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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봄날에 ‘똥꿈’을 꾼다
[청년기자의 시선2] ‘봄’ ③ 땅
2021년 04월 15일 (목) 12:18:34 김지연 PD huse7@hanmail.net

‘똥꿈’의 두 얼굴

똥꿈을 꿨다. 꿈 속에서 나는 내가 싼 똥이 빌라 전체에 넘쳐서 당황하고 울었다. 어쩔 줄 몰라 하다 잠에서 깼다. 안도하던 것도 잠시, 곧장 내가 얼마전 서류를 넣었던 언론사의 채용 공고가 떠올랐다. 꿈에 똥이 나오면 길몽이라는데, 좋은 신호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엄마에게 딸의 취업 소식을 전할 수 있을까? 며칠 뒤 저녁, 회사에서 돌아온 엄마가 말했다. “우리 화성 집 근처에 지하철 역이 생긴다더라. 너도 집 값 오르라고 기도해.” 

   
▲ 최근 아파트 값이 급상승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일대 아파트 단지. 서울에 가까운 인천과 경기도 집값은 서울 지하철 연장, GTX 건설, 신도시 개발 소식이 들리면 덩달아 올랐다. © <연합뉴스>

우리 가족은 안산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화성에 살았다. 엄마의 화장품 회사가 이전해 이사를 해야 했는데, 화성 집은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화성 집을 세 놓고, 안산에서 세를 살았다. 화성에는 지하철역 신설 계획이 발표됐다. 역은 우리집이 있는 1지구에서 떨어진 2지구에 생길 예정이었다. 그 지하철역이 1지구와 2지구 사이, 그것도 1지구에 조금 더 가깝게 생긴다는 거다. 지하철까지 걸어서 30분 이내인 역세권. 지금 부동산 광풍을 보면 집값이 오를 건 분명했다. 그 말을 하는 내내 엄마는 신나 보였다.

‘엄마, 안 그래도 내가 얼마 전에 똥꿈을 꿨는데! 진짜 잘됐다!’ 이 말을 불쑥 내뱉을 뻔했다.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 똥꿈은 나에게는 취업소식 희망으로, 엄마에게는 집값상승 기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말하면, 왠지 그 똥꿈이 화성 집값이 올라가는 데 사용될 것 같았다. 상상은 한 걸음 더 나갔다. 말하지 않아서 내가 취업했다 치자, 내 월급으로는 집세와 생활비도 안 된다. 내가 취업하는 것보다 집값이 오르는 게 가계에 더 도움이 될 텐데.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화장품 소비가 줄었다며, 엄마는 돈이 필요한 기색을 자주 내비쳤는데. 내가 꾼 똥꿈으로 내 취업과 엄마의 돈 중에서, 나는 어느 것을 빌어야 하나.

똥 냄새 나던 우리집

화성은 내게 똥의 도시였다. 화성은 논밭과 아파트가 공존하는 신도시다. 봄이 되면 화성시 주변 논밭에 뿌린 거름에서 똥냄새가 진동했다. 서울의 대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시외버스를 타고 시가지를 벗어날 때면 창문을 닫아야 했다. 1시간 넘게 이동해도 거름 냄새는 끈질기게 틈새를 파고들어 졸고 있는 나를 깨우곤 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똥냄새에 시달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서울에 조금 더 가까웠다면’, ‘지하철이 있어서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논밭 자리에 아파트단지가 생기고 번화가가 생겼지만, 화성을 둘러싼 똥냄새는 그곳이 여전히 수도권의 변두리란 걸 상기시키는 낙인이었다. 

여느 신도시처럼, 화성에도 똥꿈을 잘 꿔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많았다. 서울 출신인 엄마는 지역 행사나 시청 행사를 위한 업무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 지역 사람들에 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생각은 시골사람처럼 폐쇄적인데 벼락부자가 많은 동네’라 시간도 많고 뒷말이 많다고. 엄마는 사업을 위해 시 행사나 교회, 테니스회 등 각종 모임에 나가 ‘시간 많은 시골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화성의 시골사람들은 순박한 농민이 아니었다. 어디 땅 값이 오른다며 몰려온 투기꾼과 그 투기로 돈 벌어서 거들먹거리는 땅부자, 서울의 높은 집값에 밀려 떠밀려온 외지인까지. 엄마는 그런 ‘시골사람들’과 부대끼는 걸 힘들어했다. 

