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충북 단양군 ‘2020 군민대상’ 최순화 회장

“깨끗한 주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 행동이 습관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국가와 지자체에서 홍보하는 생활 수칙인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이용,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 대중교통 이용, 절전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켜준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이 더 깨끗해지리라 확신합니다. 또 지구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방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충북 단양군이 2년마다 시상하는 ‘단양군민대상’ 2020년 수상자로 선정돼 오는 7일 시상식에 참석하는 최순화(55) 매포환경발전위원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공사장 등의 비산먼지(일정한 배출구 없이 대기 중에 직접 배출되는 먼지)를 줄이는 활동과 단양 영천리 폐기물매립장 건설 반대 운동 등 지역 환경을 위해 뛴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수재민 돕기, 사랑의 연탄배달,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 등 지역민을 위한 봉사활동에 앞장선 것도 높이 평가됐다. 지난달 3일 그가 운영하는 단양군 매포읍의 평동화원에서 직접 만나고, 지난달 30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비산먼지 고발, 매미나방 방제 등 발 벗고 나서

“15년 전 어느 날 단양에서 제천으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였습니다. 출근길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달리는 덤프트럭의 난폭운전과 적재함에서 날리는 많은 분진에 저와 아이들의 생명에 위협을 느꼈어요.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관련 지식이 많아야 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과 책을 보며 환경 관련 공부를 했죠.”

이후 그는 군청 등에 유해물질 배출기업에 관한 민원을 넣는 등 행동에 나섰다. 특히 단양 지역 3개 시멘트회사에서 비산먼지 등이 발생해 군민의 안전과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 환경 담당 공무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다 보니 이제 단양군민들이 그를 ‘꽃집 환경 빠꼼이’로 부를 만큼 유명인사가 됐다. 

그의 활동은 크고 작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예를 들어 지난달 7일 단양군의 한 시멘트 공장에서 비산먼지가 발생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단양군청 환경과장에게 직접 신고했더니, 얼마 후 해당 공장에서 집진시설과 기계장치를 재점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4월에는 지역의 공공기관, 기업들과 함께 매미나방과 선녀벌레 유충 박멸 활동에 나섰다. 단양군의 병해충퇴치 담당자는 공공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유충을 제거했고, 시멘트 제조사인 성신양회㈜는 단양팔경의 하나인 도담삼봉을 중심으로 방제작업을 했다. 그래선지 지난해 단양 시외버스터미널 벽면과 도심의 가로등을 뒤덮었던 매미나방의 피해가 올해는 크게 줄었다.

▲ 지난 5월 단양팔경의 하나인 도담삼봉에서 성신양회㈜ 직원들이 매미나방 방제작업을 하는 모습. ⓒ 최영길

기후위기·미세먼지에서 안전과 건강 지키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택배 물량과 배달 음식의 증가 등으로 우리는 재활용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전 세계적인 노력으로 의약품 개발이 마무리되면 (전염병) 사태는 끝나겠지만, 쓰레기 대란과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등은 우리를 계속 힘들게 할 거예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구에 곧 재앙이 닥칠 거예요.” 

최 회장이 요즘 가장 관심을 쏟는 문제는 기후위기와 미세먼지다. 그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생산해내는 곳이 화력발전소, 제철 공장, 시멘트회사 등인데, 제천과 단양에는 시멘트 생산공장이 네 곳이나 있다”며 “그들이 우리의 건강과 생활에 지장을 주고 환경을 파괴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공공기관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미세먼지(PM2.5)의 발생원인 중 농업부산물을 관행적으로 소각하는 문제도 있다”며 일부 농민들이 깻대, 고춧대 등 농업부산물을 별 생각 없이 태우는 현실도 지적했다. 또 지자체에서 수거를 하고 있긴 하지만, 농사에 사용된 후 버려지는 폐비닐과 농약병 등도 문제라고 걱정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제품은 분리수거 하기가 까다롭고 불편하기 때문에 일반 폐기물과 함께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런 제품들은 생산방법을 바꾸고, 불가능하다면 유통을 아예 할 수 없도록 정부에서 규제를 해야 해요. 또 국민 개개인이 친환경 물질로 생산한 제품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기업에서도 생산 방식을 바꾸든지 많은 생각을 할 겁니다. 그래야 에너지 저감과 친환경 물질 개발을 기대할 수 있어요.”

그는 국민 모두가 생활 습관을 조금씩 바꿀 것을 제안했다. 도시민들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하고, 기업체들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과 석유 사용량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세먼지의 주범을 중국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어느 곳에서도 화석연료를 안 쓰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 자신이 경영하는 꽃집에서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지금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지구에 재앙이 온다”고 말하는 최순화 회장. © 최영길

맑은 물속 물고기 노닐던 개울에 폐비닐과 농약병이  

단양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마을 앞을 흐르던 개울이 ‘맑음 그 자체’였다고 기억한다. 투명한 물속 수초 사이로 물고기들이 노닐던 모습, 주변의 빨래터에서 아주머니들이 빨래하던 모습은 냇가에 폐비닐과 농약병이 버려진 현재의 풍경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70년대 초반부터 단양 삼곡리 시멘트 공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동네에 먼지가 많아지기 시작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고 한다. 최 회장은 “어린 시절만큼 깨끗한 환경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더 훼손되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을 지금은 제가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가 밝아지고, 우리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의 삶이 나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어떠한 노력이라도 할 겁니다.”

자영업을 하는 그의 남편과 딸·아들 남매는 최 회장이 ‘환경 빠꼼이’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준다고 한다. 그는 또 “주변에서 힘내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 단양에서 25년째 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순화 회장은 “지역사회의 환경을 함께 지켜나가자”며 크게 웃었다. ⓒ 최영길

최 회장은 앞으로 활동할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두고 있었다. 단양군과 충청북도의 환경 담당 공무원들이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는 TMS(굴뚝원격감시체계) 지표를 활용해 어떻게 행정처분을 하는지 등을 적극 감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농업부산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매연에 초미세먼지가 많이 포함돼 주민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리고, 폐비닐과 농약병도 안전하게 수거하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편집 : 유재인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