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단양공동교육과정] 시멘트공장, 올해 150만톤 연료로 활용

사단법인 <단비뉴스>는 제천교육지원청, 단양교육지원청, 생태누리연구소와 함께 이번 2학기에 고교생을 대상으로 '미디어 콘텐츠 일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해왔습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3시간씩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진행된 이 과정은 미디어는 물론 팬데믹, 다문화사회, 위험사회 등 학생들 자신이 처한 사회환경을 이해하는 강연을 8차례 하고, 미디어 제작 체험을 2차례 해봄으로써 진로모색에도 도움을 주도록 설계됐습니다. 이제 그 결과물을 <단비뉴스>에 연재하니 그들의 눈에 비친 지역사회의 모습을 기사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편집자)

지난 14일 오후 4시 충북 단양군 한 시멘트 공장. 주말 오후 시간인데도 출근한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시멘트 공정 특성상 생산설비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주말에도 공장은 멈추지 않는다.

폐플라스틱 창고에 가득, 하루에 500t 태워

먼저 취재진이 향한 곳은 '대체연료 적치장'이다. 길이와 폭이 50m쯤 되는 창고 안에는 플라스틱, 비닐 등 합성수지 폐기물이 약 8m 높이로 가득 쌓여 있다. 얼핏 보면 먼지 더미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플라스틱, 비닐 폐기물을 잘게 부순 것이다. 가로, 세로 5cm 크기로 파쇄한 뒤 들여온 것으로, 뚜렷한 형체가 없는 비닐류는 길쭉한 모양으로 찢겨 있다. 창고를 가득 채운 가연성 폐합성수지는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료로 쓰인다. 이 창고에 쌓인 폐합성수지는 5,000t을 넘는다.

 
잘게 파쇄된 폐합성수지가 창고에 가득 쌓여 있다. 이 플라스틱·비닐 폐기물은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연료로 쓰인다. ⓒ 김형수, 허영우

이렇게 들여온 폐합성수지는 대부분 수도권, 특히 경기 지역에서 싣고 온 것이다. 서울, 경기, 심지어 충청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도 경기도 곳곳에 있는 재활용 선별장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폐기물 선별장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 20% 정도를 따로 분류하고, 소각이나 매립해야 하는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파쇄한 뒤에 들여온다. 이 공장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폐타이어도 시멘트를 만들 때 연료로 쓰인다.

덤프트럭 한 대가 창고로 들어오자 굴착기가 트럭에 폐합성수지를 퍼 담기 시작한다. 덤프트럭에 폐합성수지가 가득 차면 굴착기로 가볍게 눌러준다. 들여올 때는 25t 트럭에 폐합성수지를 가득 압축해서 채워 넣지만, 나갈 때는 그 절반인 12t 정도만 싣는다. 공장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바로 내려놓을 곳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 트럭에서 폐합성수지를 내리고(위) 싣는(아래) 모습. 들여올 때는 25t 트럭을 가득 채웠지만, 나갈 때는 절반인 12t쯤만 채운다. ⓒ 이예선, 이윤지

폐합성수지를 싣고 나면 짐칸에 자동덮개를 씌운다. 이동 중에 쓰레기를 흘리지 않기 위해서다. 실제로 트럭이 움직여도 쓰레기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공기압축기를 이용해 트럭 위에 남은 먼지를 털어낸 뒤 창고를 나섰다. 공장 관리 직원 ㄱ씨는 "창고에서 폐합성수지를 싣고 나가는 트럭은 30분에 1대꼴"이라며 "이 공장에서만 폐합성수지가 하루에 500t 넘게 쓰인다"고 말했다.

시멘트 연료로 활용, 석탄 사용량 50% 절감

창고를 나서는 트럭을 따라가보니, 트럭은 싣고 나온 폐합성수지 무게를 측정한 뒤 대체연료 투입구로 향한다. 투입구 너비는 덤프트럭이 겨우 들어갈 정도다. 이곳에 덤프트럭이 뒤로 차를 대고 짐칸을 가파르게 기울여 폐합성수지를 쏟아붓는다. 어느 정도 쏟은 뒤 운전기사가 트럭을 앞뒤로 세차게 움직이는 동작을 반복하며 남은 폐합성수지까지 털어낸다. 운전기사는 트럭에서 내려 주변에 남은 폐합성수지를 빗자루로 투입구에 쓸어 넣는다. 투입구 안쪽에는 스크루(screw)가 돌아가면서 폐합성수지를 소성로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 소성로 대체연료 투입구에 폐합성수지를 쏟아붓고 있다. 투입구 안쪽에서 '스크루'가 돌면서 폐합성수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공정은 여기까지다. ⓒ 김형수, 허영우

