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20대 대선 지역의제 공약 분석 ②

‘공공기관 추가 이전’ 온도 차이 확연

2007년 참여정부 때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혁신도시 10곳이 만들어졌다. 2019년까지 153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쳤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도시 시즌2’를 공약했다.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을 높이고, 기업 입주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재임 기간에는 공공기관 2차 이전도 논의했지만 사실상 임기 안 추진은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대전광역시 원도심과 충청남도 홍성군과 예산군 사이 내포신도시를 혁신도시로 추가 지정해 혁신도시를 전국 12곳으로 늘렸지만, 두 곳에 공공기관을 이전하지는 않아 해당 지역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런 가운데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공공기관 이전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4개 주요 정당 후보 모두 원칙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에 동의하고 있지만 적극성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 국회 원내 4개 정당 대선 후보. 후보들의 균형발전, 지방분권, 지역소멸 등 지역 의제와 관련해 공약한 범위는 달랐지만 방향은 대체로 비슷했다. ⓒ 연합뉴스

가장 적극적인 공약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내놓았다. 심 후보는 수도권에 남아 있는 거의 모든 공공기관 300여 개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더해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입법부와 사법부도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세종시에 대통령 제2 집무실 설치도 함께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심 후보 다음으로 적극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공공기관 200여 개를 옮기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 자체를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한 심 후보와 달리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도 대통령 제2 집무실을 세종시에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공공기관 100여 개를 지방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차 이전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를 우선 실시하자는 조건을 달았다. 혁신도시에 민간 기업 입주 효과가 기대보다 적었고, 기존 방식대로 원도심과 떨어진 곳에 신도시 형태로 조성하면 정주 여건도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가장 신중한 태도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이전 규모를 공약하지는 않았다. 안 후보는 지난달 25일 한국지방신문협회와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안 됐다”라며 지자체에 더 많은 법적 권한을 주고, 서로 경쟁해 민간 기업을 유치하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균형발전 쟁점 드러난 ‘메가시티’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더해 지방에 초광역 단위 경제생활권을 만드는 이른바 ‘메가시티’를 만드는 문제도 후보들 사이 균형발전 전략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전국을 여러 권역으로 나눠 메가시티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반면, 심상정 후보는 메가시티 조성이 악영향을 가져다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설립됐다. 위원회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을 주도했다. ⓒ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홍보영상

이 후보는 전국에 서울 수준에 근접한 5개 메가시티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 호남권 등 5개 권역이다. 5개 메가시티 조성 권역에 포함되지 않은 제주, 강원, 전북지역에는 특별자치도 체제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안 후보도 이 후보와 비슷한 ‘5+2 광역경제권’ 메가시티 구상을 제시했다. 전국을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충청권, 호남권으로 나눈다는 계획인데, 단지 경제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메가시티 안에 있는 시군을 통합해 행정구역을 다시 설계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5개 메가시티로 묶이지 않는 강원과 제주는 특별경제권으로 지정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전국에 권역별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며 부울경 메가시티와 새만금 메가시티를 우선 제시했다. 부산과 울산광역시, 경남을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광역교통망(GTX)을 확충해 동남권 경제권을 조성하고,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을 새만금 메가시티로 통합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심 후보는 메가시티가 지역 안에서 또 다른 불균형을 만들 수 있다며, 대안으로 ‘다이버시티’(DiverCity)라고 이름 붙인 강소형 혁신도시 100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일명 ‘강소형 DiverCity’ 프로젝트다. ‘다이버시티’는 교육, 일자리, 에너지, 돌봄, 관광 등 각자의 영역에 특화된 도시로, 지역에서 자생이 가능한 소도시를 뜻한다.

‘분권’은 공감…‘지방 분권’은 소극적

주요 4개 정당 후보는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누자는 정치개혁 기조에 공감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축소하고, 거대 양당이 의석을 독점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중앙권력 분산에만 주목해 지방분권에는 관심이 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공개한 10대 공약에 지방분권을 포함한 후보는 이재명, 심상정 후보다. 윤석열, 안철수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지방분권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보낸 정책공약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5대 국정지표 가운데 하나로 지역 균형과 분권 확대를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 양극화 완화에 이은 세 번째였다. 10대 공약에서도 4순위로 ‘주거안정 실현, 함께 잘 사는 균형발전’을 내걸고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와 자치분권 확대를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전국적으로 걷히는 세금 가운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 대 2에 가까운 현실을 6 대 4로 바꿔 재정분권을 강화하겠다고도 공약했다. 또 지방분권위원회 기능 강화, 자치경찰제 기능 확대를 제시했다.

심 후보는 정부 조직을 개편해 지방자치를 지원하는 ‘자치분권처’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심 후보는 개헌으로 지방자치단체 명칭을 지방정부로 바꾸고, ‘보충성 원칙’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보충성의 원칙은 모든 공공사무는 기본적으로 지방정부가 담당하되 지방정부가 할 수 없는 국가적인 사무만 중앙 정부가 보충한다는 원칙으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도 담겼던 내용이다. 

