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케치북] MZ세대가 사는 법

▲ 박두호 기자

준경이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로 돈을 번다. 매일 나이키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상’(신상품) 일정을 확인한다. 신상이 나오면 준경이는 가족과 친구들 계정을 20개 정도 끌어와 추첨에 참여한다. 이 정도 넣어도 허탕 치기 일수다. 당첨되면 나이키에서 정가로 신발을 살 수 있다. 준경이는 지드래곤의 브랜드와 나이키가 합작한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추첨에서 두 켤레를 얻었다. 정가 21만 원인 이 스니커즈는 지금 300~500만 원 사이로 거래된다. 42만 원 투자로 1,000만 원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 세금도 내지 않는다. 

▲ 나이키와 지드레곤이 협업해 출시한 '에어포스 파라노이즈'. ⓒ 나이키

#재테크성공. 준경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이다. 며칠 지나자 잘 꾸며진 카페에서 리셀가 500만 원인 스니커즈를 신고 커피를 마시는 준경이 사진이 올라왔다. 신발이 너무 마음에 들어 자신이 '플렉스' 한다는 글을 남겼다. 다음 게시물은 구찌에서 나온 신상 가디건을 입은 사진이다. 남은 한 켤레를 팔아 구매했다고 한다. 준경이는 인스타그램에서 패셔니스타다. 이 모습에 만족하고 자신감을 얻는다. 준경이는 중소기업에 다니며 월 20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받는다. 숙소는 회사 기숙사다. 준경이가 명품으로 치장하고 주말에 사진찍기 좋은 카페나 음식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알뜰한 저축에서 나온다. 매 끼니를 회사 식당에서 해결하고 평일에는 맥심 커피만 마신다. 

전문대를 나와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재진이는 3년 전 모아둔 3천만 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수익률이 좋아지자 어머니 돈 2천만 원까지 추가로 투자했다. 투자한 돈은 금방 2억 원이 넘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모임에서 재진이는 2억 원 숫자를 직접 보여주었다. 게임 속 사이버머니를 보는 기분이었다. 비트코인이 말 그대로 ‘떡락’한 뒤 재진이는 5백만 원도 건지지 못했다. 술에 취해 걸려온 전화에서 앞으로 다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다짐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재진이는 종목을 주식으로 바꿨다.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대출을 끌어모아 주식에 투자했다. 재진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분산 투자하는 동·서학개미다. 국내에서 가장 큰 기업과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에 투자하면 안정적이라 믿는다. 지금은 넣은 돈보다 2배 넘게 벌어 비트코인에서 잃은 원금을 메꿨다. 비트코인 투자에 실패하고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던 재진이는 활기를 되찾았다. YOLO 족이 된 재진이는 주말마다 여행을 다닌다. 주식을 팔지 않아 당장 돈이 없어도 연애 안 하면 여행 갈 여유는 된다. 

MZ세대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명품을 구매한다. 가성비를 따지며 명품을 고른다. 중고로 사거나 최저가 판매처를 알아보고 해외 직구도 애용한다. 재테크에도 능하다. 자신의 물건을 언제든 중고로 팔고, 비트코인이나 주식 투자도 많이 한다. 달러가 떨어지면 환테크에도 몰린다. 사람마다 수익률 차이는 있어도 예전처럼 은행에 적금만 넣는 세대는 아니다. 재테크로 재산을 불리려고 노력한다. 합리적 소비와 재테크에 능해도 MZ세대는 동시에 N포세대로 불린다. 

고대 그리스 에피쿠로스학파는 개인의 삶에서 ‘쾌락’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서 쾌락은 육체의 만족이 아니라 정신의 만족을 뜻한다. 몸의 고통과 마음의 혼란을 없앤 평정을 추구한다. 순간적 쾌락은 고통이 따른다고 믿는다. MZ세대는 아파트에 살기 힘들다. 서울에 아파트를 사려면 1년에 3천만 원을 모아도 30년이 걸린다.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면 고통스럽다. 결혼, 출산, 아파트를 머릿속에서 지우면 정신적 평정을 누릴 수 있다. 현대판 에피쿠로스학파는 MZ세대가 아닐까? 몇 가지만 포기하면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고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몸의 고통과 마음의 혼란을 겪는 일상을 보낼 수밖에 없다.


편집 :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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