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언론중재법 개정법률안의 쟁점 : 언론의 자유와 책임’ 토론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두고 세부적이고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언론개혁 6법’(언론중재법 개정안 3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2개, 형법 개정안 1개)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대한 신속하게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상당수 언론과 관련 단체들은 현재 발의된 법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법학회는 ‘2021 미디어 관련 법률안의 쟁점 연속기획 긴급토론회’를 열어 현재 발의된 법안들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24일에 열린 첫 토론에서는 언론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 24일 '2021 미디어 관련 법률안의 쟁점 연속기획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코로나19를 감안해 현장 참석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개혁 vs 반개혁 넘어 다양한 의견 수렴해야”

발제를 맡은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언론중재법 부분에서 여러 쟁점들에 대한 찬반 양론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자세하게 정리했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깊게 다뤘다. 

그는 먼저 ‘그간 손해배상액이 낮았다’며 위자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찬성측 주장을 소개했다. 지난 10년간 피해자가 평균 500만 원 이하를 받고 있다며 인권 침해 대가로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또, ‘악의적인 허위보도’에 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찬성론의 태도라고 밝혔다. 기사 조회 수 경쟁 속에서 정파적,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언론사가 무책임한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 측은 형법, 민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인격권 침해 구제를 위한 법률 규정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형법이 사실을 말한 것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과 모욕죄 등으로 언론 보도에 대한 제재 수단이 마련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관해 “‘인격권과 언론의 자유’, ‘개혁과 반개혁’ 등 첨예하게 대립하는 시각이 주를 이뤄 아쉽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발제 자체에는 자신의 찬반 의견을 아예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 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찬반 의견을 '개혁과 반개혁'의 극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소극적 취재 우려”…“악의적 의견보도는 못 막아”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4년 전 국정농단 사태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었다면 제보가 들어와도 기자들이 쉽게 취재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도로 인해 손해배상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소극적으로 취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을 통해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려 했던 것에 관해서는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김영란법’을 입법했을 때는 언론사가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논지로 김영란법 대상이 됐는데, 지금은 그냥 주식회사니까 상법으로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졸속 입법’을 드러내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법안에서 아직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심 교수는 “언론개혁법을 민생 법안이라고 하지만 일반인이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 피해를 보는 부분보다는 오히려 유명인과 공인에 관련된 보도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명예훼손이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액이 적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천만 원 이상의 금액이 선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손해배상액의 평균액이 낮은 것은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범위가 넓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해, 배상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례들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시민들의 공분을 사는 보도 대부분이 의견 보도인데,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도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보상 현실화, 국민 찬성 의견 많아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변호사는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피해자들의 피해보상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하지만 법안과 달리 손해배상 금액은 ‘3배’, ‘5배’가 아니라 ‘정률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 보도로 인한 인격권 손해는 정신적 손해이기 때문에 기준이 마땅치 않다”며 “액수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언론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면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은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기자들의 보도를 위축시키지 않을텐데, 언론이 법에 과도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80% 넘는 사람들이 언론에 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지금 언론의 자유로 인해 시민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정정 보도 강화는 필요하지만 법적 규제에는 신중해야”

여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내용과 쟁점들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정 보도의 ‘크기’에 대해 추가 요건을 정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정정보도문을 방송 또는 게재하지 않을 경우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으나 김영호 안은 형식요건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도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은 형식 요건과 관련해 당초 ‘같은 시간, 분량, 크기’로 정정 보도를 해야 한다는 내용에서 ‘1/2 이상의 시간, 분량, 크기’로 수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정 보도를 강화해 오보를 정확하게 고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는 참석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지만, 법으로 규제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동훈 기협 회장은 “언론사가 기본적으로 오보에 대한 반론이나 정정에 인색해서는 안 되지만, 정정 보도의 형식요건이 법으로 규정되면 뉴스 생산자 입장에서 편집권 침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으로 규정하기 전에 언론사 스스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정정 보도를 꺼리지 않고, 언론 피해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모습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현 변호사는 “피해 구제의 실효성 차원에서는 의미 있는 논의이지만, 당사자끼리 합의가 필요한 문제에서 그 합의의 방식을 법으로 규정하면, 그것은 합의가 아니라 강요가 된다”라며 “당사자끼리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법원에서는 양형기준과 같이 정정 보도에 관한 내부 규칙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김동훈 회장은 정정보도에 관한 언론사들의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심석태 교수는 법안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그는 “단발성 보도만 생각한다면 정정 보도 분량을 ‘원 보도의 2분의 1’처럼 기계적으로 정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대부분의 보도가 여러 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사실에 접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계적으로 정정 보도 분량을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심 교수는 피해 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청자의 피해 문제도 짚었다. 피해 당사자는 특정한 정정 보도 방식에 합의했더라도 잘못된 보도를 사실로 믿었던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에게도 분명하게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사 열람 차단권 신설에 관해 김준현 변호사는 “현행 언론중재법에 인격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내용이 있고, 당사자끼리 합의 하에 기사 일부 삭제로 처리되고 있다”며 “명문화시킨다면 의미는 있겠지만 기사 전면 삭제와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요건을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책임에 관한 근본적 물음,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토론자들은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더라도 현재 수준으로 시행하기는 어렵고, 좀 더 정교하고 세밀한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준현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저널리즘의 품질 향상과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관한 근본적 물음을 담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석태 교수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비롯한 언론 관련 법률의 개정은 기본권에 관련된 것으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무조건 찬반으로 편을 가르기보다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과 명예훼손 형사 처벌 조항 삭제를 함께 추진하는 새로운 방안을 포함한 열린 자세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자인 김민정 교수 역시 “전 세계적으로 봐도 사실을 적시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하는 국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국제 기준에 맞춰 폐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영욱 교수는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의 현실화 문제는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그 중 하나의 방안이지만 언론 보도가 위축되는 것은 민주주의에 중요한 위협이기도 하다”며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고 기존 규범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편집 : 민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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