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쟁이 방송쟁이] (1) ‘검사와 스폰서’의 최승호 프로듀서

역시 최승호 피디였다. 5년 전 ‘황우석 박사의 가짜 줄기세포’ 보도에 이어 그는 또 한 번 한국 사회를 들었다 놨다. 이번에는 검찰이다. 지난 4월 ‘검사와 스폰서’ 1편 방송을 준비할 당시 그는 데스크를 맡은 부장급 피디였지만, 파업에 나선 후배들을 대신해 직접 취재하고 진행까지 맡았다. 대한민국 검찰과 스폰서 사이에 향응과 성 접대가 오갔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최 피디는 이 방송으로 지난 5월 한국PD연합회의 ‘이달의 PD상’을 받았고, 이어지는 제보로 후속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1986년 MBC에 입사한 이래, 정치 경제 종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의 ‘성역’과 싸워온 그를 지난 10일 MBC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검찰이 조사하는 검찰 비리, 어떻게 믿나

▲ MBC 의 최승호 PD ⓒ 선희연

 “상식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조사 결과죠.”

인터뷰 전날인 9일 검찰이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50여일에 걸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PD수첩>에서 ‘검사와 스폰서’ 2편을 내보낸 다음날이었다. 규명위는 스폰서 의혹과 관련된 검사 10명에 대해 징계를 건의했지만, 대부분의 접대는 지속적이지 않았고 대가성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방송에서 성접대를 증언했던 룸살롱 마담과 종업원들은 소환 조사에서 이를 부인했다. 

“성접대 사실을 시인하면 자신들도 처벌 대상이 될 테니,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제대로 조사하려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 진실을 말해 달라’고 했어야죠.” 

결국 이번 조사는 ‘팔이 안으로 굽은’ 검찰 조직의 면피성 대응일 뿐이었다는 게 최피디의 생각이다.   

권력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네가 뭔데?”
최피디와의 통화에서 박기준 당시 부산지검장이 내 뱉은 한 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국민과 언론을 우습게 보는 ‘안하무인 검찰’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검찰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혹시 보복이 두렵진 않을까? 실제로 그는 박 지검장의 지인을 통해, ‘법적 조치를 할 수 있으니 방송을 접으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굽히지 않았다. 황우석 지지자들의 광적인 반발을 불렀던  <줄기세포 신화의 비밀>(2005) 방송 때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한․미 FTA 협상의 난맥상을 들여다 본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2006), 최근의 <4대강과 민생예산>(2009), <한 해군 장교의 양심선언>(2009) 등 권력집단을 불편하게 하는 보도들을 모두 눈 딱 감고 해치웠다. 

스폰서 검사 1편이 나간 뒤 주위 사람들은 농반 진반으로 ‘밤길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심지어 ‘앞으로 횡단보도를 건널 때 절대 신호등을 무시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조그만 위법 행위라도 걸렸다가는 큰코다치게 될 거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는 의연하다. 우선 검찰이 이런 일로 개인에게 보복을 할 정도의 형편없는 조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취재 과정이나 방송에서 법을 어긴 일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더러우니 언론 비리도 놔둔다

방송에서 검찰을 대상으로 한 술접대, 성매매, 청탁 등의 실상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기자사회와 PD사회도 비슷한 관행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이런 의구심에 대해 최 피디는 “검찰만큼 심각하다고 보진 않지만 일부 언론도 그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검찰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이 그런 언론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더러운 손을 가진 검찰이 언론과 공생하면서 더 더러워진다는 것. 스스로 깨끗해야 사회의 때를 닦을 수 있는데, 검찰이 깨끗하지 않으니 사회 변화도 힘들다는 얘기다. 

