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팩트체크주간] 협력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팩트체킹

‘제1회 팩트체크 주간’ 행사의 첫 컨퍼런스인 ‘팩트체크X협력’이 지난 5일 유튜브와 줌(ZOOM)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의 전 부국장인 크리스티나 타르다귈라(Cristina Tardaguila) 기자가 IFCN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에 관한 오인정보와 허위정보를 국제적으로 협력하여 대응한 사례를 소개했다. 

▲ IFCN의 전 부국장이자 브라질 최초의 팩트체크 단체 ‘아젠시아 루파(Agencia Lupa)’를 설립한 크리스티나 타르다귈라 기자가 발표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팬데믹을 틈타 확산된 오인정보의 ‘아홉가지 물결’

타르다귈라 기자는 코로나19가 전세계 팩트체커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이야기했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지난해 1월 대만의 한 팩트체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팩트체커는 당시 ‘우한 바이러스’로 불리는 것에 대한 ‘오인정보(misinformation)’가 많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당시에는 코로나19가 ‘신종 폐렴’이라 불리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IFCN의 다른 구성원들도 이 바이러스에 관한 오인정보나 ‘허위정보(disinformation)’를 알고 있는지 궁금해 했다. 그래서  77개국 99개 단체가 모여 ‘#CoronaVirusFactsAlliance’라는 이름의 팀을 결성했다. 이들은 발간된 모든 팩트체크 자료를 공용 데이터베이스에 공유하는 과정에서 오인정보의 9가지 물결을 목격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지난해 1~2월에 나온 바이러스 기원에 관한 오보다. 팩트체커들은 박쥐나 바나나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과 바이러스는 중국, 러시아, 그리스 등 여러 지역의 실험실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 감염 시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해 전세계가 걱정하던 시점에 조작 영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길에서 기절하는 영상 등이 대표적이다. 팩트체커들은 이 사람들이 실제로는 심장마비나 술에 취해 쓰러진 것이며, 코로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 코로나19에 관한 팩트체크를 위해 모인 ‘#CoronaVirusFactsAlliance’팀은 팩트체킹 과정에서 9가지 오인정보 물결을 목격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잘못된 예방조치와 치료법을 담은 오인정보의 물결도 일어났다. 비타민C와 차를 마시거나, 표백제 또는 소의 오줌을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이런 형태의 오인정보는 아직 끝나지 않고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며 “이것이 까다로운 이유는 지역적 색채를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거주지역이나 지역사회의 믿음과 반응에 따라 잘못된 치료법을 다룬 다양한 오인정보를 접한다는 것이다. 

다음 물결은 반중국적 내용이다. 팩트체커들은 중국이 사람 혹은 박쥐를 죽였다거나, 수많은 화장용 가마를 구매했다는 등 많은 날조를 목격했다. 인종과 종교를 둘러싼 쟁점과 연결되는 문제였다. 흑인이 바이러스에 더 강하다거나 무슬림이거나 무슬림으로 개종한다면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거라는 식의 이야기도 있었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이러한 날조가 끔찍한 이유는 인종과 종교가 과학에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미국의 일부 도시 등에서 봉쇄가 시작된 지난해 4~5월, 팩트체커들은 전자상거래나 피싱 사기와 관련된 날조를 목격했다. 사기꾼들은 집 밖에 나가지 않고도 물건을 살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사실 그것은 개인 정보를 빼돌리기 위한 미끼였다.

지난해 여름에는 코로나19가 극심하게 정치화하는 현상을 목도했다. 스페인 부통령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병원에 있는 아버지를 방문한 모습이 사진으로 찍혔다. 이 사진은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부통령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로 쓰였다. 하지만 사실 그 사진은 날조된 것이었다. 바이러스의 정치화는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최근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아홉 번째 물결을 강조했다. 백신과 관련한 음모론이다. 백신 거부 운동’의 허위성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음모론은 어떤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해 사실 정보를 가져와 왜곡한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백신에 관해 여러 유형의 허위정보가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에 낙태된 태아의 세포가 들어있으므로 접종하지 말라는 것, 백신을 접종하면 아기를 가질 수 없거나 아기가 기형으로 태어난다는 내용 등이다. 백신은 사람을 감시하기 위에 몸에 칩을 이식하는 것이고, 이것이 전세계 정치인이 원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팩트체커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팩트체커들의 모임, IFCN

