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고 협력하고 반전 거듭하는 게임에 ‘슈퍼스타’ 효과까지
[TV를 보니:5.14~20]

‘글로벌 축구스타’ 박지성(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TV 예능프로그램에 처음 등장했다. 지난 20일 저녁 방송된 에스비에스(SBS)의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출연진에게 ‘스페셜 미션(특수 임무)’을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박지성이 예능에 나온다는 사실 만으로도 시청률 상승은 예고된 일. 여기에 ‘숨어 있는 런닝맨을 찾아라’ 미션을 수행한 유재석, 김종국 등 출연진의 좌충우돌 활약상이 흥미를 더하면서 이날 <런닝맨>은 19.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의 압도적인 동시간대 1위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국방송(KBS)2 <해피선데이 - 1박2일>의 11.3%, 문화방송(MBC) <우리들의 일밤 - 나는 가수다2>의 6.9%를 크게 앞질렀고 그 전 주의 자체 시청률 17%보다도 2%포인트 오른 기록이었다.

▲ 지난 20일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는 박지성이 예능에 첫 출연해 시청자와 출연진들을 놀라게 했다. ⓒ SBS

쫒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사실 2010년 7월에 시작된 <런닝맨>은 초기에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특별한 장소에서 펼치는 추격전’이라는 포맷(형식)이 당시 쏟아지던 버라이어티(예능오락) 프로그램들과는 확실히 달랐지만, 다소 복잡한 진행방식 때문에 주말 시청자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승패결과에 따라 패자에게 주는 벌칙도 공감이 잘 가지 않았고, ‘런닝볼 차지하기’ 등 게임 규칙도 복잡했다. 제작진은 이런 지적을 과감히 수용했다. 임형택 피디(PD)는 한 인터뷰에서 “너무 쉽다고 생각할 정도까지 편집한다”며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려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 <런닝맨>은 방영 초기 복잡한 규칙으로 낮은 시청률을 보였으나 '추격전'을 본격화하면서 시청률이 점차 상승했다. ⓒ SBS

‘추격전’이라는 기본 포맷을 살리되 구성요소를 단순화 하면서 <런닝맨>은 긴장감과 박진감이 제대로 살아났다. 출연진이 서로를 뒤쫓고, 속고 속이면서 흥미진진한 ‘게임’을 펼치는데, 동시에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유르스윌리스’로 불리는 유재석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뭔가에 홀린 듯 멍한 표정을 짓다가도 영리하게 팀의 성공을 이끌어 내는 송지효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힘은 세지만 예쁜 여자 앞에서 순해지는 김종국은 ‘근육맨 꾹이’로, 다른 멤버에게 늘 당하기만 하는 이광수 지석진은 ‘이지브라더스’로 불린다. 그러나 겁쟁이 이광수가 남을 속이는 비상한 잔꾀를 발휘할 때, 어리바리하던 지석진이 에이스 송지효와 능력자 김종국의 뒤통수를 칠 때 시청자는 열광했다.

▲ 출연진들의 캐릭터를 확실히 나타내는 별명을 붙여주는 것이 <런닝맨>의 특징이다. 어린이만화 캐릭터 '뽀로로'를 닮아 '하로로'로 불리는 하하. ⓒ SBS

경쟁과 협동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멤버들이 쉽게 게임을 풀어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연출력이다. 박지성이 출연한 방송에서는 ‘도심에 숨어있는 8~11번째 런닝맨을 찾으라’는 미션이 주어졌는데, 제작진은 멤버들이 협력하다가도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처음엔 중요한 단서인 휴대전화를 본체와 배터리, 비밀번호로 나눠 각기 다른 출연자에게 나눠줌으로써 서로 협동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그러나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견제하고 경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이지브라더스’가 가짜 힌트를 김종국에게 넘기는 등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도록 유도했다. 숨은 런닝맨들을 찾기 위해 유재석, 김종국 등 멤버들이 변장을 하고, 7인 8각 달리기를 하고, 서로를 속고 속이는 심리게임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관전자’에서 ‘함께 수수께끼를 푸는 동료’로 몰입되어갔다.

▲ 개인전에서는 가장 먼저 탈락하는 '이지브라더스(이광수,지석진)'지만 이번 심리전에서는 막강한 활약을 보였다.  ⓒ SBS

박지성과 김종국의 대결 예고, 승리는 누구에게?

물론 이 프로그램에 시청자 모두가 만족했던 것은 아니다. <런닝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예고편과 달리 박지성이 프로그램 내내 원격으로만 등장하더라”며 “낚시 방송이었다”고 비판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방송에서 박지성이 멤버들 앞에 직접 등장한 시간은 마지막 4분여에 불과했다. 앞부분에서는 모두 미션을 제시하는 영상으로 등장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후 ‘런닝맨 박지성’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수위를 차지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낳았다. 

▲ 다음주 <런닝맨>에서는 박지성이 직접 출연해 멤버들과 본격적인 대결을 벌인다. ⓒ SBS

박지성 출연 분량에 대한 시청자의 아쉬움은 다음 회에 충족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음 주(27일) <런닝맨>은 고정 출연진과 박지성의 ‘초능력 축구’ 대결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런닝맨> 최고의 스포츠맨인 김종국과 ‘산소탱크’, ‘두 개의 심장’ 등으로 불리는 박지성의 막상막하 대결이 예고됐다. 이번 게임에서 최종 우승한 런닝맨 멤버는 태국에서 열리는 자선축구대회인 '제2회 아시안 드림컵'에서 박지성과 함께 뛰게 된다고 한다. 어리바리하면서도 매력적인 출연진과 ‘산소탱크’ 박지성이 함께 할 <런닝맨> 때문에 일요일 경쟁 프로그램들은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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