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기획①] 밀폐 공간 ‘질식 재해’ 10년치 실태 분석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산업재해의 상당수는 조금만 교육을 하고 장비를 갖춰도 막을 수 있다. 일단 재해가 발생했다 하면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밀폐 공간에서의 질식 사고도 그렇다. 어쩌면 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과 무지인지도 모른다. 일하러 들어가는 사람은 물론 일을 시킨 사람도 밀폐공간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잘 모른다. 단비뉴스 기획취재팀은 최근 10년치 사고를 촘촘히 분석하고, 현장을 VR 360도 영상으로 담아 그런 작업 공간이 도대체 어떤 곳인지, 왜 사고가 나는지, 생생하게 보도하려고 한다. 첫 보도는 도대체 어떤 질식 재해가 얼마나 일어나는지 자세한 분석을 담았다. 다음부터는 360도 VR 영상을 통해 생생한 현장을 만나볼 것이다. (편집자)

② 상수도 맨홀서도 질식...구조자도 위험

③ 한 순간에 작업자 생명 위협하는 양돈장

④ 하수도관 막는 ‘물티슈’...맨홀 열어야

⑤ '넓고 개방된' 밀폐 공간, 하수 처리장

⑥ [인터랙티브] 보이지 않는 위험, 밀폐된 죽음의 공간

⑦ [VR 360] 하수가 흐르는 곳에 질식 위험이 있다

 

▲ 맨홀을 열자마자 하수찌꺼기에서 나오는 황화수소 등 가스 냄새가 코를 찌른다. 유독가스 탓에 내부로 이어지는 사다리는 부식된 상태다. 작업자는 주기적으로 내부 슬러지를 청소하고 설비를 보수해야 한다. 작업을 위해 직접 밀폐 공간 속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 이정헌, 이예슬

밀폐 공간 속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있다. ‘질식’이다. 산업 현장에서 밀폐 공간은 사람보다 공간의 용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작업자의 안전을 고려한 공간은 아니지만, 노동자가 직접 들어가 작업을 해야만 한다. 공간은 유해가스와 산소결핍 등의 유해인자를 만나는 순간 ‘밀폐 공간’이 된다. 천장이 없는, 뚫린 수조라도 그렇다. 작업자는 의식조차 못한 채 쓰러지고, 그를 구하려는 구조자의 생명도 함께 스러진다. 재해를 당한 2명 가운데 1명은 반드시 죽는 치명적인 산업 재해다. 무심코 내디딘 한 발자국이 그들의 생사를 가른다.

단비뉴스 기획탐사팀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질식 재해 193건 현황자료를 입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역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치 질식 사고에 관한 ‘재해조사의견서’ 123건을 확보했다. 여기에 산업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가 직접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는 ‘산업재해조사표’ 7년치도 함께 확보했다. 10년 동안 발생한 질식 재해를 건건이 분석해, 재해자의 죽음과 산업 현장을 들여다봤다. 질식 당한 재해자 332명이 몸 담았던 산업 현장과 그들이 직접 겪은 밀폐 공간 속 상황이다.

집계되지 않은 질식 사고도 있다. 고용노동부 질식 재해 현황이 모든 질식 사고를 아우르고 있진 않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산업 재해에 한해서 중대재해 원인조사를 실시하고 의견서를 낸다.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중대재해 원인조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한 ‘근로자’로 인정받은 작업자가 사망한 재해에 한해서 이루어진다. 지난 5월 7일 포천 이동면에 있는 돼지농장에서 농장주(대표)와 아들이 돼지 분뇨가 쌓이는 이른바 ’슬러리 피트’ 안에서 청소를 하다 질식해 숨졌고, 2018년 2월 22일에는 제주도에 있는 하수 중계펌프장에서 공사업체 직원이 질식해 쓰러지자, 구조에 나선 공무원 1명이 질식해 숨졌다. 두 재해 모두 중대재해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질식 재해 현황에도 집계되지 않았다. 조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근로감독관은 “사업주가 사망한 경우 책임을 물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중대재해 원인조사’는 산업 재해의 원인을 조사하고,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확인해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목적이다. 사업주와 공무원 등이 사망하는 경우에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 6m 아래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 또다시 6m 아래로 하수가 흐르는 관로가 있다. 시내에서 흘러들어오는 오수와 하수가 이곳, 유입접합정을 통한다. 요동치는 하수의 물길 속에서 이물질이 부대껴 기름 덩이가 되고 슬러지가 된다. 작업자가 밀폐 공간으로 직접 들어가, 직접 치워야 한다. ⓒ 이정헌


