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인터뷰]방송인 김미화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중인 김미화씨 ⓒMBC 자료사진
방송인 김미화씨가 ‘KBS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두 번째 홍역을 치르고 있다. 첫 번째는 지난 4월 ‘다큐 3일’의 나레이션(대사 진행)을 한 뒤 KBS 고위층에서 그녀의 출연에 제동을 걸었다는 소문이 났을 때다. 당시 ‘KBS 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한 윤도현, 김제동에 이어 퇴출 대상을 지목한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유야무야 됐다.

두 번째는 지난 6일 김미화씨 스스로가 문제 제기를 하면서 시작됐다. 트위터를 통해 “KBS에 출연금지 블랙리스트가 있어서 내가 출연을 못한다고 한다”며 “진상을 밝혀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KBS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미학자 진중권, 시사평론가 유창선, 배우 문성근 씨 등이 줄줄이 ‘나도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라고 나서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첫 번째 블랙리스트 논란 직후인 지난 5월 5일 서울 여의도 MBC 라디오 정보센터에서 김씨를 인터뷰했다. 블랙리스트 논란과 ‘좌파 연예인’ 시비에 휘말린 심경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시간 제약 때문에 미진했던 인터뷰를 좀 더 보완하기 위해 기회를 보고 있을 때, 두 번째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졌다. 이번에는 이메일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블랙리스트, 5월엔 “없다고 생각한다” 7월엔 “밝혀 달라”

그러나 첫 번째 블랙리스트 파문 직후, “그런 것(블랙리스트)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매우 조심스러웠던 김씨의 반응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당시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두 달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처음 그 말이 언론에 나왔을 때 믿지 않았던,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밝혀 달라’고 하기에 이른 것일까.

당시 인터뷰에서 김씨는 자신이 ‘좌파도 우파도 아닌 양파’이며, 자신에게 덧씌워진 이념의 굴레는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코미디언의 뿌리를 가진 자신이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뉴스도 쉽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라며,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말했다. 

-KBS에 김미화 씨 등을 포함한 퇴출대상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코멘트”라며 망설이다가) “블랙리스트,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저는 많은 섭외대상 가운데 한명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누군가 저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겠죠. 그뿐이라 생각해요. 아마도 이것을 누군가가 언론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실이 확장되고 왜곡되어 지금과 같은 논란이 생긴 것이겠죠.”

‘좌파 연예인’ 공격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의 편견

 ▲김미화씨는 최근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MBC 자료사진
 -‘좌파 연예인’이라는 등의 공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게,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생각이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그런 편견들이 생겨난 건 제가 시민단체(NGO)활동을 하고,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일 거예요. 세상이 변해서 남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고,  코미디언도 시사프로 진행자가 될 수 있었던 것뿐인데 말이에요. 사실 저는 이념이라고 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이념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그게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못 해요. 단지 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중 연예인일 뿐이고, 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고, 양파죠, 양파.(웃음) 하지만 그런 비난에 일희일비 하지 않아요. 그저 세상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어 주기를 바랄 뿐이죠.”

-촛불 집회를 포함해서 각종 집회 시위 현장에 자주 나갔다는 보도는 어떻게 된 것인가요?

“잘못된 보도에요. 저는 광우병 촛불 집회 등에 참여한 적이 없어요.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건 때에는 참여했었지만, 그때는 잘못된 한미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으로 인해 우리의 딸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기 위해 부모님들과 함께 했을 뿐이에요. 또 2003년에 이라크 파병 반대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는데, 마치 모든 집회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도가 되었더라고요.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그 정보가 또 다시 왜곡되다보니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걸 사실이라고 믿고 있네요. 그저 묵묵히 자기 일 열심히 하다보면 진실을 알아주겠죠.”

뉴스를 코미디처럼 쉽고 말랑말랑하게 전하고 싶다

▲MBC라디오 정보센터 앞에서 인터뷰 중인 김미화씨  ⓒ김지영
 - 데뷔는 코미디언으로 했지만, 지금은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 등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코미디와 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언론이요? 언론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웃음) 사실 저는 코미디와 언론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코미디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지만, 뉴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왜 뉴스는 항상 어렵고 딱딱할까?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뉴스도 코미디처럼 쉽고 말랑말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실험이었지만, 제 프로그램에서는 그게 통한 것 같아요. 청취자와 같은 입장에서 진행하고 질문했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를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었는데, 이전부터 기부활동을 꾸준히 해오셨나요?

“기부야 꾸준히 해왔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기부는 단순히 금전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물론 금전적인 기부도 포함되지만 제가 가진 재능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모든 활동이 기부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보다 돈을 조금 더 많이 벌 수 있는 것,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도 모두 제가 가진 재능이고 이런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거죠.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게 어떻게 보면 제 삶의 목표이기도 해요.”

김씨는 인터넷 언론사인 <독립신문>이 자신을 ‘좌빨’, ‘친노 연예인’, ‘정신 나간 여자’ 등으로 비난하고, 광우병 촛불집회 등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보도한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 지난 2월 1심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고등법원에서의 재판 등 골치 아픈 과정이 아직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경찰의 피고소인 조사까지 받게 됐다. 그러나 매일 저녁, 그녀는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씩씩하게 진행한다. ‘코미디처럼 말랑말랑하고 쉬운 뉴스’를 안방에 배달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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