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특집] 온라인시대 역사 돌아보기 ⑤ 1인 미디어

주말 전주 여행을 앞두고 한 포털 사이트에서 ‘전주 맛집’을 검색한다. 블로그 검색 결과가 무려 9,333건. 가장 먹음직스런 음식 사진들을 골라 경험자들의 후기를 꼼꼼히 읽는다. 마음속에 어느 어느 음식점을 들러야 할지 계획이 잡힌다. 여행을 다녀온 후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려 추억을 저장한다. 사진을 찍은 카메라도 전문 블로거(블로그 필자)의 평가를 보고 구입한 것이다. 가끔씩 잘못된 정보 때문에 쓴 맛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가장 폭넓고 요긴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개인 블로그다.

 

▲ 최초의 블로그로 알려진 미국 '스크립팅 뉴스'(좌)와 2001년 개설 돼 우리나라에 블로그를 알린 '웹로그 인 코리아' 화면(우) ⓒ 인터넷 화면 캡처

97년 미국에서 시작된 블로그는 ‘웹(web)’의 ‘비(b)’와 항해 일지를 뜻하는 ‘로그(log, logbook)’의 합성어다. 우리말로 풀자면 ‘인터넷 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블로그가 처음 알려진 것은 2001년 말 블로그 사용자들의 모임인 ‘웹로그 인 코리아(www.wik.ne.kr)’를 통해서였다. 줄여서 ‘위크’라고도 불렸던 이 사이트는 해외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이나 대학생들 중심으로 운영됐다. 이듬해 11월 기업형 블로그를 제공하는 ‘에이블클릭(www.blog.co.kr)’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3년부터는 한미르, 네이버, 엠파스, 다음 등이 뒤를 이어 포털 블로그가 확산됐다.

블로그는 개인 홈페이지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글을 작성하는 데 길이 등 제약이 별로 없어 누구든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개인 블로그 이용자가 늘면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생각을 전파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퍼블리즌(publizen)’이라는 말이 생겼다. 퍼블리즌은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통해 유명해지고 주목받기 위해 자신의 사생활까지도 기꺼이 공개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폭넓게 보급되면서 글 뿐 아니라 사진까지 동원해 자신을 표현하는 경향이 두드려졌다.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했고 2007년 하반기 이후엔 고성능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DSLR)가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온라인 상점 ‘인터파크’의 2001년 히트상품 1위도 디지털 카메라였다.

세계 어디든, 언제든 블로그는 ‘발신 중’

미국 뉴욕에서 어학연수 중인 박은현(26ㆍ여)씨는 국내에서 대학에 다니던 지난 2007년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다. 평소 사진 찍는 것과 포토샵(사진 각색)을 좋아했던 박씨는 틀이 짜져 있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보다 디자인까지 직접 꾸밀 수 있는 블로그가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녀의 블로그는 2007년 문화방송(MBC) 드라마 <이산>과 관련된 글로 네이버 메인페이지에 소개된 일이 있다. 박씨는 “그 때 기분은 정말 좋고 신기 했지만 검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니까 좀 더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로 드라마 등장인물들을 주제로 한 포스팅(블로그에 글 올리기)으로 인기를 끌었던 그녀는 요즘 미국 생활을 소재로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 우리나라 대표 블로그 사이트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이버, 싸이월드, 티스토리, 이글루스 ⓒ 인터넷 화면 캡처

블로그는 관심 분야의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에게 발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로그에 게시된 정보가 유용할 경우 공유기능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정글에 울리는 ‘타잔의 포효’처럼 단시간 내에 네트워크를 들썩이게 한다. 전통적 신문방송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수동적 정보수용자였던 개인들이 이제는 정보생산자로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1인 미디어 블로거로 ‘미디어몽구’를 꼽을 수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이름을 필명으로 쓴다는 ‘몽구’ 김정환씨는 영상 촬영 전문가다. 그는 시사 블로거로서 사회 현안과 관련된 생생한 현장 소식을 다룬다. 2005년 12월부터 블로그를 시작한 그는 ‘중요한 사안인데도 기존 언론들이 짧게 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 내용, 사회적으로 소외된 목소리 등을 전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가 2007년 3월에 쓴 ‘7명 위한 동춘 서커스단 감동 공연’ 기사가 대표적 사례다. ‘태양의 서커스’로 유명한 서커스단 ‘퀴담’의 내한으로 언론이 떠들썩할 무렵 그는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된 채 해체 위기에 놓인 동춘 서커스단을 찾아가 영상에 담았다. 그리고 ‘동춘 서커스단 살리기’ 운동도 벌였다. 2010년엔 국내 언론들이 취재하고도 쓰지 않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 관련 소송을 보도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수요집회, 광우병 촛불집회, 대학생 반값등록금집회 등의 현장에도 늘 그의 카메라가 출동했다.