사고가 발생하면 절반 이상이 죽는다

▲ 인포그래픽, 보이지 않는 위험: 밀폐 공간 질식 재해 ⓒ 이정헌

질식 사고는 사망률이 절반이 넘는다. 질식 재해 193건의 사상자 332명 가운데 171명이 죽고 161명이 다쳤다. 사망률 51.5%다. 123건의 중대 재해를 다루고 있는 재해조사의견서에는 사망자 167명과 부상자 63명이 발생한 재해의 발생 과정과 원인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123건의 질식 재해 가운데 죽거나 다친 임시∙일용직 노동자가 72명으로, 중대 재해 사상자의 31%를 차지한다. 하청업체 노동자는 58명으로, 25%에 해당한다. 이들이 맡은 작업은 임시∙간헐적 성격이 짙다. 질식 중대재해 123건 가운데 임시∙간헐적 작업은 47건으로, 38%에 달했다.

질식 재해는 비교적 영세한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중대 질식 재해가 발생한 업체의 규모는 5~49인 사업장이 66개로 가장 많았고, 5인 미만 사업장 23개, 50~99인 사업장이 17개소 순이었다.

지난해 9월 경북에서 외국인노동자 4명이 폐수를 임시로 모아주는 집수조에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내부 수중모터를 점검하기 위해 들어간 노동자 1명이 갑자기 쓰러지자 그를 구하기 위해 잇달아 들어간 3명 모두 황화수소에 중독돼 숨졌다. 높이 3.59m에 넓이는 약 4.7m X 5.0m인 밀폐 공간이었다. 1998년에 업체를 인수한 사업주는 그동안 단 한 번도 청소나 환기를 하지 않았다. 질식 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이처럼 폐수∙하수 등을 저장하거나 처리하는 오폐수처리장∙정화조로, 전체 193건 가운데 41건에 달한다.

질식 재해는 주로 밀폐 공간에서 발생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8조를 보면, 밀폐 공간은 “산소결핍,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이다. 환기가 되지 않아 공기가 장시간 정체할 수 있는 공간에 질식을 불러올 수 있는 요소가 더해지면 ‘밀폐 공간’이 된다.

오폐수처리장∙정화조 다음으로 질식 재해는 산소 결핍 상태가 될 수 있는 저장탱크, 물탱크와 같은 ‘저장용기’에서 33건,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맨홀 안에서 27건 발생했다. 겨울철 콘크리트를 보온 양생하기 위해 건물의 사방을 밀폐하는 ‘건설 현장’에서 26건, 아르곤 가스를 사용하는 용접 과정에서 누출된 가스가 배출되지 않고 남아있는 ‘배관 내부’에서도 15건 발생했다. 애초에 사람이 들어가서 작업하는 것이 수월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기계설비(보일러 등)’에서 12건, 선박 내 화물창이나 부력탱크 등에서 10건이 있었다. 돼지 분뇨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축사 정화조에서도 10건이 발생했다.

▲ 인포그래픽, 질식 재해 발생 장소 ⓒ 이정헌

질식 재해의 27%는 공공기관∙지자체가 발주한 사업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193건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년 동안 발생한 193건의 질식 사고 가운데 공공기관∙지자체가 발주자인 경우는 52건에 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가 각각 6건, 5건으로 많았다.

