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의 통계 이야기] ㉛

성장률 통계의 올바른 해석 ②

▲ 이재형 박사

지난번 칼럼에서는 분기별 GDP 성장률의 작성 기준에 따른 성장률 통계의 차이에 관해 살펴보았다. 경제통계는 크게 구조통계와 동향통계로 구분될 수 있다. 구조통계란 경제 전체의 규모와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나타내는 통계이며, 동향통계는 수시로 변화하는 경제의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통계이다. 이러한 구분은 학술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구분은 아니며, 두 가지 통계를 구분하기 위하여 편의상 그렇게 부른다. 대체로 조사주기가 1년 이상인 통계를 구조통계, 분기 이하 짧은 기간을 대상으로 하는 통계를 동향통계라 부른다.

GDP(국내총생산) 통계를 예를 들어보자. GDP 통계는 보통 1년 주기로 작성되는데, 이 통계에서는 경제 전체의 규모는 물론, 생산구조, 저축과 소비, 분배, 금융과 실물 등 국가 경제 전체의 1년간 실적을 다양한 측면에서 측정한다. 그러므로 연간 GDP 통계는 한 나라의 종합적인 경제실적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연간 GDP 통계는 이렇게 경제 전부분에 걸친 방대한 규모의 통계이다 보니 작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제상황을 그때그때 반영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019년의 GDP 통계만 하더라도 확정치 통계가 나오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최근 코로나19 사태처럼 단기적으로 급격한 경제 변동은 연간 GDP통계로 포착하기 어렵다.

연간통계와 동향통계의 조화

수시로 변화하는 경제현상을 시의성에 맞게 파악하기 위한 통계가 동향통계다. 분기별 GDP는 동향통계 성격을 가진 것으로, 연간 GDP에서 파악하는 것만큼 우리 경제의 전 부문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포착하기는 어렵다. 그 대신 전체 경제의 단기적인 변화 모습을 시시각각 파악하는 데 장점이 있다. 연간통계와 동향통계는 이렇게 상호 보완관계를 가지며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변화와 단기적인 변동의 모습을 종합해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 경제통계 가운데 주요 동향통계로서는 분기별 GDP 외에 산업생산지수, 경제활동인구조사, 물가통계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분기별로 가계의 소득과 소비를 조사하는 가계동향조사도 경제동향 통계로 볼 수 있다.

▲ 주요 동향통계로는 분기별 GDP 외에 산업생산지수, 경제활동인구조사, 물가통계, 가계동향조사 등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동향통계 지표는 산업생산지수와 경제활동인구조사다. ⓒ Pixabay

코로나 상황에서 중요한 건 산업생산과 경제활동인구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예상 외로 장기화하면서 경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고통이다. 이 팬데믹 시대에 다른 여러 동향통계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동향통계 지표로는 산업생산지수와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들고 싶다. 산업생산지수는 우리 경제의 전체 생산량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통계로서 우리 경제의 성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준다. 경제활동인구조사는 국민의 취업과 실업 상황 등 고용동향을 조사하는 통계로서 국민들이 얼마나 취업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평시 상황에서는 산업생산지수나 경제활동인구 통계의 취업자수나 실업률은 대체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경기가 좋으면 산업생산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고용도 확대될 것이며, 경기가 나쁘면 반대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다르다. 대량 실업이 발생하여 국민생활에 위기가 닥칠 위험이 있는 경우, 정부가 직접 경제에 개입하여 고용을 늘리려는 정책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 산업생산은 악화하더라도 고용상황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고용이 줄어들지 않거나 그 감소폭이 작은데도 산업생산이 악화하는 것은 정부 고용정책의 특성상 주로 저생산성 부문에서 고용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전망이 빗나가서 다행이었던 칼럼

얼마 전 한 경제신문에 연재하는 컬럼에서 고용상황은 한숨을 돌린 것 같지만 산업생산지수가 낮아졌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제조업생산지수가 크게 낮아져 걱정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6월 산업동향통계에서는 전산업생산지수와 제조업생산지수가 모두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안도했다. 

