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 등 기능성 소재와 큰 사이즈 겉옷 유행할 듯

진짜 멋쟁이들이 패션감각을 뽐내기 좋은 가을과 겨울. 여러 옷가지를 자연스럽게 겹쳐 입을 수 있어 그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고, 각자 고민되는 신체의 결점도 쉽게 가릴 수 있다. 유행의 첨단을 걷는‘패션 피플’이 모인다는 서울 강남대로에서 멋쟁이 청춘들의 가을과 겨울 패션을 살펴봤다. 
 
생생한 ‘비비드 컬러’의 도발 
 
<단비뉴스>가 지난달 강남대로에서 처음 만난 멋쟁이는 의류계통에서 일한다는 하혜영씨(24). 올 가을 유행하고 있는 검은색 야구점퍼와 강렬한 색감의 노란 치마를 맞춰 입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노란색에 검은 상의를 갖춰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연출했다. 꽃무늬가 들어간 백팩은 귀엽고 발랄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 노란 치마로 멋을 낸 하혜영씨. ⓒ 김승태
 
예년의 경우 가을, 겨울에 주로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색상들이 유행했는데, 올해는 예외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올해 봄/여름 패션쇼들을 수놓았던 비비드 컬러(선명한 색상)의 열풍이 식지 않은 듯, 각 의류브랜드에서 생생한 색감의 의상들을 내놓고 있다. 귀엽고 발랄한 인상의 노란색은 개나리를 연상케 해 흔히 봄을 상징하는 색깔로 꼽히지만 올해는 겨울에도 사랑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노란 블라우스로 멋을 낸 강예림씨. ⓒ김승태
 
다음으로 친구와 쇼핑하러 나왔다는 대학생 강예림씨(21)를 만났다. 겨자색 느낌이 나는 노란빛의 블라우스로 멋을 내고 있었다. 비비드한 상의에 검정색 치마를 받쳐 입어 세련된 느낌. 여기에 올가을 ‘잇아이템’, 즉 필수품목으로 꼽히는 챙이 큰 모자 페도라를 써서 고풍스러운 느낌까지 풍겼다. 
 
▲ 파란색 원피스로 멋을 낸 송지혜씨. ⓒ김승태
 
대학생 송지혜씨(24)는 선명한 파랑색 원피스와 오토바이족 상의 같은 검은 라이더 재킷으로 멋을 냈다. 날씨가 꽤 차가왔는데도 과감히 미니 원피스를 입어 눈길을 모았다. 블루는 비비드 컬러 중에서도 가장 세련되고 지적인 이미지로 꼽힌다. 송씨는 검은 재킷을 매치시켜 차분하게 스타일을 잡아주면서 도시적인 세련미를 과시했다. 
 
▲ 레드 메이크업으로 멋을 낸 손수현씨. ⓒ김승태
 
급한 볼일이 있어 잠깐 밖에 나왔다는 손수현씨(27•간호사)는 오래된 듯 보이는‘빈티지 룩’에 붉은 색으로 포인트를 준 모습.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그녀의 새빨간 입술이었다. 레드 메이크업은 피부가 노르스름한 동양인에겐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는데, 그래서 그녀는 전체적인 피부 톤을 최대한 밝고 깨끗하게 처리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한다. 또 긴 부츠에 편안한 옷을 받쳐 입어 붉은 색 포인트가 더 돋보이게 했다. 
 
물방울, 꽃무늬, 기하학적 패턴의 아우성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라는 장윤정씨(20)는 단순한 디자인의 흰 블라우스와 차분한 재색 카디건에 물방울, 혹은 점무늬의 치마가 인상적이었다. 올해 가을/겨울 패션쇼에서는 1960년대에 유행하던 체크무늬, 점(도트), 꽃 등의 무늬가 많이 등장했는데 거리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대학 새내기인 장씨는 “평소 여성스럽고 귀엽게 입으려고 노력한다”며 “이번엔 도트로 멋을 내봤다”고 말했다. 
 
▲ 도트 패턴 치마로 멋을 낸 장윤정씨. ⓒ 김승태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써니>와 그룹 티아라의 <롤리폴리> 무대에 등장한 복고패션부터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 최강희의 비서의상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에서도 도트프린트는 강세. 점의 크기와 소재, 색상을 다양하게 변형해서 개성을 살린 무늬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트는 장씨와 같은 발랄한 스타일 뿐 아니라 재킷, 트렌치코트 같은 정장에까지 접목이 가능하다. 
 
