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기자’ 넷, ‘나꼼수’ 멤버 넷을 말하다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인기가 뜨겁다.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의 청취 순위는 현재 국내 종합 1위, 세계 정치부문 1위.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선거 과정에서 ‘나꼼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과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사학재단 청탁, 1억 피부샵 의혹을 연이어 제기했다. 선거 후 나경원 의원은 피부샵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라며 ‘나꼼수’ 출연진 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도 아랑곳 않고 ‘나꼼수’ 출연진은 지난 29일 서울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BBK 사건 관련자인 에리카 김의 인터뷰를 인용해 이명박 대통령 불륜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단비뉴스> 기자인 이슬기, 엄지원, 최원석, 박경현이 ‘나꼼수’의 흥행과 논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나는 꼼수다> 4인방 캐릭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 딴지일보

박원순 당선의 일등공신이 된 비결

경현: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슈가 바로 ‘나꼼수’잖아. 박원순 씨 당선에 ‘나꼼수’가 큰 역할을 했다고들 하는데, 어떤 것 같아?

▲ 이슬기 기자
슬기: 나도 ‘나꼼수’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봐. 원래 박원순 후보 지지율이 나경원 후보보다 크게 앞서 나갔잖아. 그런데 한나라당에서 박 후보를 검증한다면서 병역 기피, 인테리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지지율 격차가 많이 좁혀졌지. 주진우 기자가 ‘나꼼수’에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이나 나경원 후보의 사학재단 비리, 1억원 피부샵 의혹을 터뜨리면서 맞받아치지 않았다면 박 후보의 당선이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 ‘나꼼수’ 특성상 나 후보에 관한 의혹들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측면도 있고.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전략에 ‘나꼼수’가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생각해. 한나라당이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지.

원석: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나꼼수’의 힘이 커지다 보니 이를 통제하려는 시도도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2월에 SNS 심의 전담팀을 출범한다고 밝혔잖아. 이 신설팀이 ‘나꼼수’를 겨냥한 건 분명해. 원래 ‘나꼼수’는 자유로운 표현이 매력이었는데, 기존 언론들처럼 통제를 받다 보면 생명력을 잃지 않을까 걱정 돼.

경현: 그렇지만 방송에서 발언 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슬슬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 발언 때문에 진정성까지 훼손당할 수 있다는 거지. 방송이 아닌 콘서트에서 발언한 것이긴 하지만 ‘나꼼수’ 멤버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생아 의혹을 제기한 걸 두고 진중권 씨가 문제 삼기도 했고. BBK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는 사실을 흥미를 끌기 위해 폭로했다는 거야.

지원: 표현방식이 워낙 자유분방해서 아무래도 나이 많은 분들은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표현방식에 너그럽고. 그래서 ‘나꼼수’ 시청자가 주로 젊은 층인 거 아닐까. 팟캐스트에 기반한 방송방식이 젊은 층에 익숙한 이유도 있겠지만.

거침없이 싸질러버린 ‘꽉 막힌 정치’

경현: 이번 선거 결과를 봐도 후보 지지에 대한 지역적 차이는 줄고 세대별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났잖아. 나 후보가 중장년층 지지를 받은 반면 박 후보는 젊은 층 지지를 받았지. 박 후보 편에 섰던 ‘나꼼수’는 내용부터 형식까지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에 적합했어. 지금의 이삼십대는 SNS와 팟캐스트 같은 뉴미디어에 익숙하고 파격적인 표현에 거부감이 없지. 일자리나 등록금 문제 등으로 정부에 대한 분노가 쌓여있기도 했고. 그런 정부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나꼼수’를 들으며 통쾌해 한 젊은이들이 많지 않았을까.

▲ 엄지원 기자
지원: 그렇지만 확실히 수위 높은 표현이나 내용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아. 20대 중에서도 김어준 총수가 방송에서 자주 ‘씨바’ 같은 욕을 하는 게 거슬린다는 사람도 꽤 봤거든. 그래도 난 그가 욕하는 게 좋아. 처음엔 '뭐야, 이 사람' 하고 본능적으로 거북했던 게 사실이야. 그런데 잘 들어보니 김 총수의 욕은 욕보다 추임새에 가깝더라고. 김 총수가 틈틈이 내뱉는 그 욕은 다른 ‘이빨’(‘나꼼수’ 멤버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쫄지 않고' 떠들어 댈 수 있도록 힘을 북돋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중독성도 있어.