▲ 이재명 후보(위)와 심상정 후보(아래) 10대 핵심 공약. 두 후보는 10대 핵심 공약에 지방분권 공약을 포함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윤 후보는 지방분권을 명시적으로 공약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 정부 100대 국정운영 과제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질의에 현 정부 74번 과제인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 분야를 ‘보완’하겠다며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조직권 실질적 보장’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했다. 

안 후보도 지방분권을 직접 공약하지는 않았다. 안 후보는 지난 25일 이뤄진 두 번째 법정 TV토론에서 이 후보에게 미국과 달리 한국 대통령만 제왕적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아느냐고 물으며 “(한국 대통령은) 미국처럼 주지사로부터 견제를 받거나 상하원 양원으로부터 견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견제할 정도의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어떻게 부여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시민사회에서는 지방분권을 실현할 보다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고 있다. 개헌국민연대는 국회에 지역 대표성을 가진 상원을 도입해 양원제로 국가 정치를 견제하는 방안에 관해 후보들의 답을 요구했고 지난 14일 답을 받았다. 이 후보는 “지역대표형 상원에 관해서는 국회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가 전제되어야 하며 입법부의 형태에 관한 것은 기본적으로 국회의 권한”이라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심 후보는 상원제 도입 제안을 수용했다. 안 후보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우선 시행하면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공론화”해야 한다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국방과 국제관계처럼 국가의 배타적 권한에 속하지 않는 사항은 광역지방정부(광역지자체)가 경합적으로 입법권을 행사해 법률과 동등한 ‘자치법률’을 제정할 수 있게 하자는 방안에 관해서는 답변한 후보 모두 동의했다. 박진강 개헌국민연대 팀장은 “지방분권은 결국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방안”이라며 “중앙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지방에서 재원 일부를 부담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뜻에 따라 정책을 거부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3일 개헌국민연대는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개헌안과 후보들의 수용 여부를 발표했다. ⓒ 개헌국민연대

‘육아휴직·돌봄 강화’...지역소멸 맞춤 공약은 부족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6만 5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명 이상 줄어 역대 최저치였다. 2017년 40만 명 선이 무너진 뒤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2060년이 되면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감소 직격탄을 맞는 곳은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이다. 지난해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정부는 올해부터 10년 동안 매년 1조 원씩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이들 지역에 배분할 계획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대체로 지역소멸 문제를 균형개발과 인구정책 관점에서 접근했다. 인구정책에서는 육아휴직과 공공돌봄을 강화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소멸을 직접 겨냥한 공약은 비중이 높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부모쿼터제’와 ‘자동 육아휴직 등록제’ 도입을 약속했다. 부모쿼터제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일정 기간 강제하고, 자동 육아휴직 등록제는 아이를 출산하면 직장에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적용하는 제도다. 돌봄서비스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통일하고 방과 후 돌봄 교실도 오후 7시까지 확대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학년과 요일에 따라 들쭉날쭉한 하교 시간을 고정하되 지금보다 조금 늦춰 학교에서 보육 기능 일부를 부담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윤석열 후보도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부부가 각각 1년 6개월씩 총 3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자녀가 태어난 뒤 1년 동안 월 100만 원씩 지급하는 ‘부모급여’ 도입도 제안했다. 돌봄에 관해서는 ‘육아 재택’ 정책을 공약했다. 자녀가 있는 노동자는 일정 기간 재택근무하며 직접 보육할 수 있도록 ‘육아 재택’ 근무를 허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심상정 후보는 육아휴직에 관해서는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현행 150만 원에서 최저임금 1.5배 수준인 285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육아휴직 급여액 일부를 복직 6개월 뒤에 지급하는 사후지급금 규정도 삭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3개월까지 보장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10일에서 30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주4일제 도입과 공공의료 확대를 저출산 대책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균형발전보다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반값 공공산후조리원을 기초지방자치단체마다 한 개 이상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2027년 임기 말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1만여 개를 더 짓겠다고 약속했다. 방과 후 오후 7~8시까지 이어지는 ‘한국형 전일제’ 학교 도입도 제시했다. 정규 수업 이후 시간에 코딩과 외국어 교육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 연간 신생아 수는 2015년 43만 8천여 명에서 매년 급속도로 줄어 2020년 30만 명 선도 무너졌다. ⓒ 통계청

반면 지역소멸을 직접 겨냥한 공약은 많지 않았다. 이 후보는 소멸지역의 위기대응을 위한 대통령 직속 지방상생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도농 격차를 줄이겠다며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역 여건에 따라 1인당 연간 100만 원 이내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소멸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주택을 매입해 2주택자가 되더라도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28일 지방신문협의회와의 인터뷰에서 “인구소멸지역을 지원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주자에 대한 보육·의료·보건 정책을 지원”하고 “교부세, 보조금을 배분할 때 취약 지자체에 가중치를 두는 등 재정보전”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심, 안 후보는 지역소멸에 관해 직접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한 공약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후보들의 공약에 관해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제도의 확대 차원에서 후보들이 제안한 공약을 실천한다면 개별 사업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육아휴직과 돌봄 확대 공약에 관해서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정부 제4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을 눈에 띄는 대로 몇 개씩 모아서 파편적으로 제시한 정도”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또 “지역소멸 위기 대응이 균형발전과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역별 메가시티를 조성하면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양극화로 지역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편집: 김병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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