 

공정 방송 조항이 거침없는 고발 가능케 해

그는 어떻게 ‘검사와 스폰서’를 취재할 수 있었을까? <PD수첩>으로 제보가 왔다. 그런데 제보를 받은 언론사가 <PD수첩>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가장 먼저 정씨를 취재하고 인터뷰한 것은 타사 기자였다. 하지만 그 기자는 정씨를 믿지 못해 아예 기사를 쓰지 않았고, 다른 언론사는 제보를 받고도 침묵했다.
 MBC 내부에서는 혹시 검찰을 의식한 압력이 없었을까? 최 피디는 단호히 “없었다”고 말했다. MBC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의 ‘공정방송’ 조항 덕분이다. 여기에는 ‘제작의 실무와 관련된 책임과 권한을 국장이 갖는다’는 규정이 있다. 이것이 경영진 등 사측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PD수첩>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제보를 통해 폭발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제보자를 지켜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 늘 안타깝다고 그는 말한다. 제보자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제작진은 항상 애쓰지만, 방송에 나오는 발언과 정황을 보면 누가 제보자인지 추정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황우석 줄기세포’ 보도 당시, 제보자들이 실직하는 등 개인적인 희생을 치렀다. 이번에는 정씨가 제보 후 다시 구속됐다. 정씨가 자살을 시도했을 때 최 피디는 현장에 있었다. 그는 아직도 마음이 많이 아프고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비리를 고발한 사람이 괘씸죄로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정씨는 규명위의 조사에 비협조적인 것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 피디가 알아보니 정씨의 어머니 친척까지 계좌 추적을 받았다고 한다. 규명위가 진실을 밝히려고 했다면, 진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어야 했다는 것이 최 피디의 생각이다.

▲ 최승호 PD는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야말로 가치있는 탐사보도를 만든다고 말했다. ⓒ 선희연
방송의 위기 속 <PD수첩>은 희망

그의 전작들은 우리 언론계에서 탐사보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 2008년 8월부터 10개월 간, 미국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에서 탐사보도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탐사보도가 미국과 비교했을 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진정한 탐사보도는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법으로 과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것보다, 권력의 심층을 파고들어 진실을 드러낸 보도가 더 가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파업 사태까지 초래한 MBC의 경영진 개편과 비판 프로그램의 존립을 위협하는 최근의 분위기에 대해 우려한다. 게시판에 사장을 욕하는 글을 썼다고 노조원에게 해고 처분을 내렸던 몰상식에 분노한다. 또 KBS는 MBC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탐사보도 방송의 미래를 걱정한다. 국내외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KBS 탐사보도팀이 이병순 전 사장 이후 사실상 해체됐다. 이제는 김인규 사장이 <추적 60분>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려고 한다. 최 피디는 그래서 <PD수첩>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고 생각한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기대를 건다. 시청자들이 진실한 보도를 강력히 원한다면 방송사의 자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민의 힘이 정직한 방송을 만든다

스폰서 검사 1편을 방송할 당시, 후배 피디가 트위터에 프로그램 소식을 띄우자 시민들의 격려 메시지가 쇄도했다. 트위터를 하지 않는 최 피디에게 후배는 그 메시지들을 전부 인쇄해서 보여줬다. 큰 힘이 됐다. 방송 후엔 프로그램 홈페이지와 검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런 시민의 움직임이 방송을 바꿀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PD수첩은 ‘정직한 목격자’가 되고자 합니다. 권력의 심기를 건드려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야 할 방송은 꼭 하겠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PD수첩>을 계속 만들고 싶다. “PD는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가 나아질 지 더 고민하겠다고 한다. 그의 이런 고민은 또 다른 <PD수첩>이 되어 안방을 두드릴 것이다.

지난 2005년 5월 마지막 날, PD수첩 15주년 특집 방송에서 최 피디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 PD수첩은 능력이 모자라서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적은 많았지만 압력 때문에 피해 간 적은 없었습니다. 시청자만을 두려워하는 방송, 그것은 여전히 저희 PD수첩의 신념입니다.”

PD수첩 뿐 아니라, 사실은 우리 언론 모두가 ‘시청자만을 두려워하는 방송’, ‘독자만을 두려워하는 신문’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다음은 최승호 PD와의 일문 일답>

‘검사와 스폰서’ 2편은 1편을 만들 때부터 생각했나. 혹시 3편도 제작되나.
- 처음부터 전제한 것은 아니었다. 제작진에서 찾아낸 증거들도 있었지만 추가 제보가 계속 들어왔다.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또 만들 수 있다.