경현: 나도 욕하는 게 오히려 시원해서 좋더라. 주진우 기자가 ‘누나 전문기자’로 통칭되거나 김용민 교수가 본인을 ‘목사아들 돼지’라고 소개하는 것도 웃기고. 정봉주 의원은 소위 ‘깔때기’를 들이대면서 자꾸 스스로를 희화화 하잖아. 이건 정치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 방법인 것 같아. 그럼 자유롭고 재미있는 표현 외에 ‘나꼼수’가 이렇게까지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슬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의원, 시사인 주진우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이 네 명은 단순히 웃기는 것 외에도 각자 분명한 역할이 있어. 김어준 총수는 거침없는 표현 외에도 깔끔한 정리를 맡고 있지. 정봉주 전 의원은 다른 곳에서는 듣기 힘든 정치계 생생한 정보를 전달해주고. 주진우 기자는 디테일한 취재로 정보의 전체적인 신뢰도를 높여줘. 김용민 평론가는 음악이나 관련 보도내용을 적재적소에 넣는 편집능력이 예사롭지 않지. 이렇게 역할 분담이 확실한 네 명이 ‘가카’를 두고 분석부터 비판, 풍자까지 주고받는데 웬만한 예능 못지않게 재미있어. MBC <라디오스타>도 그렇잖아. 기본적으로 웃기는 사람들인데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돼있어 흐름이 매끄럽지. 예능 프로그램도 사회자들의 캐릭터가 잘 설정되어야 재미있는데, ‘나꼼수’ 역시 네 명의 개성이 강하면서도 잘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것 같아.

▲ 박경현 기자
경현: 나도 ‘나꼼수’를 보면서 MBC <라디오스타>가 생각났던 게, <라디오스타>의 MC들은 게스트에게 절대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내뱉잖아. ‘나꼼수’의 네 명도 프로그램 제목과는 다르게 꼼수를 쓰는 스타일이 아니야. 대상을 콕 집어내서 정면으로 조롱하고 비판하지. 사실 ‘나는 꼼수다’라는 프로그램 제목에서 ‘나’ 자체가 이 넷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이긴 하지만.

지원: 난 ‘나꼼수’의 매력은 ‘싸지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 묵은 숙변을 한꺼번에 밀어내듯이 시원시원하게 내뱉는 게 ‘나꼼수’의 ‘치명적인’ 매력이지. 그간 국민들은 꽉 막힌 정치에 답답할 만큼 답답했잖아. 이렇게 해답을 주지 못하는 정치와 정치인들을 향해 ‘나꼼수’가 대신해서 하이킥 한 방을 날려준 거야. 그것도 꼼꼼하게. 불통의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나꼼수’는 적지 않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

‘나꼼수’의 흥행 공신은 오세훈과 이명박?

원석: 난 분명한 대상을 풍자하는 프로그램이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 예를 들어 KBS <개그콘서트>는 대상을 누구나 공감하는 ‘공공의 적’으로 폭넓게 잡잖아. 잘 모르는 초등학생이나 어르신들이 봐도 재미있을 정도의 무난한 비꼬기랄까. 하지만 ‘나꼼수’는 두루뭉술한 공공의 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람들을 지목해 비꼬고 있어. 말하자면 현재 한국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들의 핵심적 원인 제공자들, 그리고 그들의 문제를 지적하지.

경현: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은 데에는 ‘나꼼수’ 자체의 매력도 컸겠지만 사회적 배경도 있었을 것 같아.

슬기: 맞아. 시기적으로 사람들이 한참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나꼼수’가 시작됐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진행되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도 점차 끝나가고 있어. 지난 1일 아이랜리서치컨설팅이 서울지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54.0%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MB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있다는 응답을 했대. 그만큼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일 거야. 게다가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말해주듯 정치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고.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정치와 시사에 관심이 높아진 시대적인 상황이 ‘나꼼수’ 열풍을 가속화 한 건 아닐까.

▲ 최원석 기자
원석: 나는 스마트 디바이스나 SNS의 영향도 컸다고 생각해. 각종 SNS에서 ‘재미있다’는 입소문은 무척 빨리 퍼지지. ‘나꼼수’에 나온 내용이나 청취 소감을 리트윗이나 추천 등을 통해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보니 특히 젊은 층에서 단기간에 ‘나꼼수’가 유행하게 된 것 같아. 여기에 덧붙이면 ‘나꼼수’가 나름대로 ‘예견한’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가 일종의 흥행요소가 된 것 같기도 해. ‘설마 그러겠어’ 했는데 정말 사퇴해버렸지. 본인은 불명예스럽겠지만 어찌 보면 오 전 시장은 ‘나꼼수’ 흥행의 숨은 공신이지.

