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팩트체크주간] 팩트체크와 코로나19 백신

국경 없는 감염병 시대, 이동의 편리함만큼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0만 명, 목숨을 잃은 사람은 1,700명을 넘어섰다.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다. 감염병처럼 퍼지는 잘못된 정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괴담이 각종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믿을 만한 정보를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 이윤재 질병관리청 전문사무관(온라인 대변인)이 '코로나19 허위정보 면역 키우기'를 주제로 온라인 강연에 나섰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를 팩트체크 주간으로 정했다. '일상을 흔드는 거짓, 팩트체크로 바로잡다'는 슬로건 아래 허위정보 대응과 팩트체크를 주제로 각종 세미나와 강연을 준비했다. 네 번째 날인 4월 7일의 주제는 '코로나19 허위정보 면역 키우기'였다. 질병관리청이 직접 나섰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 찾는 방법을 소개하고, 코로나19 예방접종과 관련한 믿을 수 있고 올바른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날 강연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채널의 온라인 생중계로 오전 10시부터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윤재 질병관리청 전문사무관(온라인 대변인)이 발표자로 나섰고 최원석 시청자미디어재단 연구원이 사회를 맡았다. 사전 신청한 전국 20여개 중‧고등학교의 1,600여명 학생들이 강연을 시청했다.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허위 정보에 노출된 학생들에게 정보 식별 능력을 알려주기 위해 선생님들은 수업을 대체한 특강 형태로 강연을 활용했다. 

불안과 공포 전염시키는 '인포데믹(정보 감염증)'이 혐오와 혼란 일으켜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우리는 단순히 감염병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인포데믹'과도 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UN사무총장은 "우리 공공의 적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의 '인포데믹'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인포데믹이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다. 어떤 사안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범람해 부작용을 낳는 현상을 뜻한다. 잘못된 정보나 근거 없는 소문은 각종 IT 기기나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한다. 이 사무관은 허위‧조작정보로 말미암은 인포데믹이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오 감정을 조장하고, 코로나19에 대한 음모론까지 등장해 사회적 혼란이나 국가 위기가 초래할 수도 있다. 이 사무관은 또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의 허위조작정보에 많이 노출될수록 감염병 스트레스나 우울감, 고립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대응한 허위‧조작정보를 소개했다. '입안을 소금물로 헹구거나 마늘 끓인 물을 먹으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 '마스크에 치약을 뿌리면 재사용할 수 있다' 등이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허위‧조작정보는 SNS를 통해 무서운 속도로 대중에게 확산한다. 이 사무관은 백신과 관련한 대표적인 허위정보의 잘못을 짚었다.

▲ 충남 예산 광시중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강연을 듣고 있다. 김보경 광시중 진로진학담당교사는 <단비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질병관리청 역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해 학생들의 허위 정보 식별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 김보경

백신과 관련한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하지 않고 부작용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사무관은 현재 논란이 된, 접종 후 증상은 예상된 수준의 '이상 반응'이라고 답했다. 그는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접종을 제한했던 유럽 일부 국가들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검증'된 이후 (접종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다른 백신 관련 허위‧조작정보는 '코로나19 백신에 유전자 변형 DNA와 신경독소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 '백신을 통해 DNA를 조작하거나 뇌를 조종한다' 등이다. 이에 대해 이 사무관은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이 새로운 유형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허위정보”라고 말했다. mRNA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의 백신과는 다르다.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또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가르쳐,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될 시 이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이 사무관은 “백신이 사람 DNA를 변형시키려면 DNA가 있는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물론 모든 백신은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주입된 mRNA 백신의 유전 물질은 분해돼 인체의 DNA와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과 관련한 또다른 허위정보는 '우리나라만 코로나19 백신 선택권이 없다'이다. 역시 허위‧조작 정보다. 이 사무관은 “미국, 유럽 등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한 다른 나라에서도 백신 공급량과 특성, 안정성과 유효성, 부작용 발생 사례 등을 고려해 백신 종류가 아닌, 연령과 직업 등 접종 순서에 따라 예방접종을 시행한다”며 모든 국가에서 백신의 공급 시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백신 종류와 선택권을 주는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등 믿을 만한 전문 사이트 적극 활용하고 공유해야

그렇다면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믿을 만한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지난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연구단의 '코로나19 정보 이용행태 관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5%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자주 찾아본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정보 습득을 위해 보건당국 홈페이지를 방문‧문의한 경험에는 75%가 '없다'라고 대답했다. 

이 사무관은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각종 채널을 소개했다. 인터넷 창에 '코로나19 백신 및 예방접종 누리집'을 검색하면 홈페이지에서 접종 계획, 현황, 백신 종류별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사이트에서는 실시간 코로나19 확진과 관련한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모두 아우르는 '질병관리청'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코로나19 및 백신과 관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이트 내 팩트체크 코너에서는 세간에 많이 떠도는 허위‧조작정보를 분석했다. 24시간 운영하는 1339 질병관리청 콜센터에 전화나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는 방법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질병관리청에 대한 청소년 관심 커져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는 사전신청한 학생들의 질문과 실시간으로 채팅창에 쏟아진 학생들의 질문이 다뤄졌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나"라는 여러 학생의 질문에 이 사무관은 "조기 극복의 지름길은 백신의 종류나 특성보다 분기별로 본인 순서가 되었을 때 지체 없이 백신을 맞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가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기별 세부계획을 세운다”며 차례에 맞춰 백신을 맞음으로써 집단면역을 확보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감이 11월부터 유행할 텐데, 9월까지 국민의 70%가 예방접종을 하고 집단면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손을 씻거나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은 계속해서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원석 시청자미디어재단 연구원과 이윤재 질병관리청 전문사무관이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눈에 코로나19 환자의 타액이 들어가면 감염이 되나"라는 질문에 이 사무관은 "나 역시도 궁금한 내용이었다"며 혈액, 소변, 타액 등 분비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고는 있지만, 이것이 눈에 들어가면서 발생한 전염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음식으로 인한 전파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데 음식으로 전염된 보고는 없지만 포장된 물체를 만지고 눈을 비비는 행위 등은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허위 정보에 대응해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 사무관은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허위‧조작정보는 질병관리청 등 믿을 만한 전문사이트에서 사실 여부를 파악하라고 답했다. 이 사무관은 질병관리청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있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각종 강연, 사실 정보가 담긴 카드 뉴스,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허위‧조작정보 대신 올바른 정보가 더 확산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교실에서 강연을 시청한 충남 예산 광시중학교 3학년 김향연 학생은 <단비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인포데믹 등 새로운 용어의 정의 및 사용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고, 팩트체크의 중요성과 평소 비판적 사고력을 갖는 것의 필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며 강연 참석 소감을 밝혔다.

이날 진행된 콘퍼런스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편집 :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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