똥이 땅이고 밥이던 시절

똥꿈이 길몽인 이유는 농사가 중시되던 시대에 똥이 중요한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직전, 이탈리아에 배낭여행을 갔다. 엄마 친구에게 친환경 유기농업을 하는 농가를 소개받았다.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프로그램이었다. 자연 농사를 짓는 부부는 핸드폰도 안 통하는 산 속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며 버섯을 채집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통나무집도 고사하면서 텐트를 치고 지내며 부부가 함께 살 자연의 집을 진흙과 지푸라기로 짓고 있었다. 나는 오두막 짓기를 도우며 1주일을 함께 살았다. 

   
▲ 이탈리아의 자연농 부부는 똥으로 거름을 만들어 농사에 사용하고, 흙과 지푸라기로 지은 자연의 집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 김지연

부부의 화장실은 나무로 지은 작은 원두막이다.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천막으로 사방이 둘러쳐져 있고 그 가운데 변기 커버가 있다. 커버 아래는 뻥 뚫려 있고, 바닥에는 짚더미를 깔아 놓은 푸세식 화장실이다. 그들은 똥오줌을 지푸라기와 함께 썩혀 거름으로 쓰니 똥은 곧 건강한 흙이 되어 땅으로 돌아간다. 그 땅에서 부부는 농사를 짓고 그 흙으로 집을 지었다.

한국 농부에게도 흙은 생명의 터전이었다. 대학시절 농활을 갔을 때, 우리는 논에서 김을 맨 잡초뿌리를 논물에 깨끗이 헹궈 논둑으로 던졌다. 뿌리에 조금이라도 흙이 묻어 있으면, 잡초는 다음날 논둑에서 뿌리를 내려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한 줌 안 되는 흙도 다시 생명을 키워낸다. 둑에서 말린 잡초는 썩어서 퇴비가 되어 논으로 돌아간다. 농부는 우리가 김매기를 마치고 논에서 나올 때 장화에 묻은 흙 한 알도 잘 털어 논으로 되돌리라고 당부했다. 농부에겐 흙 한 알이 곧 땅이었고, 그 땅에서 농사 지은 쌀은 밥이 되었다. 흙은 땅이고 땅은 밥이었다.

농사도, 노동도 똥인 사회 

이제는 한국사회에서 농사 자체가 진짜 ‘똥’이 되어버렸다. 2019년 여름,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유튜브에 올린 양파 볶기 영상이 화제가 됐다. 양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어려워진 농가를 도우려고 만든 영상이었다. 뉴스에서는 농민들이 포장비와 운송비도 안 나온다며 트랙터로 양파 밭을 통째로 갈아엎었다. 마늘, 배추… 농산물은 교대로 똥값이 되었고, 농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작물째 논밭을 갈아 엎는다. 치솟는 인건비, 중국산 등 수입 농작물에 밀려 하락한 농산물 가격에 농민의 부채는 쌓여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농가소득은 4,118만원인데 농가부채는 그에 버금가는 3,571만원에 이르렀다. 

   
▲ 올해 대파 값은 1년 전에 비해 약 4배 치솟았다. 전 해 대파가격이 폭락해 많은 농민들이 대파 농작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흙이 생명의 터전이 되고, 땅이 농사의 기본이 되려면 경자유전의 원칙부터 엄격히 정립돼야 한다. © <연합뉴스>

농부들이 눈물을 흘릴 때, 농지에 아파트를 지은 사람들은 웃었다. LH직원들이 제3기 신도시 예정지 불법 땅투기로 구속됐다. 그들이 72억에 매수한 농지는 시가 기준 약 240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법적으로 농지는 농사를 짓는 이만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일 뿐, 농지 투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국회의원 전수조사, ‘경자유전’의 원칙을 살리게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허공을 맴돌고 있다. 그 사이 농사는 진짜 ‘똥’이 되었다. 