지원: 오세훈 전 시장이 ‘나꼼수’ 흥행의 숨은 공신이라면 일등공신은 단연 이명박 대통령이지. 여론을 장악하고 통제하려는 MB정부의 행동들이 ‘나꼼수’의 인기를 부채질한 측면이 있어. 왜 누군가 말리면 더 하고 싶잖아. MB정부는 출범 초기엔 촛불집회를 강제 진압하고, 미네르바나 G20 당시 쥐 그림을 그렸던 대학 강사를 구속했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긴 거야. 억눌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때마침 등장한 ‘나꼼수’를 통해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런데도 최근 정부가 SNS 심의전담팀을 출범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여전히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경현: 기존 언론과 맞먹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나꼼수’는 정부로서는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겠지. 이제는 기존 언론이 오히려 ‘나꼼수’ 방송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고. ‘나꼼수’ 출연자들에 의해 시작된 논란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기도 하더라. 언론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우리로서는 ‘나꼼수’라는 방송을 어떤 식으로 볼 수 있을까?

▲ (왼쪽부터) 최원석, 엄지원, 박경현, 이슬기 기자.

진보적 가치 지향하는 황색지도 있었으면…

지원: 일단 '한국식 황색매체'의 등장이 반가워. 저널리즘 수업에서 영국에는 <데일리 미러>처럼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는 황색지가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 ‘나꼼수’도 방법이나 메시지를 담는 그릇은 가볍고 자극적이지만 그런 점 때문에 많은 대중들을 아우를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방송을 들으면 아줌마, 아저씨들이 정봉주 의원에게 제보하는 것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잖아. 영포빌딩 개고기집 어머님이 대표적이지.

경현: 나도 ‘나꼼수’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쉬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무리 대단한 내용이라 해도 재미없고 딱딱한 방송이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진 않았겠지. ‘나꼼수’를 들으면 복잡한 내용들을 최대한 쉽게 말하려는 네 명의 노력이 느껴져. 어렵게 말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말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

슬기: ‘나꼼수’가 대중들에게 정치를 쉽게 알려주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좋게 평가해. 하지만 현 정부를 비판만 하다 보니 자칫 청취자에게 정치에 대한 반감을 주지 않을까 우려스러워. 정치인은 모두 부패했고, 현 정권은 제대로 하는 일도 없고, 정치가 다 그런 것이라는 회의주의에 빠지게 하진 않을까 걱정돼. 물론 청취자가 비판적으로 들어야 하지만, 계속 듣다 보니 정치 무상에 빠지는 측면도 있어.

원석: 그래서 비판도 정확한 사실만을 바탕으로 하는 게 중요하지. 언론고시생뿐 아니라 요새 대학생들도 토론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잖아. 그런데 ‘나꼼수’ 네 사람이 벌이는 토론만큼 준비도 없이 비판하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아니면 무슨 토론대회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기기 위한 논리에만 집착하든지. 결국 토론이란 건 더 나은 방안을 찾기 위한 과정 아닌가? 그런 면에서 ‘나꼼수’ 출연진들이 계급장 다 떼고 각자 조사한 사실에 근거한 논리만을 바탕으로 말하는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어.

지원: 언론에 관해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기존 언론의 '나꼼수 베껴 쓰기'야. ‘나꼼수’가 업로드 되고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여기서 나온 발언들이 곧장 기사화 해. 그런데 김 총수도 말했듯이 기존 언론이 ‘나꼼수’를 베껴 쓴 기사 어디에도 '나꼼수에 따르면' 같은 출처를 밝혀주는 말이 없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비겁하잖아.

원석: 나는 ‘나꼼수’에도 바라는 점이 있어. 색채가 워낙 진보적이다 보니, 자칫 사회에 어느 정도는 필요한 ‘보수’의 중요성이나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적은 것 같아. ‘가카 헌정방송’이라며 종료시점까지 정해놓고 있지만, 난 어떤 정권이 오든지 진보와 보수는 공존해야 한다고 봐. 홍준표 의원도 보수 인사이긴 하지만 방송 내용은 ‘공방’ 보다는 거의 ‘방어전’에 그쳤지. 4인방과 보수 논객이 치고받는 ‘나꼼수’는 좀 어수선하긴 하겠지만,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 ‘나꼼수’에 한마디

슬기: 주진우 기자, 누나 말고 연하는 어때요?

원석: 이번 정권 끝날 때까지, ‘나꼼수’는 끝나선 안돼!

지원: 김 총수, 욕을 더 싸질러주세요.

경현: 꼼수 없는 세상!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