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의학드라마 캐릭터 얼기설기 엮은 구성, 완성도 낮아
[지난주 TV를 보니:11.23~11.29]

권모술수에만 능한 과장, 든든한 집안 덕에 고속 승진했지만 실력은 없는 조교수, 수술 매듭(타이)도 제대로 못하고 늘 실수 연발인 3년차 전공의, 졸아도 너무 조는 1년차까지. 절대 내 가족이 아플 때 가고 싶지 않은 그 병원은 한국방송(KBS) 2TV 드라마 <브레인>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설정된 천하대 신경외과다.

▲ KBS2 월화드라마 <브레인>. ⓒ KBS 홈페이지

문화방송(MBC)의 <하얀거탑>이 성공한 이후, 몇몇 메디컬(의학) 드라마는 실감나는 수술장면 등의 볼거리와 탄탄한 전개, 주연들의 뛰어난 연기로 ‘명품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브레인>은 언뜻 병원 내 정치를 다뤘다는 점에서 <하얀거탑>과 비견될 만 하지만, 지금까지 방송된 내용으로만 보면 완성도에 큰 아쉬움이 있다.

‘빽 없고 운 없는’ 강훈, 누가 비난 할 수 있을까

주인공 이강훈(신하균 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실력을 가졌지만, 든든한 배경을 가진 동기 준석(조동혁 분)에게 밀려 조교수로 임용되는데 실패한다. 과장에게 논문까지 바쳐가며 줄을 섰지만 이용만 당하고 ‘팽(버림)’ 되어버린 것이다.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후배를 야단치면 “내가 이 학교 출신이 아니라서 이러는 거냐”며 바락바락 대들고, 어릴 때 그를 버렸던 어머니는 사채업자가 병원까지 찾아와 난동을 부리게 만든다.

인간관계도 불운하다. 벌써 몇 번이나 잘못된 오더(지시)를 내려 환자의 혈압을 급등락하게 만든 후배 의사 윤지혜(최정원 분)는 강훈의 질타를 “나만 미워해…”식으로 받아 들이고, 간호사들은 의사의 오더를 제대로 따르지도 않고 그의 꼼꼼함을 비난한다. 심지어 지난달 28일과 29일 방영된 5, 6회에서는 그의 승진을 가로챈 동기 준석이 강훈을 자신의 조수처럼 부리는 것도 모자라 공을 가로채고 실수를 덮어씌운다.

무능한 준석을 비난하는 이는 아무도 없고, 단지 성격이 까칠하다는 이유로 모든 비난의 화살이 강훈에게 쏟아진다. 일부 시청자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당장 강훈이 병원에서 칼부림을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 지혜(최정원)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강훈(신하균). ⓒ KBS 홈페이지

‘왜 키스했지?’ 납득하기 어려운 전개

드라마는 불운한 강훈에게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전개로 몰입을 방해한다. 6회에서 강훈과 지혜는 돌연 ‘풍선껌 키스’를 선보인다.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의 ‘사탕키스’, 서울방송(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거품키스’에 이어 화제가 될 만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보는 이들은 그 시점에서 그들이 왜 키스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강훈은 그동안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인물로 그려졌는데, 5회를 기점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혜가 환자 가족에게 뺨 맞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대신 사과를 하고, 수술 매듭을 제대로 못해 쩔쩔매는 지혜에게 개인 교습도 해 준다. 하지만 강훈이 왜 갑자기 변한 것인지, 얼굴에 풍선껌을 칠갑한 지혜의 고백에 왜 뜬금 없이 키스를 한 것인지, 시청자는 그 감정선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온 병원이 강훈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 강훈이 폭발하는 대신 부드럽게 변하려면 뭔가 그럴 만한 계기가 있어야 할 텐데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사랑은 원래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것일까?

<브레인>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평면적인 캐릭터 설정, 단순한 이야기 구조,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전개 등의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앞서 인기를 모은 메디컬 드라마들의 인기요소를 그냥 끌어다 모은 듯한 구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력은 없으면서 줄 잘 서 과장이 된 의사 고재학(이성민 분)과 출세에선 밀려났지만 실력 있고 소명의식도 뛰어난 이상철(정진영 분)의 대립구도는 MBC 드라마 <뉴하트>의 민영규(정호근 분)와 최강국(조재현 분), <종합병원>의 한기태(이종원 분)와 김도훈(이재룡 분)을 떠올리게 한다.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가시 돋친 언행으로 인심을 잃는 주인공 강훈은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의 안중근(이범수 분) 을 연상시킨다. 또 다른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고 실력도 부족하지만 마음만 따뜻한  민폐형 캐릭터인 윤지혜는 <뉴하트>의 이은성(지성 분)과 비슷하다.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듯한 설정이 뒤섞인 데다 묘사의 섬세함도, 빼어난 서사도 없다 보니 감동이 덜할 수 밖에 없다.

여성 시청자 흡인하는 신하균의 절절한 연기 

▲ <브레인>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신하균. ⓒ KBS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레인>의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5회까지는 SBS <천일의 약속>에 밀려 8~9% 대의 한자릿 수 시청률에 그쳤지만 풍선껌 키스로 화제를 모은 6회는 에이지비(AGB)닐슨 미디어리서치 기준 1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인터넷의 여성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여성 시청자들이 <브레인>에 열광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강훈 역을 맡은 신하균의 연기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가 준석의 집에서 가사도우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내다가도 어머니의 구멍 난 양말에 가슴 아파하는 장면이나,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도 빚 많이 남았냐”며 울음을 삼키는 모습은 절절함 그 자체였다. 오로지 ‘신하균에 의한 신하균을 위한, 신하균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하균의 연기가 뛰어나다고 해도 그에게만 의지해서는 20부작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시청자들을 붙들어 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계백>에 이어 지난달 28일 첫 방송을 내보낸 MBC <빛과 그림자>가 호평을 받으며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한 번도 다룬 적 없었던 ‘뇌’를  다룬다는 신선함과 신하균 등 연기파 배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브레인>. 과연 제작진은 지금까지 드러난 약점을 극복하고 또 다른 ‘명품’  메디컬 드라마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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