농사만이 아니다. 취업도, 노동도 ‘똥’이다. 한 방송사의 프리랜서 조연출 채용 공고에서 제시한 월급은 210만원이다. 방송국 본사가 아닌 외주제작사는 조연출 채용에 190만원을 제시한다. 생계조차 꾸리기 어려운 금액이다. 노동 조건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4년 전 나는 외주제작사에서 2주 단위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에서 조연출로 일했다. 10일 가량 휴일 없이 일하고 방송이 나가면 3일을 몰아서 쉬었다. 마감 직전에는 야근이 필수였다. 채용공고에 적힌 ‘탄력근무’는 현장에서는 ‘필요한 만큼’과 동의어였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비정규직도, 프리랜서도 사치가 됐다. 해고된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중소상공인, 취업이 막힌 청년들까지, 생존이 걸린 수많은 사람들이 물류·배송·대리운전 등 더 열악한 노동 조건과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부와 노동 불평등의 원흉 ‘땅꿈’

   
▲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가 잇따라 나오면서 재건축 단지와 주변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 네이버

농사와 노동이 ‘똥’이 되어버린 반대편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불로소득이 있다. 모두가 땅과 집에 매달려 땅으로 대박나는 ‘땅꿈’을 꾼다. 2020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17~2020년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한 채에 3억1400만원 올랐다. 투기가 쌓이고 쌓인 결과, 우리 나라 땅값을 다 더하면 1년 국내총생산(GDP)의 4배나 된다. 1~3배 수준인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전체 자산에서 땅값은 54.6%를 차지했다. 높은 땅값은 그대로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2019년 주택보유 상위 1%는 1인 평균 7채를 보유했다. 집으로 집을 불리는 사람들을 보며 무주택자는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땅과 투기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면 토지공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한정된 재화인 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온전히 사유하게 한다면 투기는 ‘필연’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적 소유를 막지 않는다. 다만 땅이 모두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소유에 한계를 두고, 이익의 범위를 제한하자는 정신이다. 이미 우리 헌법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나와 있다. 유명무실해진 원칙을 되살리면 된다. 더 나아가, 주택에도 공공의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 ‘거자유택’, 곧 실제 사는 사람만 집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원칙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구조를 바꿔야 부동산 시장에 과투입된 부의 재분배가 가능해진다. 그 부가 농업에, 제조업에, 서비스업에 ‘투자’될 때, 농부와 노동자의 땀은 제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

이 봄, 엄마의 ‘똥꿈’이 실현되려면 

취업 똥꿈은 깨졌다.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화성 똥꿈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애초 엄마의 화성 똥꿈과 내 취업 똥꿈은 같이 갈 수 없었다. 모든 부가 부동산에 걸려있고, 부동산으로 상상조차 넘어서는 돈을 버는 시대에, 농사와 노동의 가치가 똥값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엄마의 꿈도 돈이 아니었다.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 사람들이 건강한 피부를 갖도록 돕는 일이었다. 엄마 회사는 코로나19로 꺾이고 임대비에 치여 매달 직원 월급 줄 돈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엄마가 지금 로또를 사고, 화성 집값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 열심히 일해 왔으니 이 봄에 엄마는 더 ‘화성 똥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똥꿈’ 환상을 깨려면, 모두가 매달린 ‘땅꿈’을 부수어야 한다. 땅이 투기와 불로소득을 위한 땅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땅으로 제자리 매김해야 한다. 땅은 밥을 생산하는 농토가 되고, 내가 노동하는 일터, 엄마가 화장품을 개발하는 연구실이 되어야 한다. 농사짓는 농부에게 똥냄새가 돌아오고, 노동하는 서민들의 땀냄새가 돌아오면, 엄마의 똥꿈도 원래대로 아름답고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소박한 꿈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청년기자의 시선1]이 하나의 현상과 주제에 관한 다양한 시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시선2]는 현상들의 관계에 주목해 현상의 본질을 더 천착하고, 충돌하는 현상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모색한다. 이번 주제는 ‘봄’이다. 코로나 팬데믹 1년, 재난은 계속되지만 자연의 순환은 어김없다. 생명은 언 땅을 뚫고 대지를 초록으로 물들이고 꽃을 피운다. 생명이 역동하는 이 봄을, 엘리엇은 <황무지>에서 잔인한 4월이라 노래했다. 그렇다, 제주 43이, 세월호가, 419 혁명이 말한다. 생명과 죽음, 혁명이 함께 하는 이 봄을 기억하라고. (편집자)

편집 : 이정민 기자

[김지연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시사현안팀 김지연입니다.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서 가장 높이 날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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