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사고] (중)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논란

"수산업계에서 나오는 고기든 해산물이든 엄청난 피해를 입겠지. 우리가 수산물 수입도 많이 하는데, 후쿠시마 근처에서 난 고기를 다른 지방으로 옮겨가지고 수출한다는 이야기도 있어. 사실 이거는 우리나라만 떠들어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전 세계가 떠들어 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6시 <단비뉴스> 취재진이 부산시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70대 횟집 주인의 말이다. 그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것이라는 뉴스에 바다 쪽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자갈치시장 등 수산업계 상인들 피해 걱정 

▲ 부산 자갈치시장의 지난해 12월 새벽 풍경.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 직후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에 해산물 소비가 급감했는데, 최근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상인들의 불안이 다시 커지고있다. ⓒ 이동민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방문객이 줄어든 수산시장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경우 수산물 안전에 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가 급락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후쿠시마 사고 후인 2013년 해양수산부가 조사한 <일본 방사능에 따른 수산물 소비영향 정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75.6%가 ‘방사능 우려 때문에 수산물 소비에 영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후쿠시마원전을 운영하는 일본 도쿄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0일 기준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의 1041개 탱크에 123만6000여 톤(t)의 오염수가 저장돼 있다. 사고 원전에 남아있는 핵연료가 지하수 등과 결합하면서 고준위성 오염수가 매일 110~140t 가량 만들어지고 있다. 태풍 등으로 폭우가 쏟아지면 양이 더욱 늘어난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지하수 오염을 막지 못할 경우 2030년까지 50만~100만t의 오염수가 추가 축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후 2022년부터 2050년 무렵까지 매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지난해 10월 공식 발표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오염수에서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되는 방사성 물질만 총 64개인데,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할 경우 태평양의 해양생물 전체가 다종다양한 방사성 물질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에 있는 방사성 물질 중에서 스트론튬-90, 플루토늄, 요오드, 삼중수소 등은 다핵종제거설비로도 걸러지지 않는다. 특히 스트론튬-90은 뼈에 축적돼 골수암이나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삼중수소는 인체에 흡수될 경우 유전자에 영구적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갑상선암을 일으킬 수 있는 요오드-129의 반감기는 1만5000년이다.

바다에 방류된 방사성 물질이 플랑크톤과 결합해 물고기 먹이가 되고, 식량공급사슬에 따라 인간의 식탁에 오르면 인체 내부 피폭을 일으키면서 유전자 본체인 디엔에이(DNA)를 변형시킬 수 있다. 캐나다에서 원전설계전문가로 일했던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삼중수소가 인체에 흡수되면 몸속 DNA를 구성하는 수소 자리에 삼중수소가 대신 들어가서 베타선을 방사하는 '핵종전환'을 일으킬 수 있다”며 “그러면 유전자가 변형되거나 암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일본 정부가 말하는) 다핵종제거설비의 처리 성능이 전혀 유효하지 않은 상태에서 굉장히 오랜 기간 방사성 물질에 해양이 노출되는 것”이라며 “방사성 물질은 물에 희석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수협·환경단체 등 일본 정부에 철회 요구  

국내 수산업계와 시민단체 등도 행동에 나섰다. 수협중앙회는 지난해 11월 19일 주한일본대사관의 나가이 마사토 참사관을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오염수 처리방법은 일본이 독단적으로 정해서는 안 되며, 국제사회의 충분한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협은 보도자료에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면 일본 연안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방사성 물질로 인한 직접적 피해가 아니더라도 수산물 소비급감 등으로 수산업계는 궤멸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대사관 측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 방법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맞섰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지난해 11월 9일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될 경우 해양 생태계에 끼칠 악영향을 ‘핵테러’로 규정하고 국제적인 캠페인을 통해 일본 정부의 만행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일본산 수산물 안먹겠다’ 캠페인과 오염수 방류계획 철회를 위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서명운동을 함께 벌이고 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활동가는 지난 16일 <단비뉴스>전화인터뷰에서 “현재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서명을 받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환경보호단체인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여러 지사에 방사능 유출 방지를 위한 협력 요청 서한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산 수산물 안먹겠다’ 캠페인에서 시민들이 ‘방류하면 안먹겠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집회 인원 제한으로 6명만 참여했다. ⓒ 환경운동연합

일본 예산 의존 높은 IAEA는 오염수 방류 옹호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처분에 관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국제 핵비확산 감시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인데, 꾸준히 ‘일본 편들기’ 논란을 빚어왔다.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IAEA 예산을 많이 분담하는 나라다. 라파엘 총장은 지난해 2월 후쿠시마 원전을 둘러본 후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하고, 전 세계 원전에서 비상사태가 아닐 때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2019년 10월 태풍 하기비스가 후쿠시마현을 강타한 후 방사성 폐기물을 담아 쌓아둔 자루들이 홍수에 유실됐다. 일부는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인근 하천에 쓸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 KBS

오염수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정상 원전에서 나오는 것과 노심용융 사고 현장에서 생긴 고농도 오염수는 정화처리했다고 해도 같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이미 원전 사고로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능을 배출했는데 추가로 또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것”이라며 “일상적인 원전수 방류와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ALPS가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새우나 작은 물고기, 갑각류 등을 오염시킬 것이고 오염된 해양생물을 섭취한 인체에도 해를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2019년 4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처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일본에 승소한 일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올 방사능 오염수가 우리 해양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음을 WTO가 인정한 셈이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소송 제기 등 적극 대응 필요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최경숙 활동가는 “바다에 폐기물을 버리는 데 있어서 정부가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국제 소송을 할 수 있다”며 정치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바다에 폐기물을 방출하려면 인접국인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이 동의를 하지 않으면 국제법 위반”이라며 “우리 정부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통해서 해양에 방류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잠정조치는 일종의 가처분으로, 후쿠시마 해양 방류 결정이 이행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수단이다. 환경영향평가 수행 의무가 충족되지 않은 오염수를 방류하면 국제법 위반이다. 일본 정부를 옹호하는 IAEA도 지난해 4월 발표한 후쿠시마 점검 보고서에서 “일본의 고의 방출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 일본 후쿠시마현 후타바군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오염수 저장탱크. 일본 정부는 2022년 여름이 되면 총 137만 톤(t) 규모의 저장탱크가 꽉 찬다며 태평양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정부 차원에서는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 논의가 본격화하던 시점인 2019년  10월 보건복지부가 제70차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총회에서 일본 측에 우려를 전달한 일이 있다. 총회에 참석한 강도태 전 보건복지부 기획조정실장(현재 제2차관)은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서태평양 지역의 해양환경과 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이슈인 만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차원의 문제”라며 “원전 오염수 처리방안을 결정할 때 불필요한 불안을 일으키지 않도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달라”고 발언했다. 이때 일본 측은 “충분한 정보 공유 및 오염수 정화 등의 노력을 해왔다”며 “방사능 문제는 보다 전문적인 기구인 IAEA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외교부, 원전안전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대응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에는 이 TF가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입장서 전달’ ‘구술서 전달’ ‘정보공개 요구’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해 원전사고 9년을 맞은 일본 후쿠시마를 현지 조사한 후 ‘심각한 재오염이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벨기에, 일본, 한국 등 다국적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로 구성된 그린피스팀은 지난 2019년 10월과 11월 3주에 걸쳐 현지에서 방사선 측정 등 종합적 실태조사를 벌인 후 지난해 3월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확산: 기상 영향과 재오염’ 보고서를 발표했다. <단비뉴스>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전문가 인터뷰와 분야별 자료를 보강, 후쿠시마의 오염 실상과 우리의 안전에 미치는 위협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이동민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