팬데믹 시기 이러한 팩트체킹 활동의 배경에는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이 있었다. IFCN은 지난 2014년 20개국, 약 40개의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정치, 과학, 지역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팩트체크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현재 IFCN에는 40개국 80여 개 단체가 포함돼 있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IFCN의 목표는 팩트체크의 발전”이라며 “IFCN은 팩트체크를 활용해 정부가 더 정직해지도록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 IFCN에는 정치, 과학, 지역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팩트체크하는 구성원들이 모여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그는 전세계 팩트체크 매체 중 몇 개를 소개했다. 이란의 팩트체크 매체인 ‘팍트나메(FactNameh)’는 이란에 관한 콘텐츠를 팩트체크한다. 구성원들은 이란 사람이지만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다. 단체 대표는 이란 정부의 공격 대상이 됐기 때문에 이름을 바꿔야 했다. 이란에서는 인터넷도 자주 끊기기 때문에 그들은 이란에 있는 팔로워들이 팩트체크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위성전송권을 사기도 한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오프라인으로 팩트체크 활동을 하는 대단한 매체도 있다”며 ‘콩고체크(CongoCheck)’를 언급했다. 콩고에서 인터넷을 연결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콩고체크는 보통 오프라인으로 팩트체크 활동을 한다. 그들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목소리나 인쇄물을 통해 팩트체크 내용을 공유한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며칠 전 그들이 전화 메시지를 통해 팩트체크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기뻤다”며 “왓츠앱이나 텔레그램이 아닌 구식 SMS를 통해서라도 자신들의 일을 계속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IFCN의 강령을 설명했다. 팩트체커들을 단결시키는 강령에는 세 가지 투명성이 제시돼 있다. 먼저 출처가 투명해야 한다. 팩트체크할 때는 항상 정보원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프 더 레코드’ 출처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서만 사용된다. 또한 재정 및 조직도 투명해야 한다. 누가 활동을 후원하는지 독자와 청중에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론에 대한 투명성도 필수다. 팩트체크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팩트체크를 수행하는지, 어떤 단계를 밟고 누구 이야기를 듣는지 독자와 청중을 이해시켜야 한다. 

또 중요한 점은 정정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팩트체커도 실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정할 방법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원칙은 ‘비당파성’이다. 팩트체커들은 하나의 입장, 사람, 정당, 이념을 방어하거나 공격하는 데 자신의 팩트체크 기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팩트체커들은 균형있게 활동해야 하며, 주변에서 공유되는 주장들을 전반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 IFCN의 다섯 가지 강령. 투명성, 정정 정책 수립, 비당파성 등에 관한 내용이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팩트체크의 기본개념 세 가지 ‘팩트체크, 허위폭로, 검증’

타르다귈라 기자는 팩트체크의 기본개념에 관해서도 정리했다. 그는 팩트체크의 중요한 활동분야로 팩트체크, 허위폭로, 검증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팩트체커는 사람들이 팩트를 올바르게 이해할 때만이 사회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는 반드시 ‘진실한’, ‘양질의 정보’여야 하고, 이러한 정보가 좋은 결정을 만든다. 따라서 전세계 팩트체커는 일상적으로 권력을 가진 정치인, 사업가, 유명인, 기관, 기업이 말하는 내용을 추적한다. 그들의 주장 중 중요한 게 있다면 공용 데이터베이스의 자료와 비교해, 그 내용이 진실한지 여부를 알아낸다. 

또 팩트체커는 취재원에게 해명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취재원 본인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팩트체커는 훌륭한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해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그 과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팩트체커의 또 다른 활동인 허위폭로는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접하는 모든 허위 정보를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정보를 처음 유포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검증하기 위해 누군가를 찾아가 해명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허위 폭로는  오늘날 많은 팩트체커들이 시간을 들이는 분야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허위정보는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실일 것 같지 않은 조작 영상, 합성 이미지 또는 음성 파일을 검증하는 것도 팩트체커의 역할이다. 이것은 전세계 팩트체커들에게 매우 힘든 일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타르다귈라 기자는 ‘가짜 뉴스’라는 표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팩트체커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은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 뉴스’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며, 많은 권력자가 저널리즘을 공격할 때 이 표현을 쓴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오인정보와 싸울 때는 명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가짜 뉴스’라는 말 대신 ‘이해되지 않는 풍자’, ‘조작·가공된 내용’, ‘연결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수용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더 쉽게 이해할 것이고, 팩트체커들도 더 바람직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르다귈라 기자는 “‘가짜 뉴스’라는 표현을 더는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다시 한번 요청했다. 

국내 유일 IFCN 인증 언론사 JTBC

마지막 순서로 코로나19 허위정보에 관한 연대와 협력 방안 토론이 이어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IFCN 인증을 받은 언론사인 JTBC의 이가혁 기자가 뉴스룸의 팩트체크에 관해 설명했다. JTBC는 지난해 1월 IFCN의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위해서는 뉴스 수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웹페이지에 팩트체크 내용이 아카이빙 돼 있어야 하고, 만드는 사람과 원칙, 재원 및 운영현황을 게시해야 한다. 그리고 수용자들의 의견을 활발히 수렴해야 한다.

▲ JTBC 뉴스룸 홈페이지 팩트체크 코너에 IFCN 인증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 게시돼 있다. ⓒ JTBC 뉴스룸 홈페이지 캡처

이 기자는 IFCN을 통해 다른 나라의 언론인들과 협력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4월 IFCN에 소속된 프랑스의 한 팩트체커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의무인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팩트체커는 전세계의 마스크 착용 의무 여부 현황에 관해 취재 중이었고, 한국의 상황이 궁금해 IFCN에 가입돼 있는 JTBC의 팩트체커 이가혁 기자에게 연락한 것이다. 이 기자는 “IFCN에 소속된 기자들과 소통·협력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 이가혁 JTBC 기자가 IFCN을 통해 다른 나라의 언론인들과 소통한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편집 : 김병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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