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천정명 불러 볼거리 듬뿍...‘의욕과잉’ 잘 다스려야
[지난주 TV를 보니:4. 2~8]

“저희 ‘고쇼’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고품격 토크쇼가 되겠습니다.”

진지하게 말하던 배우 고현정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다.

“그런데 이러면...너무 재미없지 않겠어요, 여러분?”

무대에는 축포소리와 방청객들의 환호가 터지고, ‘재미없는 토크쇼는 가라!’는 자막이 뜬다.

▲ '재미없는 토크쇼는 가라' SBS 토크쇼 <고쇼>의 화려한 오프닝. ⓒ SBS 화면 갈무리

지난 6일 밤 첫 방송된 에스비에스(SBS)의 토크쇼 <고쇼(Go Show)>는 이처럼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제작 의도를 드러내며 요란하게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격려의 글이 이어졌다. 이아름씨는 “솔직담백한 토크와 풍성하고 다양한 볼거리들로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썼다. 이날 방송은 12.6%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고현정이라는 거물급 진행자에다 다른 토크쇼에서 보기 어려웠던 배우 조인성, 천정명이 등장했으니 어쩌면 이 정도는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는 ‘재미를 좇겠다는 아이디어들이 프로그램을 산만하게 만들어 보기가 좀 불편했다’는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토크에 상황극 버무리다 길을 잃기도

이날 <고쇼>가 내놓은 승부수는 토크에 상황극(꽁트)을 버무린 것이었다. 첫 회 설정은 영화배우 오디션이었다. 고현정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제작사 고(GO)’가 ‘나쁜 남자’ 캐릭터의 주연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오디션을 연다는 내용이다. 초대손님(게스트)인 조인성, 천정명과 가수 길이 오디션에 참가해 자기소개와 장기자랑을 보여주고, 공동진행자인 가수 윤종신, 개그맨 정형돈, 김영철은 제작사 소속 연예인과 실장을 맡아 게스트들을 물고 늘어졌다. 

▲ <고쇼>가 내놓은 승부수는 토크에 상황극(콩트)을 도입한 시도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의 흐름이 끊겨 아쉬운 점이 많았다. ⓒ SBS 화면 갈무리

그런데 <고쇼>는 오디션 장면을 보여주다 말고 갑자기 ‘지(G)파일’ 이란 스타 의혹 검증 코너로 넘어가더니, 다시 토크로 갔다가 또 흐름을 깨고 ‘스타 닮았고(GO)’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오디션은 매듭을 짓지 못했다. 다양한 코너를 넣어 재미있게 하려다가 길을 잃고 만 것이다.

 

▲ 초대손님 조인성과 천정명이라는 좋은 재료를 가져다 놓고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고현정. ⓒ SBS 화면 갈무리

토크쇼에 꽁트를 도입한 것은 좋은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저것 욕심내다가 정작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겨 토크쇼의 맛을 잃고 말았던 것은 아쉬웠다. 여성팬들이 열광하는 조인성과 천정명이라는 좋은 재료를 가져다 놓고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다. 재미있게 하려고 배치한 코너들이 이야기 몰입을 방해한다면 일부는 과감하게 쳐내야 하지 않았을까?

아직은 불안정한 진행자 고현정

첫 회여선지 진행자(MC) 고현정도 중심을 잡지 못했다. MC의 역할을 잠시 잊은 것인지, ‘철없는 누나’의 컨셉으로 가겠다는 의도인지 헷갈릴 만큼 출연자들의 발언에 휘둘리기도 했다. 공동MC인 윤종신, 정형돈과의 호흡도 종종 부자연스러웠다. 문화방송(MBC)의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서 특유의 우아함에다 ‘푼수끼’를 더해 놀라운 예능 감각을 보였던 그였기에 다소 실망스러웠다. 첫 방송에서는 고현정이란 이름 하나로 시청자를 불러 모을 수 있었겠지만, 시청자들을 확실히 붙잡기 위해서는 진행자로서 좀 더 치열하게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화려한 게스트와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고쇼>는 일단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상황극 설정도 나름대로는 신선했다. 자리를 잘 잡는다면 보다 집중된 이야기를 게스트와 풀어나갈 수도 있을 포맷(양식)이다. 스타의 숨은 매력을 찾아 발산시키는 장치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혹은 ‘의욕과잉’을 잘 제어하는 것이 숙제다. 토크쇼의 본령은 무엇보다 ‘이야기’에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 

▲ 상황극 설정은 보다 집중된 이야기를 게스트와 풀어나갈 수도 있을 포맷(양식)이다. 두 번째는 고현정의 진행도 좀 더 안정되고 매끄럽지 않을까? ⓒ SBS 화면 갈무리

한국방송(KBS) <박중훈쇼>의 몰락에 이어 MBC의 <주병진 토크콘서트>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방송 토크쇼의 현주소다.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던 1인 진행자들이 토크쇼에서 몰락한 전례는 <고쇼> 제작진을 부담스럽게 했을 것이다. 같은 SBS의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와의 차별화도 숙제였을 것이다. 토크쇼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어떻게 재미를 추구할 것인지, 제작진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고쇼>는 오는 13일 방송되는 2회에 방송인 김제동, 배우 김수로, 가수 김C를 초대했다고 예고했다. 첫 회와는 또 다른 색깔의 ‘게스트 파워’가 기대된다. 그들을 불러다 놓고 어떤 상황극을 펼칠 지 시청자들은 벌써 궁금해 하고 있다. 두 번째니까 고현정의 진행도 좀 더 안정되고 매끄럽지 않을까? 첫 방송의 시행착오를 잘 극복한다면 서혜진 피디(PD)가 공언한 대로 <고쇼>가 금요일 밤을 책임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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