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과 다큐의 아슬아슬한 조합, 첫 방송 동시간대 1위
[지난주 TV를 보니:10. 19~25]

에스비에스(SBS)가 ‘달인’ 김병만을 내세운 리얼리티(사실성) 프로그램으로 금요일 밤 공략에 나섰다. 나미비아와 앙골라 국경지대의 무인도 악어섬에서 물도, 전기도, 제작진의 도움도 없이 최소한의 생존 도구만을 이용해 1주일을 버텨내는 <정글의 법칙>이다. 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에 김병만과 함께 나오는 개그맨 류담, 같은 방송의 <출발드림팀>에서 체육인의 면모를 과시한 배우 리키김, 그룹 ‘제국의 아이들’ 소속 가수 광희가 뭉쳐 ‘김병만 족(族)’을 꾸렸다.   

▲ 원주민으로 변신한 김병만족(族) ⓒ SBS <정글의 법칙> 홈페이지

예능 PD와 교양 PD가 함께 제작

<정글의 법칙>은 자연 다큐멘터리와 휴먼 드라마, 리얼 버라이어티를 접목시킨 신개념의 프로젝트라고 방송사측은 밝히고 있다. 제작도 <하하몽쇼>를 맡았던 예능 전문 이지원 피디(PD)와 <생명의 선택>등을 연출 했던 교양 전문 신동화 PD가 함께 한다. 촬영팀으로는 다큐멘터리 전문요원들을 투입했다. 최소한의 설정 외에는 인위적인 연출 없이 촬영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 21일 밤 11시20분 첫 방송된 1회부터 악어의 출현, 팀원들 간의 격한 갈등 등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이어져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김병만족은 정글 생활 첫날부터 삐거덕거렸다. 악어를 피하기 위해 지표면보다 높은 곳에  집을 지으려다 김병만과 리키김이 신경전을 벌였다. 둘은 집 짓는 위치를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첫날밤을 바닥에서 자게 됐다. 휴대용 샤워시설을 설치하면서 둘의 의견 차이는 극에 달했다. 다른 시도를 해보려는 리키김과 신속하게 일을 끝내려는 김병만이 부닥쳐 결국 언쟁까지 갔다. 의식주 등 기초적 욕구를 충족하기 어려운 정글이라는 환경에서 사소한 신경전이 큰 갈등으로 변한 것. 다행히 오래가진 않았다. 첫날 저녁, 첫 식사인 깡통 어죽을 나눠먹으며 둘은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고 화해했다. 하지만 2회 예고편은 또 다른 갈등으로 ‘폭발’하는 김병만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높였다.

 ▲ 김병만과 리키김의 갈등과 김병만과 광희의 눈물 ⓒ <정글의 법칙> 갈무리

개그 프로그램에서 능글능글한 달인으로 비쳤던 김병만은 정글에서 예상외의 독불장군 면모를 보였다.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기보다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모습이었다. 리더십이 부족한 김병만의 모습은 생경했다. 하지만 부족함도 보이고 화도 내는 인간 김병만은 프로그램의 사실성을 높여 주기도 했다.  
 
이미 끝난 녹화, 편집 솜씨에 성패 달려

무게 1톤이 넘는 소를 때려잡는 나미비아 힘바족의 모습, 손가락만한 애벌레를 구워 먹는 장면 등 충격적 화면들이 강한 인상을 주었지만 부자연스런 편집이 거슬리기도 했다. ‘달인이 왜 정글에 갔나’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부에 김병만 스토리와 정글 찾기 과정 등을 너무 장황하게 보여주었다. 또 리키김과의 갈등을 강조하기 위해 시간을 앞뒤로 오가며 장면들을 이어붙인 것은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지난달 하순에서 10월 초까지 녹화를 끝낸 <정글의 법칙>에 앞으로 남은 것은 편집의 솜씨, 오로지 제작진의 몫이다.

▲ 김병만족(族)의 정글 생활. 나무를 타기도 하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노숙을 하기도 한다. ⓒ SBS <정글의 법칙> 홈페이지

<정글의 법칙>이 신개념 프로젝트를 표방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연예인의 오지 체험기는 이미 KBS의 <도전 지구탐험대>를 통해 익숙하게 봐 왔다.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인 <인간 대 야생(Man Vs. Wild)>도 떠오른다. 자연에 맨손으로 도전하는 인간이라는 측면에서는 <Man Vs. Wild>에 비해  모기장으로 물고기를 잡고, 라면스프를 음식에 넣어 먹는 <정글의 법칙>은 한참 못 미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능적인 측면에서도 아직은 웃음을 줄 여유가 없고, <1박2일>의 강호동 같은 프로그램 장악력이 김병만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멤버들도 캐릭터가 약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달인에 대한 기대는 아직 살아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성실성과 개그감각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이날 방송은 시청률 8.4%(AGB 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갖가지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쏟아지는 방송시장에서 예능과 다큐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도 <정글의 법칙>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이질적인 두 분야를 통합하는 일이 결코 쉽진 않겠지만 초기의 시행착오를 넘어 ‘성공적인 개척자’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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