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치유되는 ‘힐링캠프’ 신선한 진행으로 스타의 진솔함 부각
[지난주 TV를 보니: 3.12~19]

 지난 12일과 19일 방송된 에스비에스(SBS)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차인표편 1,2부는 예상외의 ‘후폭풍’을 일으켰다. 방송이 나간 후 차인표가 활동하는 해외봉사단체 ‘한국컴패션’에 후원희망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됐고, SBS 시청자게시판에도 “눈물을 흘리며 봤다”, “새로운 삶을 결심했다” 등 후기가 쇄도했다. 탤런트 신애라와의 연애와 결혼, 아내를 따라 나선 봉사활동, 두 딸의 입양, 유흥업소 친구를 끊고 ‘착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쁨 등을 솔직하고 재치 있게 털어놓은 차인표는 시청자를 TV앞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 뛰어난 예능감을 보여준 차인표. 12일 방송에선 분노의 셔플댄스를 춰 화제가 되기도 했다. ⓒ SBS 화면 갈무리

게다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춘 ‘셔플댄스’와 가슴근육을 움직이는 퍼포먼스는 ‘바른생활사나이’에 대한 경계를 무장해제시켰다. 차인표편 1부는 9.8%, 2부는 10.4%(AGB닐슨미디어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월요일 밤 11시대의 강자였던 문화방송(MBC)의 <놀러와>(7.8%, 8.2%)와 한국방송(KBS)의 <안녕하세요>(9.7%, 9.0%)를 가볍게 눌렀다.

‘게스트 맞춤형 치유’로 토크 차별화

세 방송사의 프로그램은 모두 화제의 인물을 초대해 복수의 진행자들이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시청률 격차도 서로 크지 않아 매주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한다. 그런데 차인표가 나온 2주일은 <힐링캠프>가 확실히 이겼다. MBC의 파업사태에 따른 <놀러와>의 침체가 가져다준 반사이익일 수도 있지만 ‘범생이’ 차인표의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잘 끌어낸 진행자들의 공이기도 하다.

 <힐링캠프>는 프로그램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야기를 통해 출연자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취지의 토크쇼다. 정신건강이 화두가 되는 요즘 ‘심리치료’라는 색다른 소재를 최초로 도입한 발 빠른 기획력이 우선 돋보인다. 수많은 토크쇼 중에서 <힐링캠프>가 튀어 보이는 이유는 바로 ‘힐링’이라는 독특한 간판 때문일 것이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게스트(손님)들은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자연스럽게 털어놓는다. 방송 초기에는 푸른 자연을 배경으로 게스트의 발을 씻어주고 함께 ‘힐링 푸드’를 먹는 모습도 연출했다. 월드컵경기 때마다 불운이 겹쳤던 축구선수 이동국, 교통사고와 대마초사건 등으로 큰 상처를 입은 빅뱅 멤버들이 <힐링캠프>에서 아팠던 마음을 털어 놓았다. 차인표도 ‘잘 못 나가던 시절’의 좌절을 담담하게 털어놓아 공감을 샀다. 
 

▲ '힐링캠프'에선 게스트에 따라 힐링 장소가 달라진다.차인표 편에서는 한국 컴패션(국제 어린이 양육 기구)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 SBS 화면 갈무리

 제작진은 출연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장소와 치유방법을 달리했다. 올 초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을 초대했을 때는 각각 청평과 제천에 세트를 마련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해 폐지된 MBC의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역시 스타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형식이었지만 <힐링캠프>는 초대손님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촬영을 진행하는 ‘맞춤형’ 접근법으로 눈길을 모았다. 

‘대박’ 게스트 불러오는 놀라운 섭외력 눈길

 <힐링캠프> 제작진의 놀라운 섭외력도 프로그램 성공 비결 중 하나다. 배우 최민식, 윤제문, 채시라, 최지우 등 평소 TV 토크쇼에서 만나기 어려운 스타들을 연이어 불러내 화제를 모았다. 이경규, 김제동, 한혜진 세 진행자(MC)도 각자의 인맥을 동원해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스타들을 불러낸다. 예를 들면 최민식은 대학 선배인 이경규가 불렀다. 유력 대권후보인 박근혜, 문재인의 출연이나 일련의 사고 후 방송출연을 삼가던 빅뱅의 등장도 방송가에 화제가 됐다. 최영인 피디(PD)는 “게스트에 맞춰 야외나 실내 등에서 장시간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다보니 출연자들이 오히려 고마워하며 ‘애프터’를 신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여자MC 한혜진의 역할이다. 한혜진은 이 프로그램을 맡기 전 <굳세어라 금순아>, <주몽> 등으로 사랑받았던 단아한 여배우였다. 그런 그녀가 예능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다고 했을 때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는 것이 금방 확인됐다. 회를 거듭할수록 한혜진의 기용이 ‘신의 한 수’였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신의 한 수’로 부상한 MC 한혜진

순수한 호기심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그녀의 직설화법은 정곡을 찌르는 동시에 웃음을 유발하는 묘한 매력을 보여준다. 이제는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이어가는 능숙함까지 갖추고 있다. 일을 많이 하기로 소문난 박근혜 위원장에게는 ‘야근해’, 문재인 이사장에게는 2인자가 아닌 1인자가 되라고 ‘문제일’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어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최영인 PD는 “이경규, 김제동 두 사람이 다소 칙칙한 얼굴이라 신선한 얼굴, 화사한 여자가 필요했는데, 말도 쾌활하게 잘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정성껏 귀 기울이고 공감할 줄 아는 태도가 특히 돋보였다”고 말했다. 

▲ 순수한 호기심으로 정곡을 찌르는 MC 한혜진. '힐링캠프'에서 그녀의 활약이 돋보인다.ⓒ SBS 화면 갈무리
<힐링캠프>의 부상은 이렇듯 다양한 요소가 잘 조화된 덕분이지만 명멸하는 예능프로그램들 속에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제작진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할 듯하다. ‘심리치료’라는 소재가 신선하긴 하지만 자칫 ‘치유’에 치우치다가 지루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게스트에  의존하는 토크쇼의 성격상 출연자가 누구냐에 따라 흥행의 기복이 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기획력과 섭외능력, 진행자들의 순발력과 재치가 변함없이 조화를 이뤄준다면 <힐링캠프>는 시청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오래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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