▲ 꽃무늬 치마로 멋을 낸 강가림씨. ⓒ김승태
 
횡단보도에서 만난 강가림씨(28•항공승무원)는 색 대비가 뚜렷한 붉은 계열의 꽃무늬 치마로 여성스런 멋을 살렸다. 꽃무늬는 재작년부터 유행이 지속돼 왔는데 이번 시즌의 꽃무늬는 색 대비가 더욱 강렬해진 게 특징. 화려한 꽃무늬스타일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함께 입는 옷들을 가급적 단순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씨도 꽃무늬 치마위에 희고 투명한 씨쓰루 블라우스를 받쳐 입어 분위기를 정돈하면서 섹시미를 드러냈다. 평소엔 청바지를 즐겨 입고 다닌다는 그녀는“모처럼 화사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기하학적 패턴의 셔츠로 멋을 낸 윤병철씨. ⓒ김승태
 
학원에 다녀오던 중학생 윤병철군(16)은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패션감각을 보여주었다. 오래된 옷 느낌을 주는, 기하학적 패턴의 셔츠로 멋을 냈다. 올 가을겨울 시즌에 가장 사랑받는 무늬는 바로 기하학적 패턴이다.‘마르니’브랜드의 경우 강렬한 색상의 체크무늬 옷들을 많이 선보였다. 
 
윤군은 패션감각 뿐 아니라 귀여운 외모와 늘씬한 몸매로‘혹시 모델이 아닌지’궁금해질 정도였다. 상의는 하늘거리는 소재로 크게 입고, 바지는 몸에 꼭 끼는 검은색 스키니진을 입어 세련된 느낌을 보여주고 있었다. 
 
‘야상’과 카디건, 트렌치코트는 가을겨울 필수품 
 
▲ 야상으로 커플룩을 연출한 박은경씨(왼쪽), 박세환씨(오른쪽) ⓒ김승태
 
공무원 박은경씨(27)와 음악가 박세환씨(30) 커플은 가을겨울의 필수품이라는 야상, 즉 야전상의로 커플룩을 연출했다. 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야상은 이제 남녀 구분 없이 젊은층이라면 누구나 즐겨 입는 패션아이템. 박씨는“편해서 입는다”고 말했다. 야상은 별 고민 없이 입어도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리는 특성이 있다.  
 
▲ 검은색 긴 카디건으로 멋을 낸 김승민씨. ⓒ김승태
 
한 가게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승민씨(29)는 검은색의 긴 카디건으로 멋을 내고 있었다. 그는 사진 찍는 것을 부끄러워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자 모델 같은 포즈를 취해주었다. 카디건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클 때 특히 요긴한 옷. 얼핏 디자인이 단조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길이와 색, 두께, 함께 입는 옷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 황금빛이 감도는 숄로 멋을 낸 박계홍씨. ⓒ김승태
 
회의 때문에 회사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여성 경영인 박계홍씨(54)는 중년의 나이임에도 과감한 스타일링으로 유쾌한 느낌을 주었다. 비비드 계열의 주황색 코트로 개성 있는 모습을 드러낸 뒤 황금빛이 감도는 숄로 세련됨을 더했다. 숄은 삼각형, 비대칭형, 판초형 등 다양하게 나오기 때문에 쉽게 멋을 낼 수 있다. 목과 어깨 부분의 보온에도 아주 요긴하다. 
 
▲ 트렌치 코트로 멋을 낸 독일여성 마리 드라운씨. ⓒ김승태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모델처럼 멋진 금발 미녀 마리 드라운을 만났다. 독일 베를린에서 친구들과 여행을 왔다는 그녀는 꽃무늬 원피스에 연한 카키색 트렌치코트로 멋을 냈다. 세계적인 브랜드이름을 따라 통칭‘버버리’라고 불리는 트렌치코트는 가을겨울 환절기에 보온도 하고 멋도 내기에 아주 편리한 옷. 150년 전에 탄생한 트렌치코트는 시대가 흘러도 인기 있는 클래식아이템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겨울엔 모피도 화려한 색상 유행할 듯
 
▲ 단비뉴스 패션전문기자 김승태.
국내외 패션 트렌드를 분석하는 포탈 서비스 ‘트렌드포스트’의 에이다임 홍보실 김주희 대리는 “이번 겨울에는 기능적인 따뜻함과 미관상의 패셔너블함이 혼합된 아이템이 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열 소재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동시에 감각적인 느낌을 주는 의상이 인기를 모을 것이라는 전망. 특히 남성성을 강조한 ‘머스큘린’스타일, 자기 체격보다 겉옷을 크게 입는‘오버사이즈 아웃터’등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또 해마다 인기를 모으는 모피제품은 무겁지 않은 디자인에 색상이 화려한 제품들이 유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꼭 큰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이런 유행을 참고하면서 자기 나름의 개성을 더한다면 누구든 올 겨울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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