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스캔들을 논문식으로 분석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문대성. 만 20세에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가 됐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2006년 동아대학교 태권도학과 교수로 임용됐고 2008년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그리고 2012년 4.11총선 부산 사하갑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남들은 하나도 갖기 힘든 이 이력들을 모두 갖춘 이 사람, 이제 겨우 서른일곱이다. 그러나 그의 거침없는 질주에 거대한 벽이 막아섰다. 선거유세 과정에서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고, 표절이 인정됐고, 이제 그 동안 쌓은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 문대성씨가 기자들 앞에서 논문 스캔들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캡처

에스비에스(SBS)의 뉴스추적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달 27일 ‘영웅의 자격’이라는 제목으로 새누리당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의 논문 표절 스캔들을 다뤘다.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이야기에서 출발, 스캔들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느 부분이 거짓인지 추적했다. 또한 이 사건이 과연 문대성이라는 한 인물만의 잘못인지, 아니면 학계 전체의 구조적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실험까지 해가며 의혹 검증한 아이디어 돋보여

▲ 논문의 표절여부 검증을 하고 있는 과정. ⓒ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캡처

<그것이 알고 싶다> ‘문대성’ 편은 ‘서론-본론-실험-결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마치 한 편의 논문을 쓰는 것과 같은 구조다. 서론에서는 문대성이라는 인물이 누구이며, 그의 논문 중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소개했다. 본론에서는 문씨의 논문이 표절인지 아닌지를 검증하고, 그가 박사 논문 외에도 다양한 논문을 썼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표절에 가까운 이 논문들이 아무 문제없이 통과될 수 있었던 배경을 짚었다. 실험에서는 제작진이 직접 논문대필을 의뢰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논문심사의 제도적 허점을 규명하고자 했다. 결론에서는 문씨처럼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이 결국 어떠한 결과를 맞았는지를 보여주었다.

논문 표절 사건이라는 소재를 논문 형식을 빌어 다룬 아이디어는 사안의 특징을 잘 부각시키면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특히 ‘영웅의 자격’편은 표절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병리현상 중 하나라며 논의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논문을 표절한 문씨의 잘못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런 학위논문을 엄격한 검증과정 없이 통과시킨 대학 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또 논문만 제출하면 당연히 학위를 수여하는 우리 학계의 풍토도 문제일 수 있다고 이 프로그램은 지적했다.

▲ 체육인의 전공분야 능력 평가과정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배성인 위원장의 모습. ⓒ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캡처

나아가 체육인을 전공분야의 능력 그 자체로 평가하지 않고 학위, 논문 실적과 같은 외형적인 지표에 기대어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학벌주의 풍토도 이 사건을 키우는데 한 몫 했다고 제작진은 주장했다. 제작진은 이런 구조적 문제점들을 한 겹씩 벗겨내며, 사건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물을 것이 아니라 관련 학계 등 더 큰 범위의 사회에 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시청자들이 사건을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이해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방송이었다.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에 더욱 충실해야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취임한 지 20개월이 채 안된 시점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독일의 국방장관 칼 테오도르 구텐베르크가 장관직을 사임했다. 당시 40세이던 그는 미래의 독일 총리감으로 평가받을 만큼 잘나가던 차세대 정치인이었다. 그들의 사임 배경은 같다. 문대성씨처럼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기 때문이었다.

▲ 박사학위 논문 표절 혐의로 사임를 표명하는 독일 국방장관. ⓒ <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캡처

<그것이 알고 싶다>의 논문스캔들 편은 문씨가 선거 승리 후 본격적인 국회 직무를 시작하기 전에 그의 자격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방송을 수백만의 시청자가 본 이상 문 당선자의 선택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이 학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윤리 불감증’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이 방송은 관련 학계 등에도 경종을 울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간판아래 최근 몇 달 동안 방영된 다른 소재들을 살펴보면 주로 살인사건을 미스테리 구성으로 엮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소재들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해서 시청률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사회적 의제설정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영웅의 자격’편처럼 정치적, 사회적 의미가 큰 사안들을 보다 많이 다룰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것이 알고 싶다>가 명실상부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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