▲ 인포그래픽, 공공기관·지자체 발주 ⓒ 이정헌

구조하다 죽는다

2017년 5월 경북에 있는 한 돼지농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2명이 질식해 숨졌다. 그들을 발견한 동료 노동자는 조사의견서에 “한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를 뒤에서 안고 있는 형태였다”고 진술했다. 돼지 분뇨를 임시로 모아두는 중간집수조에서 퇴적된 분뇨를 퍼내다 쓰러지자 그를 구하기 위해 들어간 동료 노동자가 뒤에서 안고 끌어 내려다 그대로 함께 쓰러져 사망한 것이다. 보름 뒤 같은 지역의 다른 돼지농장에서도 노동자들이 똑같이 질식해 쓰러지고, 죽었다. 돼지 분뇨가 쌓이는 돈사 내 슬러리 피트에서 기존의 배출구가 막히자, 다른 배출구를 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뚫던 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분뇨가 쏟아져 나왔고, 탈출하려던 노동자 1명이 주저앉으며 쓰러졌다. 그의 어깨를 붙잡아 들어올리려던 동료 작업자도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내려간 동료 노동자도 구조 도중에 정신을 잃었다. 2명이 죽고 1명이 다쳤다.

질식 재해 앞에서는 동료애도 위험하다. 질식 재해에서는 의식을 잃은 동료를 구조하려던 노동자들이 질식해 죽거나 다친다. 조사의견서를 통해 재해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파악할 수 있는 123건의 질식 재해 가운데 복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는 59건이다. 이 가운데 44건이 쓰러진 동료를 구조하던 도중에 사상자가 추가로 발생한 경우다. 동료 노동자가, 업체 대표가, 임원이, 때로는 거래처 직원이 그렇게 죽거나 다쳤다. 문찬석 부산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교수는 9월 26일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질식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내려가기보다는 119를 부르거나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며 “밀폐 공간을 모르고 있으니까 (구조하기 위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질식 재해는 '사망률'이 51.5%에 달한다. 하지만 중대재해의 경우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작업 전반에 걸쳐 산소 및 유해가스를 측정하고, 환기를 실시해야 한다. 보호 장비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 이정헌

실제 질식 재해조사의견서 123건 가운데 66건이 안전수칙 미준수를 지적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54.5%이다. 밀폐 공간에서 안전한 작업을 위한 절차를 수립하지 않거나, 가스농도 미측정, 환기 미실시, 안전 장비 미착용 등이 지적되었다. 나머지 56건의 질식 사고라고 안전수칙을 준수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재해조사의견서를 작성하는 근로감독관에 따라 작성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에서는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여러 유형이 나올 수 있다”며 “현황과 문제점을 적되 특별한 서식은 없다”고 설명했다.

질식 재해를 가장 많이 일으킨 유해인자는 황화수소로, 전체 193건 가운데 55건(28.5%)을 차지했다. 계란 썩는 냄새가 나는 게 특징인 황화수소는 급성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 가스이다. 하수처리장, 분뇨처리시설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저농도 상태에서는 눈과 호흡기 등에 통증을 일으키고, 고농도 상태에서는 후각을 마비시킨다. 후각이 마비되면 질식 위험을 인식할 수 없게 돼 질식 재해로 이어지기 쉽다. 황화수소는 정체된 공간에서 바닥층에 가라앉아 있다가, 퇴적물이 뒤섞일 때 뿜어져 나와 농도가 급증하게 된다. 흔들린 캔음료를 따면 음료가 뿜어져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고 해 ‘거품효과’라고 부른다. 123건의 중대재해 가운데 황화수소로 인한 질식 재해가 35건이었고, 이 가운데 22건에서 거품효과가 발생했다.

밀폐공간 내 산소결핍으로 인한 질식재해는 46건이었고, 일산화탄소의 경우 39건이었다. 불활성가스인 질소와 아르곤에 의한 질식 재해는 34건으로 뒤를 이었다. 휘발성이 강하고 폭발하기 쉬운 유기용제는 10건의 질식 재해를 유발했고, 기타 독성가스는 6건, 이산화탄소 3건이었다.

▲ 인포그래픽, 재해조사의견서 123건 분석 ⓒ 이정헌

1만 2천718개 사업장의 20.13%가 “질식 재해 고위험” 평가

전국 사업장의 밀폐 공간은 얼마나 있을까? 단비뉴스 기획탐사팀은 정보공개청구로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밀폐 공간 보유 사업장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1만 2천718개 사업장 가운데 고위험 평가를 받은 사업장이 20.13%로 2,560개에 달했다. 중위험 평가는 1,430개(11.24%)였고, 저위험 평가는 8,728개, 68.62%였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질식 위험과 위험관리방법을 알지 못하고, 질식 재해 예방 장비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조사 대상은 질식 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업종으로, 공공하수처리시설, 맨홀 등 지자체 발주공사, 건설현장의 보온∙양생작업, 양돈농가, 개인하수처리업자, 화학설비 업체, 조선업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질식 위험영역’을 관리하는 담당자는 “모두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부터 추린 것”이라고 말했다.