거대한 기계 속으로 들어간 폐합성수지는 투입구에서 100m가량 떨어진 소성로(킬른)로 옮겨진다. 소성로는 3~5도 기울어져 50m 이상 길게 뻗은 강철제 원통으로 석회석, 점토질, 규산질, 철질 등 분쇄된 시멘트 원료를 굽는 곳이다. 이 원통이 1분에 3~4회 속도로 돌아가면서 석회석 등이 혼합된 시멘트 원료에 1,450~2,000도에 이르는 높은 열을 가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클링커(Clinker)'라는 새로운 광물로 변한다. 이 클링커를 분쇄해 석고 등과 혼합한 뒤 가루로 만들면 시멘트가 되는 것이다. 이때 높은 열을 내기 위해 석탄(유연탄)을 때는데 플라스틱, 비닐 등 가연성 폐합성수지가 보조연료로 쓰인다. 직원 ㄱ씨는 "폐합성수지를 활용하면 석탄 사용량을 5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각종 폐기물을 대체 원료와 연료로 활용한다. 석회석 등의 원료를 소성할 때 석탄의 대체연료로 플라스틱·비닐·타이어 폐기물이 쓰인다. 자료 제공처는 취재 현장과 관련 없음. ⓒ 아세아시멘트

쓰레기 소각·매립 포화, 시멘트 연료 활용이 대안

시멘트업체에서 사용하는 합성수지 폐기물 양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배달 중심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한 데 이어 처리 방법이 마땅치 않아 시멘트 대체연료 활용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1일 평균 848t에 이른다. 지난해 734t보다 15.6% 늘었다. 반면 전국 쓰레기 소각장과 매립지는 포화 상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현재 폐기물 처리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대로 쌓아두거나 매립하는 것보다 시멘트 소성 과정에서 석탄을 대체하는 용도로 폐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방법이 대안으로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폐기물을 어떻게 하면 덜 나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플라스틱 포장 용기 등 일회용품 쓰레기가 크게 늘면서 전국 쓰레기 소각장과 매립지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뉴스에서는 "이대로라면 쓰레기 대란까지 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MBC 뉴스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기 전부터 시멘트업계에서는 연료로 활용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양을 꾸준히 늘려왔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연료로 쓰이는 폐합성수지는 2014년 68만t에서 2019년 101만t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0% 증가한 150만t이 사용될 것으로 한국시멘트협회는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폐기물을 대체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이 국내보다 훨씬 앞서 있다. 시멘트 소성 과정에서 주 연료인 석탄을 대체하는 폐기물 비율을 나타내는 '연료 대체율'은 한국이 24% 수준인데 유럽연합(EU) 평균은 2배인 46%(2017년 기준)에 이른다. 폐기물 연료를 가장 활발히 활용하는 독일은 68% 수준이다. 한국시멘트협회 자원순환센터 오대성 부장은 "독일의 일부 시멘트공장에서는 100%까지 석탄을 대체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설비를 갖추면서 꾸준히 연료 대체율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 시멘트 연료 대체율 비교 그래프. 유럽은 한국보다 폐기물을 대체 연료로 훨씬 많이 활용한다. ⓒ 한국시멘트협회

폐기물 유해물질 배출 관리가 중요

폐기물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관한 우려는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소성로 온도가 2,00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협약인 '바젤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발행한 <시멘트 소성로의 유해폐기물 연료 대체에 관한 기술 지침서>(2010)에 따르면, 유해 폐기물에 존재하는 독성 화합물은 적절한 온도와 체류시간을 거치면 완전히 파괴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매달 국내·외 시멘트 제품의 중금속과 방사능 수치를 분석해 공시한다. 국립환경과학원 자원순환연구과 최효현 연구사는 "매달 한 번씩 직접 시멘트 시료를 채취해 수치를 분석한다"고 말했다.


* 김형수·허영우 기자는 단양고 2학년, 이예선·이윤지 기자는 세명고 1학년 학생입니다.

* 취재·첨삭지도: 김은초(단비뉴스 편집국장), 이봉수(단비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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