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시청자 평가는 성공, 음향과 ‘웃음 코드’ 아쉬웠다
[지난주 TV를 보니: 4.30~5.6]

이상한 일이다. 인기를 모았던 오디션(경연) 프로그램들이 녹화에서 생방송으로 전환하면 곧잘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 얼마 전 끝난 서울방송(SBS)의 <케이팝스타>가 그랬고, 현재 방송 중인 엠넷(M.net)의 <보이스 오브 코리아>도 생방송 이후 긴장감과 무대의 질이 떨어진다는 쓴소리를 듣고 있다. 잘 짜여진 편집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편집으로 쳐내지 못한’ 생방송을 지루하게 느끼는 탓일까.

▲ 지난 6일 <나는 가수다2>는 첫 생방송을 시작했다. ⓒ MBC화면 갈무리

지난 6일 2회 차부터 생방송을 시작한 문화방송(MBC)의 <나는 가수다2>도 비슷했다. 녹화로 진행됐던 <나가수1>의 높은 관심을 이어가서인지 시청률은 10.7%(AGB닐슨 수도권 기준)로 나쁘지 않았지만 음향의 부조화, 어색한 인터뷰, 일부 진행상의 실수 등이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했다.

음악방송의 완성도 떨어뜨린 무대음향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나는 가수다2>의 진행을 맡은 이은미, 박명수, 노홍철, 박은지. ⓒ MBC화면 갈무리

큰 사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생방송은 전반적으로 무난했다고 볼 수 있다. 가수 이은미와 개그맨 박명수도 진행자로서 중심을 잘 잡아주었다. 반면 보조진행자인 개그맨 노홍철과 방송인 박은지는 대본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듯 무대 위에서 말을 더듬는 등의 실수도 했고, 시간을 맞추지 못해 가수 이영현과 김동욱의 인터뷰가 중간에 끊기기도 했다. 프로그램에 활력과 웃음을 불어넣으라는 임무를 맡겼는데,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셈이다.

▲ 음향은 아쉬웠지만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 6명의 가수들. ⓒ MBC화면 갈무리

기술적인 문제도 눈에 거슬렸다. 화면과 오디오의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아 이은미가 이야기 하는데 노홍철의 목소리가 들리는 일이 있었다. 무대 음향도 불안정해서 백두산, 이영현, 박미경의 무대에선 코러스 소리가 너무 작았고, 이영현 박미경의 무대에선 연주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고품질 음악 방송’을 표방한 <나가수2>지만, 생방송에선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날 1위를 차지한 이수영의 본무대와 방송이 끝날 무렵 앵콜로 나온 편집본을 비교하면 편집본의 음향이 훨씬 조화롭고 정돈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짧은 긴장감, 긴 지루함

경연을 모두 마치고 순위 발표를 앞둔 <나가수2>는 긴장감에 휩싸인 가수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제작진 외에는 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하는 상황. 현장의 평가단이 어떻게 순위를 매겼는지, 문자로 참여한 시청자들의 실시간 반응은 어땠는지 가수도 시청자도 궁금증이 하늘을 찌르는 순간이다. 특히 출연자들이 각자 대기실에서 발표를 기다렸기 때문에 동료들 눈치 볼 것 없이 환호하고, 눈물 흘리는 등의 극적인 표정변화가 가감 없이 전달됐다. 그야말로 생방송의 효과가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 각자 대기실에서 경연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가수들. ⓒ MBC화면 갈무리

그러나 긴장감은 순위 발표 때뿐이었다. 코너와 코너를 이어주는 브릿지(연결부)의 인터뷰는 너무 부실했다. 노홍철, 박은지 등은 “준비는 많이 되셨어요?”, “긴장되지 않으세요?” 등 상투적이고 의미 없는 질문들로 인터뷰의 흥미를 떨어뜨렸다. 특히 투표 결과가 집계되기까지 약 10분가량 진행된 가수와 객석 인터뷰는 질문과 답변 모두 전반적으로 진부했다. 세대별로 다양한 관객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노래 너무 잘 하신다” “생애 최고의 공연을 봤다” 등 칭찬 일색의 답변은 시청자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이 부분에 지난 한 주간 가수들이 연습하는 장면 등 사전 제작 영상을 보여줬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치밀한 사전준비가 성공의 관건

<나가수2>가 녹화방송에서 생방송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시즌 1이 후반부 들어 긴장감과 흥미를 잃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불가피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날 첫 생방송은 있는 그대로의 관객 표정을 생생하게 보여주어 현장감을 극대화했고, 시청자가 가수 평가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문자 투표에 참여한 시청자수가 집계 1분 전 17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생방송의 장점을 살리면서 방송 전체의 흥미와 긴장감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전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 경연 무대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관객 평가단. ⓒ MBC화면 갈무리

녹화 방송과 생방송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엠넷의 <슈퍼스타케이(K)>의 경우는 생방송을 하면서도 미리 제작한 연습장면과 무대 준비 장면, 오디션 평가방식 소개와 같은 중간 화면들을 잘 배치했기 때문에 늘어지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라이브 무대와 인터뷰만으로 방송 분량을 채울 게 아니라, 이런 사전제작 화면 등을 적절히 활용해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인터뷰는 의미 있고 인상적인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질문을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생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보조진행자들은 충분한 연습을 통해 상황 대처 능력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 음향의 부조화가 없도록 기술적 준비를 철저히 하고 ‘웃음 코드’가 적절히 녹아들도록 해야 <나가수2>도 시즌 1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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