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기온 떨어지자 제 기능 못 하는 발열검사

지난 3일 오전 11시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발열검사를 하고 있는 서울시청 1층 로비는 기온이 내려가 쌀쌀했다. 이날 서울의 최저 기온은 섭씨 2.7도로 올 가을 들어 가장 낮았다. 로비 입구에 설치돼 있는, 공항입국장에 있는 것과 같은 열화상 카메라 앞을 지나가자 발열검사를 하는 직원은 체온이 정상이라는 듯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직원에게 체온이 몇 도인지 모니터에 뜬 것을 핸드폰으로 찍어 달라고 해서 받아 보니 34.1도였다.

체온이 35도 밑으로 떨어지면 의학적으로는 ‘저체온증’으로 진단한다. 저체온증이 되면 혈액 순환과 호흡 신경계의 기능이 느려지고, 피부가 창백하게 변해 입술은 파랗게 된다. 그런 증상이 전혀 없어 열화상 카메라를 지나간 뒤 바로 갖고 있던 체온계를 혀 밑에 넣고 체온을 측정하니 36.4도로 정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에 코로나19 유증상자를 가려내기 위해 설치해 놓은 열화상 카메라가 측정한 체온이 실제 체온보다 2.3도나 낮게 나온 것이다. 측정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것을 보고도 발열검사 담당자는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계속 측정해서 들여보냈다. 

▲ 지난 3일 오전 서울시청 로비에 설치돼 있는 열화상 카메라가 측정한 기자의 체온34.1도(가운데)와 체온계를 혀 밑에 넣고 측정한 기자의 체온 36.4도(오른쪽). ⓒ 김성진

같은 날 오전 11시 10분쯤 서울시청 근처 한 패스트푸드점으로 가니 그 음식점은 출입구에 비접촉형 적외선 체온계를 비치해 두고 자율측정을 하도록 했다. 기자가 직접 적외선 체온계를 이마에 대고 체온을 측정하자 체온계에 32.5도가 떴다. 바로 체온계를 꺼내 혀 밑에 넣고 측정한 체온은 36.5도였다. 자율측정을 하라며 비치해둔 적외선 체온계가 측정한 체온이 실제 체온보다 무려 4도나 낮게 나온 것이다. 

▲ 지난 3일 오전 서울시청 근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자율측정한 적외선 체온계 측정치(왼쪽)와 실제 체온(오른쪽). ⓒ 김성진

기온 떨어지며 측정치-체온 오차 커져

코로나19 증상자를 찾아내기 위해 사용 중인 열화상 카메라와 적외선 체온계, 인공지능(AI) 안면인식 체온측정기 등 비접촉 발열측정기들의 측정치가 실제 체온보다 낮게 나오는 등 발열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래 발열측정 기기의 측정 방식 특성상 측정치가 실제 체온보다 낮게 나오던 터에, 겨울로 접어 들어 기온이 떨어지면서 측정 대상자의 피부온도가 함께 내려가 측정치와 실제 체온 사이 오차가 더 커져 발열 증상자를 제대로 가려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비뉴스>가 최저기온이 2.7도로 떨어진 지난 3일 서울시내 관공서, 대기업사옥, 음식점 등 8곳과 충북 제천시의 대학 등 모두 9곳의 발열검사기기들로 체온을 측정한 결과, 8곳의 측정치가 실제 체온보다 최소 0.3도에서 최대 4.5도까지 낮게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기온이 낮았던 오전 10시 50분쯤 측정한 서울의 한 공공도서관 로비 열화상 카메라의 측정치는 32.7도로 실제 체온 36.6도보다 3.9도나 낮게 나왔고, 서울 신촌 한 대학 구내식당에 설치돼 있는 열화상 카메라 측정치는 32.3도로 실제 체온보다 4.5도나 낮게 측정됐다. 

핸드폰처럼 생긴 카메라 화면에 얼굴을 인식시키면 화면 아래쪽에 체온측정치가 뜨는 인공지능(AI) 안면인식 체온측정기가 설치돼 있는 서울시청 근처 한 상가건물에서는 측정치가 33.5도로 실제 체온보다 3.2도 낮게 나왔다. 측정 당일 기온이 좀 올라간 오후 1시45분쯤 서울프레스센터 열화상 카메라 측정치는 36.1도로 실제 체온 36,5도와 가장 작은 0.4도 차이가 났다. 측정대상 중 한 대형서점은 열화상 카메라를 더운 공기가 쏟아지는 온풍기 아래 설치해 놓았는데 측정치가 38.1도로 나와 실제 체온보다 1.6도 높았다. 