포털 다음은 지난해 4월 '다음뷰(view)'의 독자 추천을 사상 최대로 받은 블로그 포스트가 미디어몽구의 ‘노무현 전 대통령 향한 김제동 어록 탄생’이라고 발표했다. 이 글은 29일 현재 4만6965회의 추천과 70만384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뷰는 인터넷 이용자 누구나 글과 사진을 보내고, 공유하고, 추천할 수 있도록 만든 오픈 플랫폼 서비스다. 여기에는 27만여 명의 블로거가 생활, 시사, 문화, 연예, 정보기술(IT), 과학,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하루 약 3만 건의 콘텐츠를 생산ㆍ공유하고 있다.

밥벌이 하는 파워 블로거, 상업 논리에 악용도

잘 나가는 ‘파워 블로거’는 돈도 많이 번다. ‘문성실의 이야기 있는 밥상’을 운영하는 문성실(37·여)씨는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직접 만든 요리 사진과 가족사진을 올려 또래 주부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그녀의 블로그를 구독 중인 사람은 10만4천여 명. 인기에 힘입어 2009년에는 <문성실의 냉장고 요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문씨는 요리관련 업체들로부터 수억 원대의 수수료 수입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니’라는 필명으로 미용에 관한  글을 쓰는 20대 여성 박혜민씨는 자신의 메이크업 노하우를 블로그에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녀의 장점은 메이크업 순서에 따라 구체적 요령을 담은 사진을 상세하게 올려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한 것. 200만이 넘는 방문자수를 기록한 그녀의 블로그 글도 2권의 책으로 나왔다. 

 

▲ 포털 사이트에서는 매년 영향력 있는 '파워 블로거'를 선정해 발표한다. ⓒ 인터넷 화면 캡처

지난 2003년부터 포털 사이트들은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블로그 중 글 게재횟수, 내용, 방문자, 댓글 등을 따져 매년 수백 명의 파워 블로거를 선정하고 있다. 파워 블로거가 되면  방문자가 더 급격히 늘어나 영향력이 커지고 구글의 ‘애드센스’나 다음의 ‘애드클릭’ 등 광고를 붙여 돈을 벌 수 있다. 이렇게 수익창출이 가능해지면서 블로그로 밥벌이를 하는 직업 블로거들도 꽤 생겼다.

기업과 정부도 ‘입 소문 효과’를 노리고 파워 블로거를 적극 활용한다. 기업들은 블로거를 제품 개발 등에 참여하는 ‘프로슈머(생산자 겸 소비자)’로 활용하면서 신제품을 홍보한다.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는 파워 블로거 초청 간담회, 블로거 기자단 선정 등을 통해 정책을 홍보하기도 한다. 지난 9일에도 환경부가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 내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연 저탄소 자동차 시승행사에 자동차 파워 블로거 20명이 참석해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렇게 블로그가 정보 공유를 넘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상업적으로 오염되고 있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가를 받고 홍보글을 써 주거나 영리 목적으로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인터넷에서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카페와 블로그를 점검해 47개 법위반 사업자를 제재했다. 특히 적발된 파워 블로거 중 7명은  특정제품의 공동구매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는데도 이런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지적됐다.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 ‘베비로즈’는 문제가 있는 오존세척기의 공동구매를 주도하고 수수료를 받았는데 소비자들이 호흡기 질환을 앓는 등 말썽이 생겼다.

