스(LBS)인 ‘포스퀘어’를 통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리고, 트위터와 접목한 사진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혼자 보기 아까운 사진들을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포스퀘어와 인스타그램을 모두 사용한다는 취업준비생 양창모(29)씨는 “친구들과 좋은 것을 같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또 내가 누구와 함께 어디에 가고 무엇을 봤는지 매일 기록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트위터와 클릭 한 번으로 연동돼 쓰기 편하다”며 “이런 SNS를 사용하다 보니 예전에 쓰던 일기장은 이제 거의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NS의 또 다른 장점은 일반인들의 사회적 참여를 활발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SNS를 통해 나이, 성별, 직업과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고, 다른 참여자들의 공감을 얻으면 큰 영향력도 발휘할 수 있다. 현실에서 대면하기 어려운 유명 정치인들과 서로 ‘맞팔(서로친구맺기)’을 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지난 4.11 총선때 서울대 조국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patriamea)를 통해 ‘투표 인증샷’을 찍어 보낸 사람들의 메시지를 일일이 RT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 RT와 멘션으로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조국 교수 트위터. ⓒ 트위터 화면캡처

튀니지와 이집트 등 중동·북아프리카에서 민주화 바람이 확산되는 데 SNS가 촉매역할을 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 당시 현지 시민들은 SNS를 통해 시위를 조직했고, 현장의 생생한 정보와 동영상 등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올려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SNS의 정치적 파급력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는 한때 SNS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거쳐 자유로운 활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공유’와 ‘참여’를 촉진하는 SNS의 순기능이 큰 반면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급속히 확산되거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의 신상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등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에 한 유명음식점 체인의 종업원이 임산부를 폭행했다고 소문나 해당 음식점체인의 매출이 일시적으로 급감했던 사건이 대표적. 당시 피해자라고 주장한 임산부의 일방적인 주장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됐으나 경찰 조사결과 허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페이스북에 ‘가족여행을 떠나 집을 비운다’는 정보를 올린 사용자가 빈집털이 피해를 입는 등 신상정보를 이용한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 과도한 일상의 공유는 사생활을 침해할 수도 있다. '휴가'로 검색한 트위터 화면. ⓒ 트위터 화면캡처

미국 CNN방송은 지난해 6월 한 프로그램에서 ‘페이스북 피로(facebook fatigue)’를 호소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편적이고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게 만드는 SNS에 피로감을 느끼고 탈퇴하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SNS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속성에 걸 맞는 소통의 수단으로서 앞으로 더욱 진화하고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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