질식 재해는 사업장과 관계부처의 선제적인 관리∙감독이 중요하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중대재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질식 재해 감독 및 조처 현황은 매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이 지난 달 16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질식사고 취약사업장 감독/조치 현황’을 보면, 질식 감독/조치 수는 2016년 724건, 2017년 729건에서, 2018년 570건, 2019년 512건으로 계속 감소했다.

▲ 인포그래픽, 밀폐 공간 보유 사업장 위험도 평가 결과 ⓒ 이정헌

질식 재해 예방, ‘밀폐 공간 위험성’을 인지하는 데서 시작해야

질식 재해는 일단 사고가 나면 사망자가 발생하는 치명적인 산업 재해이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밀폐 공간의 여부를 두고 혼선을 빚는다. 질식 위험 영역 가운데 하나인 조선업이 대표적이다. 30년 경력의 용접공인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가만히 있으면 괜찮다가도 작업을 하는 순간 밀폐 공간이 된다”며 “밀폐 구역을 정의하기 굉장히 복잡하다”고 말했다. 대형 LNG선박 내부에는 크고 작은 배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각각의 배관을 용접하는 과정에서 누출된 아르곤 가스가 배관 내부나 용접 현장의 하부를 채우게 되면, 현장은 ‘산소결핍’ 상태의 밀폐 공간이 된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노동자가 용접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배관 안으로 들어가거나, 설비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순식간에 질식해 쓰러지는 것이다. 산소농도가 4~6% 이하인 ‘산소결핍’ 환경에서는 1회 호흡만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8조는 별표에서 밀폐 공간을 18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2017년 3월 3일 개정되면서 밀폐 공간 정의로 “근로자가 상주하지 않는 공간으로서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장소의 내부”라는 마지막 항목이 추가됐다. 이 18번째 정의가 무엇을 의미하냐는 물음에 산업안전보건공단 기술사업팀 관계자는 “잘 출입하지는 않지만 그런 위험이 있는 공간으로 넓게 정의한 걸로 보면 된다”며 “(밀폐 공간이라는) 용어 그대로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질식 재해 예방은 밀폐 공간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 이정헌

“원청업체에서 작업공간 내 질식 위험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거나 협력업체와 위험요인을 공유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문찬석 부산가톨릭대 교수가 2017년 연구 책임자를 맡았던 <밀폐공간 보건 작업 프로그램 작성 매뉴얼> 연구에서 국내 밀폐공간 재해의 특징으로 지적한 말이다. 문 교수는 “밀폐 공간을 정의한 법이 제대로 집행이 안 된다”며 “밀폐 공간을 세부적으로 정했지만 현장에서 밀폐 공간을 인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밀폐 공간을 18가지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7개 업종만을 추려 ‘질식사고 예방사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밀폐 공간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공공하수처리시설, 맨홀 공사, 양돈장 등이다.

밀폐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은 주로 청소, 세척, 수리 작업 등으로 드물게 이루어진다. 작업 간격이 길거나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밀폐 공간 질식 재해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도 있다. 작업 시간보다 준비 시간이 더 길다는 이유로, 또 주기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이라는 착각이 치명적인 질식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치사율이 절반이 넘는 질식 재해를 예방하는 길은 그곳이 밀폐 공간이라는 점을, 그리고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데서 출발한다.

 
질식 위험이 있는 밀폐 공간은 사방이 막힌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해가스나 산소 결핍 등의 유해인자가 쌓여 누적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밀폐 공간이 될 수 있다. ⓒ 이예슬, 이정헌

단비뉴스 기획탐사팀은 앞으로 질식 위험 영역으로 꼽히는 공공하수처리시설과 양돈장 내 밀폐 공간과 상∙하수도 현장을 VR(가상현실) 콘텐츠로 생생하게 보도할 예정이다. 위험성을 알기만 해도 상당수의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편집: 오동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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