 

▲ 파워 블로거 '베비로즈'의 무책임한 공동구매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카페를 만들어 항의하고 있다. ⓒ 인터넷 화면 캡처

또한 파워 블로거임을 내세우며 ‘가게 홍보를 해 주겠다’고 카페나 식당의 음식을 무료로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식당 주인들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하소연하고 있다.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요리사 에드워드 권(41)씨는 트위터에서 “지난해 8월 전화로 자신이 영향력 있는 음식 블로거라고 소개한 사람이 가게를 띄워 줄 테니 모임에 협찬을 해 달라고 요구해 정중하게 거절했는데 생각할수록 괘씸하다”고 말했다. 방송인 홍석천(41)씨는 지난해 7월 홍보 대가로 돈을 달라고 한 네티즌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악플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네이버 맛집 사이트 관리자에게 자신의 가게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네티즌들은 ‘파워’라는 이름을 남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블로거들을 ‘파워 블로거지’, ‘파워 장사꾼’이라고 꼬집고 있다.

일기장을 펼쳐 보이듯 일상을 공유하는 ‘싸이월드’ 

블로그가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는 ‘공적 공간’으로 기능했다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일기, 사진 등을 올려 친한 사람끼리만 공유하는 보다 ‘사적인 공간’으로 이용됐다. 2001년 9월부터 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가입자 수가 2011년 말 2600만 명을 기록, 국민 2명 중 1명이 이용한다고 할 만큼 범국민적인 1인 미디어로 성장했다.
 
싸이월드는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세태를 반영한다. 아바타(가상공간의 대역)인 ‘미니미(mini-me)’는 이름처럼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다. 자기 취향대로 옷을 입히거나 머리 모양을 바꿀 수 있고, 미니미가 사는 ‘미니룸(mini-room)’이라는 공간도 마음대로 디자인하고 장식할 수 있다. ‘스킨’이라고 불리는 미니홈피 배경화면과 배경음악까지 각자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개성 있게 꾸밀 수 있다.

 

▲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미니미, 미니룸, 배경화면, 배경음악, 메뉴 등을 개성에 따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 인터넷 화면 캡쳐

물론 나를 드러내는데 치러야할 비용이 있다. 바로 싸이월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 화폐 ‘도토리’로, 1개당 100원이다. 도토리가 있으면 미니미, 미니룸, 미니홈피 배경화면, 배경음악 등을 구입해 개성 있게 자기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다. 회사원 유성철(31)씨는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한 달에 만 원 넘게 쓴 적도 있었다”며 “옷이나 신발처럼 미니홈피도 나를 드러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멋있게 꾸미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싸이월드는 도토리 판매로 효과적인 수익모델을 개발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싸이월드 의 인기가 한창 높았던 2008년에 운영자인 SK커뮤니케이션즈의 전체 매출 2,190억 원 중 도토리 판매액이 773억 원으로 35%를 차지했다.

헤어진 애인은 ‘일촌’부터 끊고 

싸이월드의 핵심은 ‘일촌 맺기’에 있다. 카페나 클럽 형태의 홈페이지와 달리 싸이월드는 ‘나’를 중심으로 일촌들끼리 이어진 수평적 형태의 커뮤니티다. 일촌 맺기는 가족, 친구, 선후배 등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과 나를 잇는 일종의 ‘의식’이다. 일촌 여부로 친밀함의 정도를 증명할 수 있고, 일촌을 맺을 때 짓는 ‘일촌명’으로도 상대방과의 관계를 규정지을 수 있다. 일촌이 되면 다이어리, 사진, 동영상 등 게시물을 볼 수 있지만, 일촌이 아니면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개그맨 유세윤 등 2인조 그룹 유브이(UV)가 부른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이런 세태를 담고 있다.

“얼마 전에 너의 미니홈피 들어가 봤어. 사진이 보이지 않아 왜일까 생각해봤어. 맞아 너와 나는 일촌이 아니었어. 왜 나랑 일촌 끊었어?”

 

▲ '촌수' 개념을 도입해 회원 사이를 수평적으로 연결해주는 것이 싸이월드의 특징이다. ⓒ 인터넷 화면 캡쳐

연인들은 ‘로미오와 줄리엣’, ‘마님과 돌쇠’등과 같은 ‘닭살스런’ 일촌명으로 서로를 묶는다. 하지만 헤어지고 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일촌 끊기’다. 친구사이 역시 마찬가지로 소원해질 경우 일촌을 끊음으로써 관계를 정리한다. 대학원생 홍지애(25ㆍ여)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일촌이 끊긴 것을 보고 이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싸이 홈피를 통해 직접 만나기 어려운 연예인과의 의사소통도 쉬워졌다. 고등학생 윤보미(18ㆍ여)양은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과 일촌을 맺은 뒤 좀 더 특별한 사이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드러나지 않는 일상의 모습이나 사적인 이야기를 미니홈피를 통해 공개했고, 팬들은 거기에 열광했다. 배우 김규리, 이동욱 등은 미니홈피를 통해 광우병 사태 같은 사회적 현안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회참여 연예인을 의미하는 ‘소셜테이너’로서 행동한 셈이다.