그런데 산업생산지수나 경제활동인구 통계에서도 성장률(또는 증가율)을 보여주는 지표로서는 지난번에 다룬 분기별 GDP 통계와 마찬가지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는 방법(전년 동월 대비)과 지난달과 비교하는 방법(전월 대비)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 1년간의 실적이 이번 달에 반영되므로, 산업생산이나 고용상황의 전체적, 장기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며 , 전월대비 증가율은 그때그때 민감한 경제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산업생산지수나 경제활동인구 통계는 전년 동월 대비 지표와 전월 대비 지표, 두 가지 모두 작성하는데, 대체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을 주된 지표로 삼는 것 같다. 통계청이 관련 지표를 발표하는 보도 자료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도 주로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월이나 설·추석연휴 낀 달을 전월과 비교?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연간통계를 통해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는 것이나, 동향통계를 통해 이번 달과 작년 같은 달을 비교하는 것은 사정이 비슷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달과 이번 달을 비교하는 것은 두 달 간에 매우 큰 사정의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금년 1월과 2월, 또 2월과 3월을 비교한다고 치자. 그런데 2월은 보통 28일까지밖에 없어 1월이나 3월과는 날짜 수가 3일이나 적다. 게다가 2월에는 설 연휴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2월에 설 연휴가 들어있고 이것이 휴일과 겹치지 않는다면, 2월은 1월이나 3월보다 일하는 날짜가 6일이나 적다. 거의 20% 가까이 일하는 날이 적은 셈이다. 당연히 2월은 1월이나 3월보다 생산이 적을 것이 아닌가? 이러한 현상은 2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7, 8월에는 여름휴가가 있다. 그리고 추석 연휴가 9월에 있을 수 있고, 10월에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경제 실적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는데, 이러한 달력상의 날짜 차이나 계절적 특성으로 경제실적에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계절조정’을 해야 하는 지표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전월 대비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통계작성기관은 산업생산지수나 고용통계 등 동향통계를 작성할 때 모든 달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통계지표를 만든다. 즉, 한 달의 날 수가 모두 같고, 휴일 등 일하는 날짜를 포함한 다른 여러 요소도 모두 같다고 가정하고 이것들을 반영한 조정된 지표를 만든다. 이를 계절조정이라고 한다.

▲ 월별 산업생산지수와 취업자수지수 동향 (계절조정지수). 2019년 1월 산업생산지수는 108.1이었음. 취업자수지수도 산업생산지수와 맞추기 위해 2019년 1월을 108.1로 하여 지수를 만들었음. ⓒ 통계청

예를 들면 매달 통계청이 산업생산지수 통계를 작성할 때 ‘실제 산업생산지수’와 ‘계절조정된 산업생산지수’ 두 가지를 함께 작성하게 된다. 그래서 전년 동월 대비 산업생산지수 증가율을 구할 때는 실제 산업생산지수를, 전월 대비 산업생산지수 증가율을 구할 때는 2월과 3월의 일하는 날짜 등 여러 사정이 같다고 가정하여 만든 ‘계절조정된 산업지수’를 토대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산업동향통계 작성에는 ‘계절조정’이 무척 중요한 작업인데, 여기에는 고도의 통계적 능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리 계절조정이 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계절요인을 완전히 제거하기란 어렵다. 하나의 계절요인을 제거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생산이나 고용통계에 있어서 전월대비 지표보다 전년 동월 대비 지표를 주지표로 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호전된 경제지표 보도가 아쉬운 시대 

7월에 발표된 산업동향통계에서는 여러 지표가 좋은 방향으로 나타나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과 달리 제조업이 주도하는 경제다. 제조업이 활성화할 때 비로소 성장이 가능해지며, 서비스업 및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지난 5월 산업생산지수가 크게 낮아진 가운데, 제조업 생산지수는 곤두박질을 치듯이 심각한 하락현상을 보였다. 6월에는 전산업생산지수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제조업 생산지수는 마치 점프를 하듯 반등을 보였다. 이후 7월 취업자수와 전산업생산지수는 6월과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고 8월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 탓으로 계속 침체 상태에 있던 우리 경제로서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5월 산업생산지수가 곤두박질 칠 때는 그토록 열을 올리며 위기를 강조하던 언론들도 이런 반가운 소식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민주주의는 건전한 공론장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공론장이 건전해지려면 객관적 현실 인식을 공유해야 하며 그 바탕이 되는 게 통계다. 통계가 흔들리면 정책도 여론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도 통계 왜곡에서 출발한다. 언론인은 통계 해석을 잘못하면 ‘사회의 공적’이 될 수 있지만 잘하면 ‘해석특종’을 할 수 있다. 통계전문가인 이재형 박사가 통계에 얽힌 재미있는 얘기들을 풀어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하는 그는 <국가통계시스템발전방안> <한국의 산업조직과 시장구조> 등 많은 연구와 저술을 해왔고 통계청 통계개발원장을 역임했다. (편집자)

편집: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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