2편은 ‘부산 리스트’와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었다. 일부에서는 접대를 받은 검사들이 더 공개되리라 기대했다가 실망했다고도 한다.
- 2편이 더 충격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검찰 측은 1편에 대해 ‘일부의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편은 그런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검사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관, 그 아래까지 비리가 확산돼 있다.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성 접대 부분은 대부분 확인되지 않았으며, 향응에 연루된 검사는 10명 정도로 징계 처리하라는 내용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 규명위의 조사 결과는 비리 부분을 상당히 축소해서 이미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우리가 취재해보니 성 접대는 일상적이었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근거는 룸살롱 마담과 종업원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지고, 당사자가 부인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비리가 드러나면 업주들도 처벌 대상이 되니 이를 감수하고 시인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진짜 조사할 마음이 있다면 처벌은 안 할 테니 진실을 말해달라고 했어야 했다.

규명위에서는 PD수첩이 편집을 이용해서 일부 진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규명위는 그 많은 사람들 중 딱 한 명만 성접대를 받았다고 했다. 이렇게 수사가 왜곡된 배경은 검사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조사한 데 있다. PD수첩이 MBC 내부의 문제를 조사하고 보도할 수 있겠나. 다른 신문, 방송사가 취재해야 할 것이다. 독립된 입장에서 검찰을 견제하고 수사, 기소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제보를 받아 취재했다. 사람들이 PD수첩을 찾는 이유는?
- 제보를 외면하지 않고 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알려져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황우석 줄기세포 보도 때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 등에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탄압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국민들이 그 부분을 인정하는 것 같다.

제보자는 사기 등 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인데, 그 이야기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었나.
- 이야기가 구체적이었다. 들어보면 판단할 수 있다. 상황이 꽤 자세했으므로 신빙성 있는 이야기라고 판단했다.

제보자 신변보호에 대한 PD수첩의 방침이 있다면?
- 익명성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물론 내용이 다 나가기 때문에 완전히 감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발언이나 정황에서 추정 근거가 다 나온다. 그러나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황우석 줄기세포 보도 때, 제보자들이 실직하는 등 매우 어려워했다. 그분들과 어려움을 나누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다들 잘 지낸다.

이번 사건의 제보자 정씨를 두고 무조건 선처해야 된다, 혹은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 형량을 낮춰야 한다 등 논란이 있다.
- 고발을 한 사람이 ‘고발을 한 것’ 때문에 처벌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 선생의 경우 건강이 좋지 않아서 치료를 위해 형 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잠시 나와 있을 때 제보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보로 인해 정지취소 처분이 내려져서 다시 구속됐다. 규명위는 정 선생이 대질 신문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정 선생에 대한 뒷조사가 너무 심했다. 어머니 친구 분에게까지 계좌추적이 들어갔다. 진실을 밝히는 게 목적이라면 진술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되도록 돌봐줘야 한다. 

시민단체, 민변의 비리검사 고발 등 시민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거대 권력에 대응해 시민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 "사람들이 제게, 횡단보도 건널 때 신호등 하나라도 무시했다가는 큰일난다고 조심하래요" ⓒ 선희연

-<PD수첩>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이나 검찰청 게시판에 방송 이후 꾸준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검찰을 질타하고 PD들을 격려하는 내용이다. 그런 것도 큰 힘이고 시민의 참여라고 본다. 거기다 시민단체들도 지금 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 않나. 그게 하나둘씩 보태져서 개혁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검찰 조직이 혹시 MBC PD수첩이나 최 PD 개인을 대상으로 보복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적은 없나. - 다른 분들의 우려는 많았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앞으로 횡단보도 신호등도 무시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하지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검찰 조직이 그 정도 조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건덕지’도 없고.

지금껏 피디 생활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 아무래도 황우석 줄기세포를 다뤘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꽤나 어려웠다. 나는 당시 취재를 했던 피디는 아니었고 데스크였다. 그래서 취재를 더 해오라,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시켰다. 그래서 더 어려웠고 힘들었다.