방문자 수 늘리려 과장과 불법 행위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공개되는 방문자 수는 ‘인기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에도 여러 번 씩 배경화면을 꾸미고, 최신 가요로 배경음악을 바꾸면서 친구들의 방문을 유도하는 ‘싸이페인’들도 많았다. 때로는 이목을 끌기 위해 과장되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멀쩡히 살아있는 연예인에 대해 사망설을 퍼뜨리거나 재벌과의 결혼루머를 지어 내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05년에는 단지 ‘홈페이지를 꾸미기 위해’ 신생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학대한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린 간호조무사 이모씨 등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동안 미니홈피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고, 접속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금단 현상을 보이는 ‘싸이쟁이’, ‘싸이폐인’ 들이 생겨날 정도였지만 지금은 싸이월드가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월평균 1800만 명의 방문자수를 유지했지만 7월에 개인정보 3,500만 건이 대규모로 유출되는 사고가 난 후 1600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더욱 내리막길을 걷는 분위기다. 대학생 윤희창(23)씨는 “친구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옮겨가면서 나 역시 대세에 따라 싸이월드를 접었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이용자들이 싸이 홈피를 과거에 올린 사진을 저장해 두는 ‘보관함’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1년 전 미니홈피를 닫았다는 중학생 이가람(16)양은 “처음에는 일촌 맺는 재미로 미니홈피 운영에 적극적이었는데 매번 일기나 사진을 올리는 것이 지겨워졌다”며, “추억이 담긴 수백 장의 사진을 따로 옮기기 번거로워 탈퇴하지는 않고 저장만 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도토리 매출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도토리 판매액은 2009년 1,122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1년에는 921억 원으로 줄었다. 싸이월드는 최근 모바일 앱 서비스를 개선하고, 일촌 중심으로 선물가게 카테고리를 개편하는 등 다시 부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집단지성의 힘, 메타 블로그와 다음 아고라

상대적으로 일방통행 식이었던 ‘웹 1.0’시대에 이어 개방ㆍ참여ㆍ공유를 기본 정신으로 하는 ‘웹2.0’시대가 열리면서 인터넷은 ‘요란하게 읽고 쓰는 웹(wildly read-write Web)’으로 발전했다. 사람들은 인터넷의 특정 공간에 모여 와글와글 떠들면서 ‘집단지성의 힘’을 만들어내고 있다.

 

▲ 21세기 광장 '다음 아고라'에서는 오늘도 열띤 토론이 계속된다. ⓒ 인터넷 화면 캡처

다음뷰와 같이 개별 블로그를 하나로 묶은 블로그 포털 사이트를 ‘메타 블로그’라고 하는데 2004년 블로그 전문 기업인 ‘블로그칵테일’이 시작한 ‘올블로그’가 전문가 수준의 콘텐츠를 집결시킨 곳으로 평가받으면서 인기 메타 블로그로 부상했다. 올블로그는 지난 3월부터 경영상의 이유로 ‘위드블로그’와 통합됐다. 시민저널리즘을 지향하는 ‘100人(인) 닷컴’도 파워 블로거 100명이 만드는 뉴스로 채워져 일종의 대안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공개 게시판인 ‘다음 아고라’도 개인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광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네티즌 토론광장인 아고라는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촛불시위가 시작된 곳이자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경제 논객을 배출해 정부를 긴장시킨 공간이기도 하다. 포털 사이트에 정치색을 입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고라가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지금도 다음 아고라 토론 게시판에서는 ‘통합진보당을 버려야할까, 지켜야할까’, ‘포괄수가제 찬반’ 등 다양한 쟁점이 토론되고 있고, 청원 게시판에서는 ‘오원춘 살인사건 재수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앞 다투어 공감의 ‘클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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