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신현우 PD

20대 대통령 선거가 5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레이스를 이끄는 사람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두 여당 인물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가 20%, 이낙연 대표가 1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당 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야당 후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지지율을 1% 이상 기록한 인물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유일하다. 이낙연 대표의 뒤를 쫓는 안철수(4%) 국민의당 대표는 다른 당 소속이고, 윤석열(3%) 검찰총장과 복당하지 못한 홍준표(2%) 의원 역시 국민의힘 인사는 아니다.

인물이 없는 야당의 대선 전망은 어둡다. 다음 대선을 여당에 내준다면 2017년 대선 이후 내리 4연패다. 보수 야당은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석 중 14석을 여당에 내줬다.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범여권에 180석이라는 대승을 안겨줬다. 행정부, 지방정부, 입법부까지 야당이 설 자리가 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야당이다.

보수 야당의 잇따른 패배는 예견된 결과다. 서서히 몰락해온 경로가 보이기 때문이다. 2012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보수 성향이 진보 성향을 넘어서는 나이는 40대 후반이었다. 8년 뒤 올해 같은 조사에서는 보수 성향이 우세해지는 구간이 50대 후반으로 올라갔다. 진보 성향이던 20~40대 유권자가 나이가 들면서도 그 성향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2002년 대선, 2012년 대선, 2020년 총선 연령대별 득표율도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2002년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20대(62%)와 30대(59%)는 10년 뒤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고(30대 67%, 40대 56%), 올해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40대 64%, 50대 49%). 

▲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제1당을 내준다. 당시 선거 결과는 보수 야당을 향한 마지막 경고가 아니었을까? 사진은 20대 총선 출구조사를 지켜보는 새누리당 지도부. ⓒ KBS

여당은 2002년 주 지지층이었던 20대와 30대를 지키며 새로운 유권자를 끌어들였다. 18년이 지난 지금, 당시 20~30대는 여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 되었다. 젊을 때는 보수였다가 나이가 들면서 안정으로 회귀하던 패턴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성향을 바꾸지 않는 코호트 효과를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여주는 흐름이다. 우리나라 주류세력이 변했다. 

수치가 말하는 보수 야당의 당면 과제는 명확하다. 새로운 지지층 유입이 필요하다. 진보 성향이 우세한 20대가 유입하는 가운데 보수 야당 지지자는 50대 후반 이후로 고립됐다. 진보-보수 역전 연령인 50대 후반을 낮추는 동시에 젊은 층을 보수 야당 지지층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선까지 2년도 남지 않았다. 올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진보 성향 유권자가 2년 만에 성향과 지지 정당을 바꾸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야당은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중요한 건 새로 유입하는 10대, 진보, 친여당 성향이 강하지 않은 20대에게 ‘팔리는 보수’가 되는 일이다. 자유,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고려하는 성장, 공정, 개인주의, 도덕 같은 좋은 가치가 얼마나 많은가? 이를 보수적 가치로 선점하면서 사회에 뿌리내리는 구체적인 정책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소위 ‘586 꼰대’로 공격받는 여당의 약점이기도 하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지방선거, 대선, 총선을 내리 이기던 야당이다. 그때는 10년 뒤 정반대 상황이 올 줄 짐작도 못 했을 것이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 한쪽 날개로는 날 수 없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편집 : 김은초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