기자가 취재한 8곳의 측정치 오차만으로도 질병관리청이 제시한 발열증상 기준치인 37.5도를 넘는 코로나19 감염의심증상자들이 발열검사에서 걸러지지 않고 공공장소나 식당 등으로 들어가 감염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측정치가 실제 체온보다 4.5도 낮게 나오는 비접촉 체온계는 실제 체온이 출입제한 기준치인 37.5도보다 훨씬 높은 42도가 되는 사람들까지 ‘발열없음’으로 측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측정치와 실제 체온간 오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0.4도로 나온 서울 프레스센터도 실제 체온이 37.8도로 출입제한 기준치인 37.5도를 넘어도 측정치는 37.4도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 <단비뉴스>가 조사한 서울∙제천시내 공공시설 체온 측정 결과

▲ ⓒ 김성진

몸 속과 다른 피부온도 측정으로 오차 발생 

발열검사를 위한 비접촉형 체온계들이 이처럼 실제 체온보다 낮게 오차가 생기는 것은 측정기기의 측정방식 때문이다. 열화상 카메라와 인공지능 안면인식 체온측정기와 적외선 체온계는 모두 측정대상자의 얼굴 등 피부에 적외선 등을 쏘아 체온을 측정한다. 몸속 체온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마 등 사람의 피부 온도를 측정하는 것이어서 무더위나 심한 추위 등으로 피부 온도가 몸속 온도보다 높거나 낮으면 그만큼 측정치와 실제 체온 사이에 오차가 생기는 것이다. 

열화상 카메라를 제작하는 한컴MDS 관계자는 “측정장비의 특성상 측정 공간에서 30분쯤 머문 뒤 측정해야 실제 체온에 근접한 측정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덥거나 추운 곳에서 바로 들어와 측정하면 피부 온도가 실제 체온보다 높거나 낮아 측정 오차가 생기므로 실내로 들어와 몸 속과 피부 온도를 맞춘 뒤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시설 어디에도 체온 측정장비의 이런 특성을 감안해 측정대상자를 30분 대기시킨 뒤 측정하는 곳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열화상 카메라 제조업체 관계자는 “측정기 모니터에 나타난 출입자의 온도를 일일이 따져보는 것보다는 전체 측정 대상자 집단에서 상대적인 고열 발생자를 가려내는 장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명대 간호학과 박다혜 교수는 “(측정장비의 이런 특성 때문에) 측정대상자의 체온이 열화상카메라의 오차만큼 더 높아도 발열 증상자를 가려내기 어렵다”며 “추운 날 바깥 공기까지 들어오는 출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면 오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인공지능 안면인식 체온계가 설치돼 있는 서울 청계천로 한 대기업 사옥에서 측정한 체온(위)과 실제 체온 측정 결과(아래). ⓒ 김성진

오차 보정하고 운영자 관리 강화해야

코로나19 집단 및 지역감염 예방을 위한 발열 점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 실효성을 갖게 하려면 측정장비의 특성을 감안한 운용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적극 제기되고 있다. 접촉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비접촉형 체온측정기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장비 사용 매뉴얼을 만들고 측정과정에 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화상 카메라 제작업체 SOMO IR 관계자는 “측정장비에 온도차를 보정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측정치의 오차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기술적으로 기온 변화에 따른 체온 측정 오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기온과 측정장지 주변 온도 등을 분석해 오차 보정을 위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적용하면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화상카메라 제작사 FLIR 관계자는 “체온 측정장비 운영자가 외부 기온에 따라 매일 오차를 보정해 주어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체온이 정상인 사람 10명 정도를 표본으로 측정한 평균 측정치를 내서 오차를 산출해 측정치를 보정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제작사 측은 발열 측정장비 운영자 교육과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시내 한 대형서점은 온풍기 아래 측정 장비를 설치해 놓았고,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교는 도서관에서는 발열 증상 기준인 37.5도보다 낮은 37도 이상이면 경보음이 울리고 구내식당에서는 39도가 넘어야 경보음이 울리는 등 기준이 들쑥날쑥했다.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의 3대 축은 개인별 마스크 쓰기, 열검사, 확진자 경로 추적, 세 가지다. 마스크를 착용해 개별감염을 예방하고, 발열검사로 유증상자를 가려내 집단 및 지역감염 통로를 차단하고, 확진자가 발생하면 동선을 추적해 동선을 공유한 사람들을 찾아내 자가격리 및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발열검사가 중요한 것은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장소에서 유증상자를 원천차단해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거나 대화를 많이 하는 식당이나 카페, 유흥업소 등에서는 유증상자를 원천차단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그것을 위한 발열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편집 : 김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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