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채널 고전 속 ‘카툰법정’ 등 새로운 시도로 상승세
[지난주 TV를 보니: 4.16~22]
특혜 논란 속에 출범한 종합편성채널들이 ‘24시간 종일 방송’과 ‘프로그램 중간광고’ 등의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출범 5개월째 바닥권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공중파와 제작 방식을 차별화하면서 조용히 상승세를 보이는 프로그램들도 없지 않다. <중앙일보>를 모기업으로 하는 <제이티비시(JTBC)>의 ‘뉴스텐(NEWS 10)'이 대표적이다.
저녁 10시에 방송되는 ‘NEWS 10’은 지난 25일 1.119%의 시청률(AGB닐슨,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로 <TV조선> ‘8시뉴스 날’의 0.519%, <채널에이(A)> ‘뉴스A’의 0.661%, <엠비엔(MBN)> ‘MBN 뉴스8’의 0.373% 등 다른 종편채널 주력 뉴스들을 상당히 앞질렀다.
틀을 깨고 뉴스에 ‘재미’를 불어 넣다
‘NEWS 10’의 이런 성과는 뉴스 전달방식의 차별화를 성공적으로 시도한 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툰법정’ 코너다. 동영상이나 사진 촬영이 제한되는 법정의 특성상, 지상파의 일반적인 재판 뉴스는 법원의 외관이나 판결봉을 두드리는 장면 등이 획일적으로 반복된다. 하지만 ‘NEWS 10'은 <중앙일보> 김희룡 화백이 그린 만화를 활용해 재판내용을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말기암 아내에게 소송을 건 남편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방송됐는데, 만화와 재연 영상으로 설명해 이해가 쉽고 몰입도가 높았다.
숫자와 그림을 통해 뉴스를 보다 인상적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그림뉴스’에서는 복잡한 법인세논란을 간결하게 설명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리포트 했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을 듣는 느낌이었다. 또 ‘밥 굶는 20대’, ‘재수해서 대학 갈 확률’ 등을 보도할 때는 숫자로 간명하게 보여주는 ‘숫자뉴스’가 동원됐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획일화된 ‘1분 30초 리포트’에 비해 뉴스의 전달력이 높아졌다.
이러한 뉴스형식은 <서울방송(SBS)>의 ‘집중취재’와 <한국방송(KBS)>의 ‘이슈앤뉴스’같은 심층취재 코너를 한 단계 발전시킨 인상을 준다. 신문제작 경험에서 우러난 기획력과 취재력이 방송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NEWS 10’의 차별화는 ‘탄탄한 기본기를 토대로 한 실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6일 뉴스에서는 ‘뇌지도’를 다루면서 그 분야의 연구가 생활에 가져올 변화, 국내외 연구 진척상황 등을 세 명의 기자가 돌아가며 입체적이고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을 보도할 때는 유가족의 증언을 단독으로 전하면서 파격적으로 한 뉴스에 7분여를 할애하기도 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등 민감한 사안 누락은 문제
그러나 ‘NEWS 10’에는 보도프로그램으로서 중대한 약점도 보인다. 이 방송은 지난 17일 뉴스에서 전날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핵심인물로 지목된 진경락 전 총리실 과장 구속 사실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집권 보수 세력에 불리하거나 민감한 사안은 피해가려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방송뉴스가 특정집단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따져 당연히 비판해야 할 비리와 부조리를 외면한다면 보도조직의 자격까지 의심받을 수 있을 것이다.
‘NEWS 10’의 현재 성적표는 다른 종편 뉴스들과 비교할 때 조금 나을 뿐이지 지상파에 비하면 초라한 게 사실이다. KBS 등 주요 지상파의 뉴스시청률은 파업 등 특수상황이 아닌 경우 대략 10~20%대에 이른다. 그러나 ‘NEWS 10’이 전달방식의 차별화와 심층취재, 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상황이 더욱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JTBC>는 최근 드라마 ‘아내의 자격’이 크게 인기를 모으면서 채널 전체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 방송사는 또한 ‘뉴스도 프로듀싱을 하겠다’며 언론사 최초로 뉴스PD를 따로 채용했다. 항상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 기성 방송뉴스 사이에서 참신하고 다채로운 메뉴를 보여준다면 시청자의 눈길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청자는 ‘공정한 뉴스’에 대한 기대 역시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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