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나이스제천코리아 여성연극제’ 28일까지 닷새간 공연

올해로 6회를 맞은 ‘나이스(Nice)제천코리아 여성연극제’가 지난 24일 충북 제천시 제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됐다. 오는 28일까지 닷새 동안 매일 오후 7시 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다섯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고부갈등의 해결책은 '이해', 연극 <동행>

   
▲ 제6회 나이스제천코리아 여성연극제 팜플렛.
개막일인 24일에는 극단 가인이 <동행>(연출 김성희)을 공연했다. 아들 사랑이 지극한 시어머니 월례(이미정 분)와 남편의 무관심으로 외로운 삶을 보내는 며느리 지영(김종련 분)이 갈등과 마찰을 겪다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어느 집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고부 갈등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결혼 4년차에 접어들지만 아직 아기가 없는 지영. 손자를 간절히 바라던 월례는 임신을 돕는 보약을 먹인다며 보름 동안 지영의 집에 머문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그들의 불편한 동거. 월례의 거듭되는 잔소리를 지영이 견디기 힘들어하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둘은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지영은 늙은 시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아리고, 월례는 젊은 시절 자신이 당한 서러움을 떠올리며 지영을 이해하게 된다.

‘시’자가 붙으면 시금치도 싫다고 했던가? 하지만 <동행>은 서로를 이해하는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아닌, ‘여자’로서 삶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연극 <동행> 중 시어머니 월례와 며느리 지영이 다투고 있는 장면. ⓒ윤성혜

“내가 원래 예뻐서 (이름을) 월례라고 지었다 아이가~.”  

극 중 월례의 맛깔스런 사투리와 희극적인 행동은 ‘얄미운 시어머니 짓’을 밉지 않게 만든다. 먼지 풀풀 날리는 이불을 관객석 가까이에서 탁탁 털어 앞줄에 앉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러다 노래방에라도 온 듯 ‘봄날은 간다’를 흐드러지게 부른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에 봄날은 가아안다~.”

   
▲ 관람객들이 연극을 보기 위해 객석을 채우고 있다. ⓒ윤성혜

관람객 가운데는 여고동창회에 나온 것처럼 왁자하게 웃고 박수치는 50대 이상 주부들이 많았다. 김성순씨(58)는 “우리 남편도 시누이가 넷인 집의 외아들이라 자기 아들만 생각하는 시어머니와 외로운 며느리의 모습이 내 얘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에는 서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 받았다”며 “잘 만든 작품”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5편의 연극으로 지역민과 함께 나누는 여성과 가족 문제

제천여성연극제는 1997년에 시작된 ‘전국주부연극제’가 6회를 끝으로 없어진 것을 아쉬워한 제천시와 여성연극제추진위원회(위원장 이갑순)가 함께 만들었다.

“제천에는 연극 관람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이 연극을 하는 동안 지역 분들이 문화회관을 드나드는 습관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싶었죠. 올해 6회 째인데 그동안 많은 분들이 여기로 관람하러 오셨으니 소기의 목적은 이룬 것 같습니다.”

   
▲ 여성연극제 추진위원장 이갑순 씨. ⓒ윤성혜
이 위원장은 처음에 여성극단만 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데 한계가 있어 여성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라면 남자배우도 함께 공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또 올해부터는 가족극도 함께 무대에 올리게 됐다. 이 위원장은 “연극을 통해 여성, 가족에 대해 고민했던 문제들을 깊이 되새기고 해결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제 둘째 날인 25일에는 여성 죄수들이 교도소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극단 한네의 <시간 밖에서>가 공연됐다. 20대 여성이 교도소에서 아기를 낳고 기르는 장면, 아기를 보며 기쁨을 얻는 사람들, 또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여자들의 싸움, 우정, 사랑이 가슴을 따뜻하게도, 시리게도 한다.

26일에는 세명대극단 언덕과 개울의 <우리 오마니 살아계실 적에>가 무대에 오른다. 시댁에 아들을 맡기고 오는 길에 6.25 전쟁이 일어나 황급히 피난하게 된 서미자 할머니의 이야기다. 재혼한 후에도 당시 시댁에 두고 온 아들을 항상 그리워하지만, 현재의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성의 절절함을 그린다.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극단 ‘톰방’의 <시리동동 거미동동>도 27일 선보인다. 해금, 피리, 그리고 다양한 타악기와 피아노가 어우러져 국악과 양악의 신비한 하모니를  느낄 수 있다. 공연 중에 말의 꼬리를 이어가며 부르는 말잇기 놀이, ‘꼬리따기 노래’도 펼쳐진다.

 

   
▲ 극단 가인의 <동행>과 극단 톰방의 <시리동동 거미동동> 포스터.

마지막 날 공연 <마요네즈>는 엄마와 딸의 애증 관계를 그려낸다. 극단 예인방이 공연하는 이 작품은 철부지 엄마와 엄마를 지겨워하는 딸의 갈등을 그린다. ‘마요네즈’라는 소재를 통해 모녀의 속내를 드러내는 수작으로, 이미 영화화된 일이 있다.   

다섯 편 모두 수준 높은 작품이지만 다 무료공연이다. 여성 관객에겐 자신의 삶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 남성 관객에겐 아내나 애인, 혹은 딸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24일= <동행>, 극단 가인  /  25일= <시간 밖에서>, 극단 한네  /  26일= <우리 오마니 살아계실 적에>, 극단 언덕과 개울  /  27일= <시리동동 거미동동>, 극단 톰방  /  28일= <마요네즈>, 극단 예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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