고발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명예훼손 소송이나 고발, 언론중재위 제소 등을 당한 일이 있나? 이런 시비를 피하기 위해 제작과정에서 중시하는 원칙이 있다면?
- 소송을 당한 일이 딱 한 번 있었다. 하지만 1심에서 MBC가 승소했고 상대방은 항소를 포기했다. PD수첩에서는 항상 변호사를 통해 사전에 법률적 부분을 검토하면서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취재 과정에 대한 기록을 잘 남겨놓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재판이 있을 때 그 기록이 증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사내 혹은 외부의 압력을 직접 경험한 일은 없나? 압력이 있다면 어떻게 대응하나.
- 회사 내에서는 없다. MBC는 그런 회사가 아니다. MBC에는 편집권을 보장하는 공정방송 조항이 있다. 그것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무수한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그 조항 덕분에 사내에서 압력을 받은 적은 없다.

MBC 파업 당시 인터뷰도 하고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최근 MBC가 이근행 노조위원장을 해고하는 등 노조원들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징계 사태는 정말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비판이 과도했다고 해도 그것이 해고라는 극단적 처분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이런 징계는 언론사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최대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 (인터뷰 후 ‘게시판 욕설’이 문제가 된 오행운 피디에 대한 해고 처분은 감봉 1개월로 수위가 낮춰졌다.)

검찰을 대상으로 한 술접대, 성매매, 청탁 등의 실상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기자사회와 PD사회에도 비슷한 관행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 물론 언론에도 그런 관행이 있다. 검찰만큼 폭넓고 깊은 문제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검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그런 언론을 철저히 조사하고 떳떳이 수사해야 한다. 헌데 문제는 더러운 손을 가진 채 언론과 공생해서 결국 더 더러워진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깨끗해야 우리 사회의 더러운 때들을 닦을 수 있지 않나. 자기네가 안 깨끗하니까 사회 변화도 힘들다.

2008년에 미주리대에서 탐사보도 공부를 했다. 현재 한국의 탐사보도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나.
- 그동안 한국 탐사보도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실력이 있다. 그 중 KBS 탐사보도팀은 미국에서도 상을 받은 팀이었는데 이를 한순간에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게 이병순 전 KBS 사장이다. 해체 수준까지 갔다. 게다가 최근 김인규 사장은 <추적 60분> 등의 프로그램을 보도 본부로 이관하라고 했다. 이것은 한국 탐사보도의 수준을 엄청나게 후퇴시키는 일이다. 어쩌면 <피디수첩> 팀이 살아 움직이는 게 희망이라고 본다. 좀 더 깊은 진실 보도를 하면 다른 데서도 결국 따라오지 않겠나.
 진짜 좋은 탐사보도는 권력을 견제하느냐 아니냐에 있다. 가벼운 자료를 가지고 통계 프로그램을 돌려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 권력 내부의 문제를 쓴 스트레이트 기사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PD수첩의 철학은 무엇인가.
- 정직한 목격자. 사회가 가진 문제들을 정직하게 프로그램화 해내는 것이다. 아무리 권력의 심기를 건드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방송은 꼭 하고 만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향후 취재하고 싶은 영역, 혹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피디수첩을 만드는 것이 좋고, 앞으로도 계속 피디수첩을 할 생각이다.
 
혹시 트위터를 쓰는가. 트위터에서 ‘검사와 스폰서’ 를 보자는 얘기가 많이 있었다.
- 트위터는 쓰지 않고 쓸 계획도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컴퓨터 기기에 대해 젬병이다.(웃음) 하지만 시민들의 의견 표시 공간이 많이 생긴 것은 엄청나게 좋은 것이다. 의견이 결집되어 사회를 바꿔낼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검사와 스폰서’ 첫 방송을 할 때, 오행운 피디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홍보를 했다. 그리고 거기에 달린 격려의 메시지들을 전부 인쇄해서 내게 보여줬다. 힘이 많이 됐다.

시사교양 PD를 꿈꾸는 예비언론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시사교양 PD는 세상에 대한 관심,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다. 사회에 문제가 있다면 ‘해결할 수 있다’,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마음을 열어놓고 사람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PD수첩의 PD는 어떤 사람인가?
- 고민하는 사람. 항상 사회에서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이수경/선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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