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과 한미 관계, 대북정책 전망’ 토론회

“바이든 정부가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은 현 상황을 방치하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계속 강해질 것이란 점입니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체계를 분명히 증강하려 하고, (북미)협상에 서명이 이뤄질 때까지는 이를 계속할 것입니다. 그 얘기는 우리(미국)가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북한의 무기체계와 핵 능력은 날마다 고도화할 것이며, 나중에 핵 포기를 받아내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이 더 커진다는 뜻이죠.”

1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와 미국 워싱턴 D.C.를 화상으로 연결해 열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과 한미 관계, 대북정책 전망 한미 언론 합동 토론회’에서 제니 타운 <38노스> 국장이 말했다. <38노스>는 비영리연구소인 스팀슨센터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온라인매체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에는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 홍민 통일연구원 실장 등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여했다. 

바이든 정부 손놓고 있으면 북한 핵능력 계속 고도화 

▲ 제니 타운 미국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겸 북한전문매체 <38노스> 국장이 한미 언론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채널

타운 국장은 ‘북미관계의 도전’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에 3가지 단기적 도전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후 북한 측이 북미관계 개선의 기대를 낮췄기 때문에 대화 재개의 열의가 없다는 점이다. 타운 국장은 “공이 미국과 한국 쪽에 넘어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바이든이 오바마도 트럼프도 아니라는 것, 실제로 북미관계 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2018년 북한이 (대화를 위해) 행동했던 것처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의료장비 제공 등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허용하고, 미국 시민의 북한여행 금지를 해제하는 등 선제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며 “바이든 정부가 행동지향적이며 지금까지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북한에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타운 국장은 바이든 정부가 직면한 두 번째 도전으로 북한의 협상팀 구성이 달라졌다는 것을 꼽았다. 지금까지 미국과 늘 협상을 해오던 사람들이 은퇴를 하거나 제거 당했고, 북미협상의 역사를 잘 모르는데다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력도 작은 강경파 인물들이 새 팀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타운 국장은 “우리가 협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들이 다른 성향을 가진 좀 더 어려운 상대라는 것을 알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세 번째 도전은 과거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직접 협상을 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실무진에게 그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타운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좀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김정은을 대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김정은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식 등으로 중요한 메시지와 제안을 주고받으면 정상회담이라는 압박과 제약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면 양측 모두 하노이에서처럼 아무 준비 없이 정상회담을 했다가 빈손으로 돌아서는 실패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빅딜’ 아닌 단계적 평화 협상 필요

“국제적인 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상당히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북한을 향해 내세우는 핵 군축 논리도 국제사회에서 보통 논의하는 핵 군축 수준과 연동해 진행해야 합니다.”

‘한반도형 협력안보와 대북정책’을 주제로 발제한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에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며 ‘선 비핵화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은 많은 전문가들이 성공하지 못한 전략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한 군비 통제, 평화의 제도화 세 가지를 하나의 그릇에 담는 ‘한반도 상호 안전보장체제’를 제안했다.

▲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대북정책 현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채널

‘한미관계 현안’을 주제로 발표한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은 청중과 질의응답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하고 중간단계에서부터 합의해야 한다”며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중이므로 북한과 협상을 시작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인 한겨레 평화연구소장은 토론에서 “국제 체제(레짐)인 대북 제재를 흔들 수는 없다”면서도 “제재가 강할수록 북한의 회피 능력은 높아지고, 주변국의 제재 강도가 언젠가 낮아져 제재만으로 (대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관한 공방도 오갔다. 홍민 실장은 “당분간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가 계속된 경제제재와 자연재해, 코로나19 때문에 상당히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홍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꺼낸 대북 정책이 없기 때문에 섣불리 도발하기보다 내부적인 경제 문제를 수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타운 국장은 “북한은 도발의 효과가 전혀 없을 거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도발한 적이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북한에게 협상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신호를 보내 (도발 대신)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은 기후위기 공동대응 등으로 발전

한미동맹의 현주소에 관해 고윤주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약 50일 정도인데 양국 대통령 간 통화는 물론, 외교부 국장급에서 활발하게 전화를 주고받고 있다”며 “양국 행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호혜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고 국장과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양국이 기후위기 문제 해결과 코로나19 대응 등 많은 국제 현안에 협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 국장은 “오는 4월 세계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미국과 5월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은 기후변화에 관해 실무급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2021년 한미동맹’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채널

내퍼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원하는 정책 방향 등을 알기 위해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네 나라 협의체인 쿼드(Quad)에 관해 ‘반중(反中)연대’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는 것과 관련, “특정 국가를 배제시키겠다는 방향성은 없고, 지역의 다양한 도전에 대해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편집 : 강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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